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20~50석 확보하면 대권 가도(街道) 탄력”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1.05 15:43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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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15인이 분석한 안철수의 경쟁력

새해가 왔어도 야권의 혼란은 여전하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시작된 야권 재편 분위기가 그것이다. 안 의원이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약칭 더민주)으로 바꾸고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호남에서 시작된 탈당의 불길은 이제 수도권으로 번질 기세다. 야권에 번지는 균열이 생각보다 깊은 상황이다.

© 월간 안철수 제공

현재 안철수 의원은 나름의 ‘탈당 효과’를 거두고 있다. 탈당 후 나온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 의원은 대선 주자 3위로 올라섰다. 1년 5개월 만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쳤다. 1위였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위로 내려앉고 문재인 대표가 1위로 올라선 데다 1위부터 3위까지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좁혀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2012년 대선 이후 추락했던 존재감이 다시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 의원이 구축할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시사저널은 정치 전문가 15인에게 안철수 신당의 가능성과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신당의 성공을 위한 조건과 실패하게 될 경우의 후폭풍,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 등을 다각도로 물었다. 전문가 중에는 2014년 안 의원과 신당 창당을 함께했던 윤여준 전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신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실제 모든 여론조사에서도 호남 지역에서 안철수 신당이 더민주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호남 바깥에 있다.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등 호남 외 지역에서의 세몰이가 필요하다. 안철수 신당이 총선 전에 전국 정당이 될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에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렸다. 호남에서는 상당한 표를 받아낼 수 있겠지만 호남을 벗어나 전국적인 득표를 하기에는 시간적·인적 자원이 모두 부족하다는 의미다.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 중에는 신당이 ‘호남판 자민련’ 혹은 ‘안철수 사당(私黨)’이 될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은 신당의 과제이자 한계는 ‘인물’이었다. 안 의원이 기치로 내건 ‘새 정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새 얼굴이고, 이들을 통해 선거에 임해야만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당을 박차고 나간 안 의원이 당선을 위해 과거 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신당의 존재 의미 자체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신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전국 정당’이 돼야 4·13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그렇게 돼야만 안 의원의 대권 도전에도 탄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신당의 위기는 물론이고 ‘정치인 안철수’의 정치생명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안철수의 천하삼분지계 성공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안철수 신당은 호남에서 더민주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2015년 12월31일 광주일보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에서 신당은 41.9%의 지지를 얻으며 29.4%에 그친 더민주의 지지율을 훌쩍 넘어섰다.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윤곽이 나오지 않아 조금 막연하지만 (신당이) 호남 기반이라는 것은 굉장한 자산이다. 호남을 잘 다진 후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선전하는 시나리오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새누리당을 제외하고 야권 입장에서만 보면 이번 선거는 ‘야권 개혁’과 ‘호남 적자(嫡子)’ 경쟁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남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좋은 신호이긴 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호남에서 부는 바람을 전국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다. 신당 창당 작업이 50일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다는 점에서 전국 규모의 정당으로 발족할 수 있느냐는 점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의 말이다.

“4월13일 총선에 맞춰서 전국 정당화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현재 남은 시간으로 봤을 때는 신당이 호남의 표라도 제대로 얻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신당의 인적·물적 자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윤곽이 잡힌 후에는 호남에서도 더민주와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게 될 수 있다.”

