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최태원, 30대 총수 등극...계속된 고초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2.22 10:06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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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생인 최태원 SK회장은 아버지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별세한 직후인 1998년 9월 SK(주) 회장직에 올랐다. 만으로 37세에 불과했다.

재계는 최 회장이 무난하게 경영권을 승계 받은 것에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30대 대기업 총수 등장이라는 것과 함께 그가 창업주 아들들을 제치고 경영권을 승계한 것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최 회장은 당시 가족회의 끝에 만장일치로 경영권 승계자가 됐다. 당시 가족회의에는 최종건 창업주 아들들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 최신원 SKC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참석했다. 잠재적 경쟁자였던 사촌들과 동생의 지원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이어받게 된 것이다.

최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후 SK는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1994년 인수한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이 1990년 후반부터 시작된 이동통신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어 2008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하며 통신 시장의 절대강자인 KT의 진정한 맞수로 거듭났다. SK는 이어 2011년 11월 하이닉스를 3조4267억원에 인수하며 반도체를 그룹의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SK는 이 같은 성장으로 재계순위가 1998년 당시 5위에서 현재 3위로 상승했다.

최 회장은 그룹이 성장하던 와중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03년 발생한 SK-소버린 사태에선 경영권 위협을 받기도 했다. 소버린자산운용이 순환출자구조 정점에 있던 SK 지분 14.99%를 매입한 후 최 회장의 교체를 주장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

당시 최 회장이 가진 SK 지분은 0.11%이고 SK 계열사가 가진 지분을 모두 합해서 23.5%에 불했다. 2년여 분쟁 끝에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총수 일가의 낮은 지분과 외국계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최 회장은 지주회사 SK 지분 23.21%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두 차례나 구속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03년 2월 SK그룹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관련해 구속 기소됐다. 소버린 사태 당시 소버린은 최 회장의 구속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대법원 판결이 있던 해인 2008년 8.15 특사를 통해 사면됐다.

두번째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2012년 1월이다. 그가 2008년 계열사 18곳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497억원을 동생과 김준홍 베넥스 대표와 공모해 빼돌린 혐의였다. 당초 불구속 기소됐던 최 회장은 2013년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징역4년을 확정했다. 그는 지난 8월 광복절 특사 전까지 2년 6개월 넘게 수감생활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14일 새벽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며 의정부교도소를 나올 당시 손에 성경책을 쥐고 있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SK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최 회장이 출소 후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함께 기소된 후 동생 최 부회장은 1심 무죄 후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부회장은 형과 달리 사면받지 못한채 여전히 수감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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