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88’에 담긴 CJ E&M의 성장 전략
  • 고재석 기자 (jayko@sisabiz.com)
  • 승인 2015.12.24 18:35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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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브랜드로 콘텐츠 경쟁력 확보…해외시장 진출에도 긍정요소
CJ E&M 주요채널의 시즌제 프로그램 현황 / 표=시사비즈

“나영석 프로듀서(PD) 같은 검증받은 연출자를 통해 시즌제 브랜드를 만든 뒤 일부 사전제작해서 계속 다음 시즌을 만드는 구조다.”(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연구원)

올 한해 CJ E&M 콘텐츠의 상승세는 파죽지세였다. 여름은 더 지니어스, 가을은 삼시세끼, 겨울은 응답하라1988이 이끌었다. 모두 시즌제 프로그램이다.

업계는 CJ E&M이 오랜 기간 콘텐츠에 집중 투자한 결실을 시즌제를 통해 거두고 있다고 판단한다.

시즌제는 장점이 많은 콘텐츠 형식이다. 프로그램 포맷을 이해하는 시청자가 많다보니 시즌 2,3으로 갈수록 기본 시청률이 보장된다. 열성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몰입도도 높다보니 일정 수익이 보장된다. 

미국 미디어 업계는 시즌제를 적극 활용한다. 프렌즈 같은 시즌제 드라마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리즈물이 대표 사례다.  

국내 지상파 방송국은 편성 제약 탓에 시즌제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강보라 연구원은 “국내 지상파 방송국 중 시즌제를 공세적으로 편성할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틈새를 방송채널사업자 CJ E&M이 파고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저변을 만든 핵심 3인방은 모두 KBS 출신이다. 최근 인사에서 상무대우로 승진한 이명한 tvN 본부장, 삼시세끼 나영석 PD, 응답하라 신원호 PD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 사진=tvN

◇CJ E&M, 시즌제 콘텐츠로 수익 확대


시즌제는 시청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터라 광고주에게도 매력적인 프로그램 형식이다.

CJ E&M​은 시즌제 콘텐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광고단가가 올라 수익이 크게 늘었다. 방송 광고시장이 지속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CJ E&M​은 틈새를 찾아낸 것이다.


동부증권 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방영된 tvN 삼시세끼 정선편의 광고단가는1035만원(15초기준)이었다. 동시간대 지상파 광고단가(MBC 세바퀴1155만원, KBS2 나를 돌아봐1106만원)와 비슷하다.  

황금시간대인 밤 10시~11시 프로그램 광고단가 역시 각각 전월대비 50.9%, 42.9% 올랐다.  

박상하 동부증권 선임연구원은 “광고주 입장에서는 시즌제 비중을 확대하며 시청자 몰입도를 높여가는 킬러 콘텐츠에 광고를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선호하는 프로그램만 골라보는 시청행태를 반영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 방송산업 신규성장 동력의 발판이 될 시즌제


방송산업은 지각변동하고 있다. 광고과 방송수신료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광고와 방송수신료는 방송사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2012년 그 비중은 83%에 달했다. 지난해는 8% 하락한 75%에 그쳤다.  

원인은 미디어 시청환경 변화에 있다. 텔레비전 앞에서 ‘본방사수’하며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시청자는 갈수록 줄어든다. 이제 시청자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능동적으로 시청한다.

이 기회를 틈타 확대된 콘텐츠가 VOD(주문자비디오 조회시스템)와 웹 콘텐츠다. CJ E&M은 이 구간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국내 VoD 시장규모는 최근 2년 간 연평균 30% 가까이 성장했다. 내년 시장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CJ E&M의 VOD​ 매출액(방송+영화)도 최근 2년간 연평균 24% 성장했다. 점유율은 2014년 기준으로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도 핵심은 시즌제 프로그램이다. 응답하라, 꽃보다, 삼시세끼 시리즈를 통해VOD​ 판매가 지속 성장한 효과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 사진=tvN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VOD​ 등 콘텐츠 판매는 핵심 프로그램 방영 여부에 따라 시기적으로 변동성이 컸다. 하지만 시즌제 편성 프로그램 수가 증가하면 콘텐츠의 흥행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CJ E&M 콘텐츠 전반의 이익 안정성은 더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웹 예능에 기반을 둔 온라인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도 강세가 예상된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유리…향후 유통과 콘텐츠를 결합할 것으로 보여


CJ는 해외시장 공략에 시즌제 콘텐츠를 활용할 전망이다.

강보라 연구원은 “꽃보다 할배(누나) 브랜드를 아는 시청자는 다음 시즌 프로그램도 시청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CJ가 유통과 콘텐츠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이 판매하는 식음료에 CJ E&M이 제작한 시즌제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곁들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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