한반도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1.12 13:42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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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반도 정세 전망…“부정적 변수가 훨씬 더 많다”
1월6일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는 북한 당국의 성명을 전해 들은 평양 주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수표(서명)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의 신년사로 남북정상회담이라도 개최될 듯하면서 시작된 광복 70년, 분단 70년인 2015년이 오히려 남북 간 정면 군사충돌의 위기를 넘기고 겨우 수습되는 국면에서 저물었다.

한반도 주변에서 미·중, 미·러, 중·일 간 갈등이 심화되고 미·일 동맹과 중·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김정은은 공포 통치를 통해 세습 체제를 안착시키고 지속적으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 운반 수단으로 단거리에서 장거리까지 각종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까지 세 차례나 시험을 강행했다. 더구나 북한이 1월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핵 실전 능력을 사실상 보유했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2016년은 우리 민족에 평화통일로 향하는 희망의 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남북 간 불신과 단절 그리고 소모적인 갈등이 지속되는 또 한 해가 될 것인가. 과연 우리 정부는 새롭게 펼쳐지는 신(新)냉전적 질서 속에서 주변 열강들이 자국의 국익 극대화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방휼지쟁(蚌鷸之爭, 제3자가 이득을 봄)적인 대립을 지양하고 새로운 남북 관계를 형성하며통일에 결정적인 방해가 될 핵문제 해결에 진전을 보이면서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길로 접어들 것인가.

아쉽지만 낙관적으로 대답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긍정적인 변수도 몇 개 있지만 부정적인 변수가 훨씬 더 많고 그 비중도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6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주요 변수들을 검토하면서 조심스럽게 미래를 전망해본다.

국제정치적 변수
북핵 문제에 미국은 별 관심 없고 중국은 지쳐 있어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일 합병, 광복, 분단, 6·25전쟁 같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바꾸어놓은 큰 사건들이 우리의 의지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벌어졌다는 점을 되새기면, 오늘날에도 한반도 정세가 남북관계만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쉽게 알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반도 정세 뿐 아니라 남북한의 대외 정책과 남북 관계도 주변 강대국들의 정책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일·러 3국의 국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국력을 갖고 있고 주한·주일 미군과 동맹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2016년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국내 정치와 사회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국제사회에서도 테러와 중동 문제, 러시아와의 갈등, 중국 견제 등으로 한반도 문제에는 큰 관심을 기울일 형편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쿠바·이란 등 문제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했으므로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핵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북한이 그 대가로 요구하는 것이 너무 크고, 자칫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또 기만당하면 이제까지 쌓은 외교 성과마저 무색해질 것이므로 쉽게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선(先)양보 조치를 취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제까지 구사해온 사실상의 북한 무시 전략인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감행했으므로 미국은 상당 기간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고 북한의 핵능력 강화로 한국의 국가안보는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논의하기 위해 1월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그다음 중요한 나라가 중국이다. 아직 북한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으며, 남북 교역이 개성공단을 제외하면 전면 중단된 상태에서 북한 대외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나라이고 북한 석유 수요의 80% 이상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북한의 장래를 가름할 열쇠를 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10월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관계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북·중 관계는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 소동이 발발한 데다 중국에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고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해 상당 기간 동안 경색될 것이다. 물론 중국의 실용주의적 외교 성향을 감안해 예측한다면, 중국 지도부가 몇 달동안은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겠지만 김정은이 5월 노동당 대회에서 향후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천명하고 추가 도발을 자제할 경우에는 점진적으로 북·중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5월 당 대회에서 남북 대화와 북·중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미국에도 대화를 제안하면서 향후 경제 발전을 위한 외자 유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천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문제에서 현재 한국과 미국이 바라는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 모두를 수용할 것을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 상황에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대외 우호 제스처의 최대한은 6자회담 과정이 진행되는 기간 중에는 핵 프로그램 가동을 중단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유예(모라토리엄)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 경우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북한의 핵 포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그 정도면 북한이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고 평가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가을쯤 펼쳐질 수 있는 북·중 관계 접근을 한국 정부가 부정적인 상황 전환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핵 유예를 기회로 간주해 북핵 문제 해결의 기회로 활용해갈 것인지는 우리 정부의 역량과 의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 계속 대북 강경책을 취하고 한국도 원칙에 입각한 대북 강경 정책을 구사할 경우 김정은은 당 대회 이후 추가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이번 전격 핵실험에서 또다시 확인됐듯이 조신하게 처신해도 어차피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면 ‘벼랑 끝 전술’에 따라 사고를 치는 게 북한 정권의 속성이다. 물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 추가적인 국제 제재를 또 받겠지만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데다 자력갱생 기조를 가진 북한 경제이므로 추가로 제재할 것도 많지 않다. 반면 북한은 사실상 핵 실전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오판할 수 있다.

