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과제와 전략] 샌드위치된 대한항공, 새 먹거리로 위기 탈출한다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5.12.29 17:57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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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와 중동항공사로 입지 점점 좁아져···조종사 인력 유출 문제도 해결해야
대한항공 A380이 이륙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2016년은 대한항공에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중동항공사가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하늘 길 장악에 나섰다. 중·단거리 노선에는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를 확장하고 있다.

조종사 유출도 고민거리다. 미래 대한항공을 이끌 부기장들이 저비용항공사로 이직하고 있다. 기장은 중국 항공사로 떠나고 있다. B737과 같은 중소형 항공기 경우 필요 조종사 수가 한계에 달했다.

코너에 몰린 대한항공은 사업 다각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항공우주 사업은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호텔 사업은 저조했지만 앞으로 여객과 연결해 실적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샌드위치 된 대한항공···중동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공습

세계 항공 시장 추세가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FSC)에 불리한 환경으로 돌아가고 있다. 유럽의 경우 아일랜드 저비용항공사인 라이언에어 등 저비용항공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중동 3사(에미레이트항공·에티하드항공·카타르항공)가 저가 항공권으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경영이 악화된 유럽 대형항공사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에어프랑스-KLM는 10월 초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독일 루프트한자도 지난 11월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다 60년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을 경험했다.

대한항공도 내년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성장세가 가파르다. 저비용항공사 2008년 국제선 점유율은 0.05%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국제선 점유율이 14%로 크게 늘었다.

대한항공 텃밭인 장거리 노선도 저비용항공사들이 노리고 있다. 진에어는 중대형 항공기를 앞세워 하와이 호놀룰루 등 중장거리 노선까지 운항을 시작했다. 그나마 진에어가 대한항공 자회사인 것이 다행인 점이다. 하지만 에어부산, 이스타 등도 장거리 노선을 개발할 계획으로 알려져 앞으로 장거리 시장마저 저비용항공사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중동 항공사와 경쟁도 버겁다. 중동 항공사들은 세계 각국에 하루 안에 이동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값 싼 항공료로 환승 수요를 끌어 당겼다. 이들 항공사 지난해 국내 수송객은 68만5388명으로 2011년 50만5142명에서 35%나 늘었다. 이들 중 87%인 59만4000여명은 인천을 출발, 중동을 경유해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승객이었다.

특히 장거리 노선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 등 프리미엄 좌석은 항공사 여객 수입의 20~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시장을 지키는 것이 급하다. 더구나 아랍에미레이트는 두바이 노선을 기존 주 7회에서 주 21회까지 대폭 늘려 달라고 요구 하고 있는 상황이다.

◇ 떠나는 조종사들도 붙잡아야

조종사 유출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특히 부기장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기장들은 주로 저비용항공사로 이직하고 있다. 기장 경력을 빨리 쌓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에선 부기장이 기장이 되려면 민간 출신은 평균 13년, 군 출신은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 반면 저비용항공사에 있으면 대한항공보다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빨리 기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항공기를 몰 조종사들이 부족해졌다는 점이다. B737과 같은 작은 비행기를 운용하기 위해선 부기장이 5.5명에서 6.5명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4.5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B737을 많이 운영하는데 그만큼 인력이 유출된 탓이다.

기장의 경우 중국으로 떠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는 국내 항공사 임금 3배를 주고 기장을 데려 간다. 국내 항공사가 빠져나가는 인력을 잡기 위해선 임금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선 경쟁이 심화된 항공시장 상황에서 인건비를 늘리는 건 부담이 되고 있다”며 “대한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임금 협상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건 이 때문”이라 밝혔다.

◇ 새로운 먹거리 찾아야하는 대한항공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부품 사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2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933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항공기 부품 사업은 항공우주사업 부문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만큼 항공기 부품 사업 성장세가 가파르다.

내년에도 기대해볼만 하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A330네오(NEO) 항공기의 날개 구조물 샤크렛(sharklet)을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세계 유수의 항공기 부품 제작사들을 제치고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이어서 향후 추가 수주 기대감이 크다.

호텔사업도 대한항공이 기대를 걸고 있는 부문이다. 대한항공은 경복궁 인근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으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290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중부교육청에 정화구역 내 금지시설 해제 신청을 냈지만 수용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호텔건설 사업이 무산됐다. 대신 대한항공은 문화융합센터인 K-익스피리언스(Experience)를 지하 3층~지상 최고 5층 규모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 여객 수요로 인해 아시아 항공 시장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며 “다만 대형항공사의 경우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어 다양한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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