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통 이어받은 유엔페이뱅크 추가 피해자 양산할라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5.12.17 18:42
  • 호수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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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유엔코인 다단계 사기’ 보도 후 금융당국 유엔코인재단 검찰에 고발

시사저널은 지난 12월1일 유엔코인재단의 가상화폐를 내세운 신종 다단계 사기 행각에 대해 단독 보도한 바 있다.<1363호 ‘가상화폐 빙자한 신종 다단계 사기 주의보’> 그리고 본지 보도 직후인 지난 12월3일 금융감독원이 유엔코인재단의 혐의를 파악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 방침 알려지자 홈페이지 폐쇄 후 잠적

본지 보도에 따르면, 유엔코인재단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가상화폐인 ‘유엔코인(UNC)’을 판매한 후 수익금을 착복해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했다. 유엔코인재단은 특히 유엔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며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이들은 재단의 설립 목적이 유엔(UN·United Nations) 산하 비정부기구(NGO) 후원을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 유엔코인재단이 출범하면서 유엔코인 미국본부가 인증하고, 뉴욕에 소재한 유엔 후원 기구 ISEA재단이 후원했으며, 유엔코인이 유엔세계화평재단 공식 코인으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내걸었다. 비트코인의 성공 사례를 제시하며 유엔코인의 가치도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며, 여기에 원금 보장은 물론 연 2%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 시사저널 포토

유엔코인재단은 산하에 판매 조직인 유엔코인핀테크를, 다시 그 아래에 다수의 영업 조직을 두고 불법 다단계 식으로 가상화폐를 판매했다. 판매대금 대부분은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유엔코인재단 대표를 자처한 이 아무개씨 일당에게 흘러들어갔으며, 일부는 현금화돼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유엔코인재단이 올린 수익은 최소 15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피해자들 상당수가 현재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검찰 수사 결과 피해 규모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보도 이후 본지는 유엔코인재단 측으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다. 자신을 유엔코인재단 이사라고 밝힌 한 관계자는 “유엔코인재단은 유엔과는 무관한 단체이고, 관련이 있다고 홍보한 적이 없다” “투자자들 피해만 피해냐, 기사로 유엔코인재단이 입은 손해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홈페이지의 사진을 왜 무단으로 도용했느냐”며 항의했다. 그러면서 정정보도 및 온라인 게재 중지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메일을 보내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상화폐를 불법 다단계 식으로 판매한 내용은 물론 이를 착복한 사실에 대한 해명은 단 한 줄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요구를 거절하자 이번에는 유엔코인재단의 법률 자문임을 자처하는 이가 연락해 온라인에 기사를 올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역시 다단계 사기 의혹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그에게 “변호사시냐”고 묻자 “변호사는 아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엔코인재단 측은 본지를 상대로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 금감원의 검찰 고발 방침이 전해지자 유엔코인재단은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종적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엔코인재단은 유엔페이뱅크로 간판을 바꿔 달고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유엔페이뱅크는 유엔코인재단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주축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기존 주요 인사들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뒤 자신들이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은 가상화폐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코인 미국본부의 인증과 ISEA재단의 후원을 받아 설립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모두 유엔과 무관하며 실체조차도 모호한 조직이다. 금감원 역시 이들 단체가 유엔과 연관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엔페이뱅크는 유엔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역시 유엔 산하 조직이 아닌 ‘유엔 제5사무국 한반도 설치 위원회’와 함께 다양한 기부 행사를 진행하며 선행 이미지를 쌓는 식이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내놓는 건 가상화폐다. 실제론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셈이다. 또 유엔코인을 포함한 다른 가상화폐들을 비판하며 자신들은 기존의 사기 업체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12월1일 발행한 제1363호에서 유엔코인재단의 다단계 사기 행각을 단독 보도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유엔페이, 판매 나설 경우 금융 당국 제재

유엔페이팽크는 판매 조직인 유엔페이컨소시엄을 통해 가상화폐를 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판매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유엔페이뱅크에 적용할 마땅한 혐의가 없다. 그러나 판매를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융 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유엔페이뱅크는 수신 행위에 대한 금융 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사의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향후 막대한 수익이 보장되며 매년 2~3%의 이자도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향후 투자금을 모집할 경우 명백하게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사정 당국은 다단계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에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감원 등은 유관기관 실무회의를 열어 유사수신 근절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금감원은 가상화폐를 내세운 다단계 사기를 중점 단속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를 앞세운 신종 다단계 행각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여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단속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금융 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않은 유사수신행위가 불법으로 규정은 돼 있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는 사실상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법원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단계 사기나 유사수신행위 위반이 의심되는 업체라 하더라도 피해자 없이는 쉽게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단계 사기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사정 당국은 피해 사례가 접수된 이후에야 뒤늦게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들이 투자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 당국이 관련자들을 검거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미 투자금 대부분이 빼돌려진 이후이기 때문이다. 다단계 사기의 경우 피해자가 많고 사안이 복잡해 수사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피해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단계 사기에 대한 사정기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수사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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