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국내 습격 카드는 콘텐츠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5.12.29 08:28
  • 호수 136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준호 감독 신작에 580억원 투자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 사진=넷플릭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국내 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핵심 카드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라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지난 11월 10일 봉준호 감독 신작 <옥자>에 5000만 달러(약 58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봉 감독은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스스로 경신하게 됐다. 직전 최고액은 <설국열차> 순제작비 438억 원이었다.

넷플릭스는 왜 콘텐츠 투자를 한국 진출 첫 카드로 꺼내든 걸까?

◇ 가격경쟁력 저하‧콘텐츠 업체와의 협상 난항

업계는 가장 큰 원인을 가격경쟁력 저하에서 찾는다.

국내 인터넷TV(IPTV) 시장은 통신3사가 공고히 분점하고 있다. IPTV요금은 휴대전화 요금과 연동된다. 결합 상품으로 신청하면 실제 요금납부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리되면 월 1만 원 대로 예상되는 넷플릭스의 가격경쟁력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국내 케이블TV와 위성TV 시장 역시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현실적 이유도 있다. 넷플릭스 측과 국내 콘텐츠 업체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콘텐츠를 서비스하지 못하는 스트리밍 업체는 고객확장을 할 수 없다.

여기서 넷플릭스가 꺼낸 카드가 콘텐츠다. 이미 넷플릭스는 노림수를 세간에 밝혔다.

지난 10월 29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넷플릭스 조너선 프리드랜드 커뮤니케이션 총괄책임자는 “한국에서 가격으로 경쟁하는 전략을 쓰지 않고 독점콘텐츠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볼 것”이라 공언했다.

넷플릭스가 이미 콘텐츠 경쟁력을 담금질하고 있다는 점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시장과 평단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오바마 대통령의 본방사수 덕에 세계적 유명세도 탔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이 경쟁력을 한국 시장에서도 발휘할 것이라 본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가장 높은 수준의 크리에이터에게 충분한 돈과 창작의 자율성을 주고 작업한다. 한국의 경우 첫 선택은 봉준호다. 앞으로 박찬욱은 물론 방송계 나영석도 넷플릭스와 손잡을 수 있다. 제작사도 제안을 받으면 협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류 콘텐츠 확보를 궁극의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여

넷플릭스가 단순히 국내 시청자층만을 겨냥하기 위해 카드를 꺼냈다고 보는 이는 적다.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은 한계가 있는 탓이다.

궁극적 목표는 한류 콘텐츠 확보가 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코리아가 국내 연출자를 고용해서 제작한 작품을 한류브랜드에 실어 중국에 수출하면 수익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넷플릭스의 국내 대항마도 달라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빅데이터 기반 영화추천서비스업체 왓챠를 꼽는다.

하지만 대항마군은 왓챠나 IPTV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콘텐츠 기업과 제작사도 넷플릭스 효과의 영향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영화 <옥자> 투자를 손쉽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