김정은의 국가 전략 선택도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미 김정은은 대체적인 국가 전략 기조를 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핵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안보 억지력(抑止力)을 보유하고 국방비를 절감해 경제를 살린다는 것이다. 경제 노선으로는 농업과 기업에 일부 자율성과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산도 증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이 부족하므로 관광산업을 진흥하고 국가 신인도를 높여 외자를 유치하겠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2015년 10월 당 창건일 연설에서 인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민생을 살리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으며, 2016년 신년사에서도 경제살리기를 주요 국정 과제로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의 고립된 상황에서도 북한 경제는 소폭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김정은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고 체면을 손상하면서까지 대외 정책에서 고개를 숙일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응
북한의 체면도 고려하면서 협력 방안 찾아야


이같이 다양한 시나리오 속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대북 정책, 외교 구상과 국가 전략을 갖고 있는가. 우려되는 점은 북한 문제에서 우리가 한·미 공조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주도권 행사를 추종하는 한·미 공조를 유지하다가 결국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때 대북 추가 제재에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슬기로운 외교는 위기가 다가오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좌고우면하고 주저주저하다가 문제가 터진 다음 북한의 비타협성과 호전성 탓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사후약방문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도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예방하고 억지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핵실전 능력을 보유했다는 전제하에 우리 국민들을 확실히 지켜줄 수 있는 안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제일 확실한 방법은 우리도 핵을 개발하는 것이지만 기회비용이 너무 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현재는 구두상으로만 보장되고 있는 미국의 핵우산을 좀 더 확실하게 보장받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미국과 상의해 시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김정은이 핵을 무모하게 사용할 경우 수일 내에 그와 그의 가족을 포함한 북한 최고 지도부도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도록 보장할 수 있는 첨단 정보·감시 장비 등을 구비해 다중적·중층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해야 할 것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월6일 “중국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반대를 표명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 EPA 연합

동시에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협상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별관심이 없어 보이고, 중국은 지쳐 있으므로, 북한의 핵 보유 시 가장 크게 전략적 타격을 받을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최고 지도부부터 행동으로 확실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조직을 적절하게 정비하고 상당한예산을 배당하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도 합의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제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각국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쳐 적어도 미국과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종안을 만들어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중국과 함께 시행할 대북 제재안도 동시에 작성해 북한에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남북 관계 자체에서도 좀 더 창의적이고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와 같은 남북 불신과 대립이 지속된다면, 이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정반대의 흐름이고, 살벌하고 냉혹한 국제정치 무대인 동북아에서 순진한 방휼지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점을 재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의식하에 현재로서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가해야 하겠지만 결국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 남북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호혜적인 남북 경협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정부가 통일대박론을 진정성을 가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려 한다면 ‘대박이 되는 통일이 달성되도록 하는 대박통일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통일도 다 대박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을 통한 통일은 오히려 민족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고, 북한의 급변 사태로 인한 통일도 독일 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막대한 통일비용(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30년간 2500조원)과 사회적 혼란을 수반할 것이므로 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매우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해 사회를 안정시키며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대박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북한 정권이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도록 유도하며 호혜적인 남북 경협을 진흥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과거에 얽매여 원리주의식으로 북한의 과실에 대한 시인과 반성 없이는 계속 대립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북한의 체면도 고려해주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지혜롭게 현안을 해결하고 호혜적인 협력 방안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으로 이미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에 입각해 핵을 보유한 북한의 도발을 확실하게 억지하고 예방할 적절한 안보 대책을 확립·시행하는 동시에 전향적으로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호혜적인 남북 경협을 진흥시켜간다면, 2016년은 ‘민족상생과 공영 시대’의 첫해로 반전될 수 있고 대박이 되는 평화통일도 궁극적으로 어렵지 않게 달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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