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법으로 일자리 70만개 창출? 실체 없는 경제활성화법
  • 이민우 기자 (woo@sisapresss.com)
  • 승인 2016.01.05 13:04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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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서비스산업 1위여야 가능…야당 "철저히 검증해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70만개를 만들 수 있다. 청년들은 이 법이 통과될 때만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강조하다보니 정부와 여당은 서비스법을 포함한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자리 70만개를 만들 수 있는 법은 왜 아직 통과되지 않았을까. 야당은 무슨 이유로 반발하는 것일까.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인데 야당은 권력 진흙탕 싸움에만 혈안이 돼 무책임하게 법안 처리를 방기하고 있다"며 "도 넘은 법안 발목잡기로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들과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법 등 쟁점법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 돌린 셈이다.

◇ 서비스법, 내용이 뭐길래

서비스법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원론적인 수준의 기본법이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 개발, 투자 확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서비스산업 선진화 위원회를 운영토록 했다. 특성화 교육기관 지정, 서비스산업 전문연구센터 등을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비스법은 19대 국회가 문을 연 2012년 7월 정부가 제출했다. 지난 18대 국회에도 제출됐으나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정부는 이 법안이 없다고 해서 서비스산업 발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법안 초안을 마련했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이후 총 13차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왔다. 과제 점검이 이뤄졌던 2011년 8월까지 총 695개 과제 가운데 433개(62.3%)가 완료됐고, 217개(31.2%)가 정상 추진중으로 분류됐다. 45개(6.5%) 과제만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됐다. 그나마 지연 과제 가운데 상당수가 투자병원 도입, 의료법인 영리사업 허용 등 의료 민영화 논란과 관련있는 내용들이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산업 고용인원은 2006년 1533만명에서 2011년 1686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기간 66.2%에서 2011년 69.9%로 커졌다. 다만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저부가가치(Low-paying job) 서비스산업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는 탈공업화 양상일뿐, 질적 성장을 이룬 것은 아니다.

◇ 일자리 70만개 주장에 숨겨진 어이 없는 가정

그러면 이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정말 일자리 70만개가 늘어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이 제시한 일자리 70만개 효과의 근거는 KDI의 분석 자료다. KDI는 서비스산업 발전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지난 4월 제출했다. 여기에서 "서비스산업이 미국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발전한다면 2030년까지 69만1700명의 취업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은 서비스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잘 발달한 나라다.

가정에 따라 고용효과 추정치도 다르게 나타난다. KDI는 독일 수준이 된다면 15만4300명, 네덜란드 수준이 된다면 33만5000명 고용 효과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서비스산업 대책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내용을 마련하고, 100% 계획대로 이행된다는 전제가 있어도 미국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창출 효과를 확정적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 통과로 서비스산업에 혁명적 발전이 이뤄지거나 미국처럼 발전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장밋빛 수치만 언급하며 여론을 호도할게 아니라 부작용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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