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라크 진출 시작으로 해상 경호까지 활동 반경 넓혀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12.10 16:46
  • 호수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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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MC의 과거와 현재

군인공제회가 지난 11월27일 민간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PMC의 세계 시장 규모는 11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우선 경호·경비 분야 진출을 검토 중인데,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중요 시설이나 지하철·공항 등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시설 경비와 해상 선박 등 민간 대상 경호 업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 밖에도 폭발물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업체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9조2000억원을 운용하고 있는 군인공제회가 PMC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국내 PMC업계의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10여 개의 PMC업체가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적 백색 테러가 증가하면서 PMC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PMC의 역사와 규모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일천한 수준이다. 서양의 PMC는 이미 16~18세기 영국의 동인도회사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PMC의 수가 500개가 넘는다. 양욱 AWIC 대표는 “2015년 세계 플랜트 시장 규모가 1조1000억 달러(약 128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사업 총액의 약 10%인 111억 달러(약 12조8000억원)가 PMC 관련 규모에 해당된다”면서 “그러나 우리 국내법에는 국내 기업이나 한국인의 민간 군사 활동에 대한 근거나 법률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PMC는 지난 2004년 이라크 전후 재건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본격화됐다. ⓒ EPA 연합

“NKTS가 국내 PMC의 시초”

국내 PMC의 시초는 2003년 무렵 만들어진 ‘NKTS’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경호 업무를 맡고 있던 최 아무개씨가 설립한 NKTS는 2003년 9월 요르단 왕실의 경호 업무를 시작으로 중동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현지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2004년 초에는 이라크 현지에 국내 직원 20여 명을 최초로 파견했고, 키르쿠크 지역의 경찰 경호 교육을 수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탈레반들에게 이라크를 방문한 목사들이 대거 납치되면서 정부의 지침에 따라 현지에 파견된 국내 직원들도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NKTS가 파견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이라크 현지에 있었던 PMC 관계자 A씨는 “파견 직원들에게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아 국내로 복귀할 때 직원들이 자비로 요르단을 경유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직원들이 체불 임금을 이유로 고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NKTS는 2004년 6월 김선일씨 피랍 사건을 계기로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현지 경험을 살려 테러단체와 직접 접촉을 시도한 것인데, 결국 김선일씨가 살해되면서 NKTS도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최씨 역시 2005년 파산 이후 수억 원대의 빚을 지면서 사기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돈을 받아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해 다시 한 번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2004년은 전후 복구·재건 사업으로 한국 기업들의 이라크 진출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A씨는 “당시 현대·두산·코오롱·경남기업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대거 이라크에 진출했다”면서 “이에 발맞춰 한국 기업의 경호·경비 업무를 위해 국내에도 PMC가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업체가 ‘STW’다. 1993년 설립된 CRM 기반 콜센터 구축 전문 회사인 예스컴은 통신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전문화된 경호·경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2004년 3월 보안 경호 전문 회사 STW를 설립했다. 당시 STW는 오무전기·동아ITT 등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PMC 시장에 진출했다. STW에 소속돼 현지에 파견됐던 B씨는 “이라크 진출 기업들과의 계약에 연이어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PMC 사업을 진행했다”면서 “그러나 김선일씨 사망 후 정부의 지침대로 모두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선일씨 사망 후 지지부진했던 중동 지역 PMC 사업은 2004년 말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에 자이툰 부대가 들어서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자이툰 부대에서 필요한 여러 물품들을 국내 업체가 납품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향군인회 해외사업단이 자이툰 부대에 제공한 쌀·식수 등과 축협이 제공한 고기·달걀 등이다. A씨는 “PMC는 단순한 경호·경비 업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PMC들은 이미 그룹화되고 있다. 경호·경비 업무는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이와 더불어 물류·유통, 건설·관리 등 부대가 주둔하는 데 필요한 제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면서 “엄격하게 말해 PMC란 정규군과 계약을 맺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자이툰 부대와 맺은 계약이 최초의 국내 PMC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재향군인회가 자이툰 부대에 제공한 식음료는 연 1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적들의 활동이 급증하면서 해상 보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사진은 해군특수전 요원들의 훈련 모습. ⓒ 연합뉴스

이라크 넘어 아프가니스탄, 해상 경호까지

이후 블렛케이·인텔엣지(현 해치글로벌)·맨티브 등 여러 PMC들이 설립됐다. 이 중 블렛케이는 2010년 4월 특전사 부사관 출신들을 중심으로 국내 PMC 중 가장 먼저 아프가니스탄에 진출했고, 2011년에는 이라크 바그다드 내에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블렛케이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태화산업개발에 발주한 발전소 공사 현장 경비를 맡았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 안에 있는 KOICA 소속 병원 인력의 경호와 재향군인회 해외사업단 물류 호송 경비 등을 책임졌다.

PMC의 활동 영역이 육상 보안 업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라크 재건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PMC들은 해상 보안 업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소말리아 해적들의 활동이 급증하고 2011년 삼호주얼리호의 피랍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상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현역 PMC 직원으로 활동 중인 C씨는 “정규군이 상선을 모두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규군의 임무는 사전 대비보다는 사후 구출에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국내법상으로 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 업체에서 무기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 필요” 
국내 PMC 1세대 A씨

 

국내 PMC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그 역할 역시 다양해지고 있지만 해외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민간 군사업체(PMC)에 10여 년간 종사해 국내 PMC 1세대로 통한다. A씨는 국내 PMC가 외국에 비해 자본과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실전 경험의 부재가 가장 뼈아프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PMC 분야에서 근무했나.

2004년 국내 기업들의 이라크 재건 사업 진출 초기부터 일했다. 요르단·터키·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근무했다.

국내 PMC의 가장 취약한 점은.

현지에서 근무한 경험에 비춰보면 실전 경험이 없는 것이 가장 뼈아팠다. 외국 PMC의 경우 정규군과 함께 직접 작전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10년 이상 군 생활을 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경비·경호 업무를 수행했지만 실제 교전이 있었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현재 국내에서 PM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국내 PMC의 수준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투자를 통해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고 뛰어난 장비를 갖출 수 있다면 한국 PMC의 실전 능력도 외국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국내 PMC의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일단 투자가 미미하다. 투자 없이는 성과도 있을 수 없다. PMC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시각도 걸림돌이다. PMC에는 실전에 투입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사업이 존재한다. 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PMC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점은.

PMC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특수부대 하사관 출신들이다. 강한 체력과 제반 군사 기술은 대부분 습득하고 있다. 오히려 요구되는 점은 언어 문제다. 영어가 필수적이다. 또한 현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중동 지역의 역사와 종교에 대한 현지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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