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저비용항공사, '안전의 덪' 넘어서야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1.04 1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령 축소, 기장 진급 연한 확대 등 필요해
저비용항공사들이 외형 확장뿐만 아니라 안전 등 내실도 다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사진=제주항공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가 잇따라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저비용항공사들이 외형 확장뿐만 아니라 항공기 기령 축소, 기장 진급 연한 확대 등 안전·관리 내실 다지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3일 필리핀 세부 막단공항을 이륙해 김해공항으로 비행하던 진에어 LJ038편이 출입문 굉음과 승객들 두통 등 신체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나오지 않았지만 출입문이 완전하게 닫히지 않아 틈이 생긴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김포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이 비행 중 기내압력조절장치가 작동되지 않으면서 1만8000 피트에서 8000 피트로 급강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조종사가 기내 압력조절장치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출발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평하고 있다. 2005년 8월 121명이 사망한 그리스 헬리오스 항공기 추락 사고는 제주항공과 유사하게 기내 기압 장치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사고였다. 기내 압력을 유지하는 여압 장치 설정을 자동으로 하지 않아 조종사와 탑승객들이 의식을 잃었고 추락했다.

진에어 사고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1974년 3월 346명이 사망한 터키항공 981편은 비행 중 화물칸 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유압이 상실돼 추락했다. 최신 항공기 출입문은 기압을 역이용해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게 설계됐지만 작은 오차에도 추락하는 항공기 특성상 사고 유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 안전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외형은 성장했지만 안전 등 내실 다지기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항공기 기령을 낮추고 정비 주기를 높일 필요가 있다. 저비용항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새 비행기를 들여 오는 것보다 중고 비행기를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선 법적으로 항공기 기령을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새 비행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비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보유한 비행기 21대 평균 나이는 11.1년에 달한다. 에어부산 항공기 평균 기령은 14.5년이고 이스타항공은 13.7년이다. 그나마 진에어는 최근 신규 제작 항공기를 들여오면서 평균 기령이 10.0년으로 타 항공사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진에어 나머지 비행기는 2000년 안팎에 만들어진 낡은 비행기다.

조종사 경험도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FSC)에 비해 부족하다. 한 대형항공사에선 부기장이 기장이 되려면 민간 출신은 평균 13년, 군 출신은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 반면 저비용항공사에서는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빨리 기장이 될 수 있다.

최신 항공기에는 고도화된 자동항법장치가 설치돼 있음에도 조종사 능력과 경험은 중요하다. 항공사고 통계를 기록한 웹사이트인 플레인크래시인포(planecrashinfo)에 따르면 비행기 사고 원인에서 조종사 과실이 지난 50년간 50%로 가장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 빡빡한 스케줄도 해결해야 한다. 저비용항공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은 노선 확장, 노선 증편 등으로 비행 시간을 늘려왔다”며 “조종사 피로도와 항공 정비 관리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관리 실태 및 규정준수 여부를 일제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에어인천 등 6개 사다. 국토부는 점검 결과를 토대로 ‘LCC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