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지지율에 거품 있나
  • 이택수 | 리얼미터 대표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1.12 13:10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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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맡지 않으면 지지율 낮아질 수 있어
안철수 의원이 1월1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새해떡국나눔행사를 갖고 주민들에게 떡국을 나눠주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 동거였는지 모르겠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야권의 거목(巨木)은 이미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듀엣(Duet)으로서도 실패한 경험이 있고, 2014년 합당 후 솔로(Solo)로 전투를 지휘했던 두 차례의 재·보궐 선거에서도 나란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대선은 2002년 대통령 선거와는 다르게, ‘룰 협상’ 과정에서 상호간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갈등했고, 안철수 후보가 지지층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이고도 갑작스레 사퇴를 함으로써 ‘아름다운 단일화’가 되지 못해, 안철수 지지층이 문재인 지지층으로 온전히 가지 못했다.

대선이 1년여 지난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갑작스럽게 합당한 이후에도 각자 대표직을 순차적으로 맡는 과정에서, 비주류의 입장에서 주류가 된 당 대표를 사사건건 공격했고, 그들의 지지층은 여권(與圈)의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무성 대표보다도 상대측 거목을 더 증오하는 입장을 나타내곤 했다.

그리고 결국 김부겸 전 의원의 표현대로, 안철수 의원은 ‘자기가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고’ 지난해 12월13일 탈당했다. 1년 9개월 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한 정치실험이 결국 실패로 끝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탈당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차라리 합당하지 않고, 각자도생하며 건전한 경쟁과 협력을 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 20% 안팎으로 높아

하지만 후회하면 뭐하랴. 이제는 엎질러진 물이고, 각자의 몸집을 불려 야권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그나마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길이다. 치열하게 경쟁하되단일화나 연대가 필요한 지점에서는 화학적 융합을 해야만 새누리당 독자 개헌선인 180석, 혹은 과반 의석(150석 이상)을 저지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의 지표는 나쁘지 않다. 연말연시에 발표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은 더불어민주당(약칭 더민주)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낮지 않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후속 탈당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지만, ‘새 정치’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20% 안팎 받고 있는 것이다. 탈당 규모는 아직 ‘분당’ 수준으로 가지는 않고 있어, 현재까지는 1월8일 탈당한 김영환 의원을 포함해 총 10명에 불과하지만, 의석 규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당’으로 당명이 확정되기 전 여론조사를 할 때 ‘안철수 신당’으로 호명하다 보니 안철수 의원 개인에 대한 지지율이 반영된, 그래서 다소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안 의원이 대표직을 맡지 않을 경우 안철수 신당은 과거 ‘친박연대’가 기록했던 10~15% 사이의 지지율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리얼미터의 1월 첫째 주 주중 집계 결과, 새누리당 36.3%, 더민주 20.8%, 안철수 신당 18.2%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갤럽의 결과에서는 새누리당 35%, 안철수 신당 21%, 더민주 19%를 기록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각각 18.2%(리얼미터), 21%(한국갤럽)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17.3%(리얼미터)인 점을 감안하면 안철수 의원 지지층에다 무당층(無黨層)이 좀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향후 추가 탈당의 규모와 거물급 인재 영입의 정도에 따라 지지율 향배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데, 안철수 의원의 탈당 선언 이후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지지 정당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판이 크게 흔들린 것이다.

리얼미터가 유권자 1051명을 대상으로 안철수 의원의 탈당 후 최근 3주 동안에 지지 정당을 바꾼 적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48.6%가 지지 정당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지지 정당을 바꾼 적이 없다’는 51.4%로 집계됐다.

안철수 개인 지지층과 무당층 더해진 지지율

최근 3주 동안에 안철수 신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꿨다는 응답은 전체의 17.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새누리당(무당층→새누리, 10.6%), 더민주(무당층→더민주, 8.5%) 순으로 지지 정당을 바꿨다는 응답이 많았다.

1월5일과 6일 이틀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5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 전화 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고, 2015년 6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 보정했다. 응답률은 5.6%,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0%p. 안철수 신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꿨다는 응답(17.1%) 중에서는 ‘무당층→安신당’ 응답이 8.3%, ‘더민주→安신당’이 4.5%, ‘새누리→安신당’이 4.3%로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의 현 지지층 전체의 절반은 기존 정당 구도하에서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던 무당층으로, 나머지 절반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에서 이탈한 유권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향후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와 ‘구당모임’에서 추가 탈당이 이어져 총선 전 2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이 안철수 신당으로 합류할 경우, 安신당은 기호 3번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고, 호남판 자민련으로서 20대 국회에서 20석 이상의 교섭단체를 구성해, 국회에서 캐스팅보터나 중재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더민주에서 교체(컷오프) 대상으로 지목된, 또는 안 의원이 그동안 지적했던 쇄신의 대상이 安신당에 입당해 전면에 배치되고, 새로운 인물 영입에 실패할 경우 安신당은 과거 친박연대의 의석(14석)처럼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고 다시 더민주로 흡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당장은 안 의원이 서울 노원(병) 지역에서 살아 돌아와야 한다. 정의당 후보로 노회찬 전 의원이 출마하고, 더민주에서도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4자 구도로 야권이 분열된 채 선거가 치러지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는 이준석 전 혁신위원장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安신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한들, 이준석 후보에게 패배한 안철수 의원은 정치권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과의 통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안 의원의 정치실험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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