반면 안철수 신당이 전체적인 판세에서도 더민주를 넘어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철수라는 인물이 가진 확장성이 기존 야당이 가지고 있는 지지 기반의 외연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확장성 면에서 보자면 더민주는 확장성이 없기 때문에 표를 빼앗아올 수가 없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은 다르다. 새누리당의 표를 일부 흡수하고 있다. 여기에 더민주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생긴 무당파층에서 신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오히려 총선에서 기호 2번과 3번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호남을 넘어 전국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수도권 공략이 필수다. 신당의 수도권 진출 작업이 수월해지려면 더민주의 유력인사들이 안 의원 쪽으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김한길·박영선 의원의 탈당설이 꾸준하게 흘러나왔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탈당 움직임은 없다. 2015년 12월13일 안 의원이 탈당한 이후 지금까지 더민주에서 빠져나온 의원은모두 7명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탈당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김한길·박영선 의원 등이 신당에 합류하게 될 경우에는 수도권에서도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김한길 의원의 탈당 여부가 중요하다”며 “김 의원이 탈당 결정을 빠르게 한다면 더민주에서의 이탈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관망하는 태도가 이어진다면 후속 탈당도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문재인 대표가 강경하게 밀어붙이면서 탈당에 속도가 나긴 어렵겠지만 원내교섭단체 안팎 수준으로 탈당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4·13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신당이 확보할 원내 의석 수다. 시사저널은 자문한 전문가들에게 ‘총선에서 몇 석을 확보해야 신당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대다수 전문가에게서 ‘20~50석’이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즉 신당이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면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 의원은 2015년 12월28일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100석 확보는 목표가 아니라 마지노선”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100석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전문가 모두에게서 나왔다.

“호남 지역에 기반 둔 전국 정당 가능할지 주목”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신당이 최대 50석 정도를 확보한다면 원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표는 “50석이 기준인 이유는 15대 총선에서 당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의석과 비교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은 어찌 보면 ‘호남판자민련’이라고 할 수 있다. 호남의 세를 모아서 전국적으로 50석을 달성한다면 캐스팅보트를 쥐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최소 20석에서 최대 50석 정도 달성한다면 신당은 충분히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안철수 신당이 15대 총선 당시 자민련만큼의 파괴력은 갖지 못할 것으로 봤다. 황위원은 “당시에는 김종필 전 총재가 충청권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기반으로 대구·경북(TK) 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50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처럼 50%에 가까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50석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는 굉장한 성공”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신당의 파괴력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교수는 “안 의원의 말처럼 100석은 무리다. 13대 총선 당시 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도 70석을 얻었다. 이때와 비슷한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로 간다고 봤을 때, 신당이 더민주를 넘어서 제1야당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의석 수보다는 ‘호남 1당’이 될 수 있는 지에 따라 향후 흐름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호남에서 선전하고 수도권에서 일정 수준의 득표율을 보여준다면 미래 지속 가능성과 추가 파괴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호남에서는 독자적인 당선자를 꽤 낼 수 있겠지만 수도권에서는 힘들 수 있다. 전략적인 판단으로 수도권 당선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당의 마지막 과제는 ‘선명성’ 즉 안 의원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새 정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느냐다. 전체적인 선거 판세를 전망하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길 인물을 확보할 수 없다면 필패한다는 게 중론이다.

“‘새 정치’ 보이려면 결국 인물이 중요”

정치 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혁신은 공천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안철수 신당이 보수 노선의 인사들까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신당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다. ‘안철수 신당발(發)혁신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인물 영입의 시작으로 안 의원이 2014년 신당 창당 추진 당시 함께했던 인사들부터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안 의원이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도왔던 교수들부터 다시 접촉해야 한다고 본다. 또 더민주에서 탈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김한길·박영선 의원을 영입할 수 있다면 정말 붙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안 의원과 신당 창당 작업을 하다 결별했던 윤여준 전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은 인재 영입에 앞서 선명성을 잘 드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의장은 “인재를 영입하려면 깃발이 선명해야 한다. 그래야 인재들이 공감하고 함께하게 될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정치꾼’들을 모으게 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다만 중도 성향 유권자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안 의원 개인만을 바라보고 오는 사람은 그다지 폭발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민주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안 의원은 창당을 선언하면서 “더민주와의 연대는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상황에 따라서는 각 선거구 차원에서의 단일화와 연대 등은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는 의견과, 연대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신당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의견이 교차했다. 윤여준 전 의장은 “야권연대 프레임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신당의 폭발력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신당이 야권연대 얘기가 나오지 않을 만큼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 그것에 실패한다면 야권연대 프레임에 갇힐 것이고, 이는 곧 실패를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지금 창당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연대를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호남이야 연대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겠지만 비호남이나 수도권 지역에서는 반(反)새누리당을 전제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단일화하는 방안 등이 나올 수 있다. 각 선거구별로 전략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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