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세금회피 막는 ‘구글세’ 도입 가시화
  • 이민우 기자 (woo@sisabiz.com)
  • 승인 2015.11.18 16:59
  • 호수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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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조세소위, 관련법 잠정합의…구글코리아·애플코리아 등 경영현황 파악 가능해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18일 다국적 기업에 국제거래정보 통합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 사진=뉴스1

구글·애플·아마존 등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막는 이른바 ‘구글세’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내년부터 구글코리아나 애플코리아 등 다국적기업은 국내외 법인의 경영 현황이나 국제거래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보고서를 과세당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아직 구글세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세 당국은 이 보고서를 수집해 다른 나라와 공유함으로써 다국적기업의 소득과 국가별 세금, 사업활동 배분내역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과세를 위한 기초 자료로 쓰겠다는 의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8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다국적기업에 경영정보 및 이전가격 관련 거래현황이 담긴 국제거래정보 통합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구글세 도입의 첫 걸음을 뗀 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납세의무자는 국제거래에 관한 정보를 기재한 국제거래명세서를 과세당국에 제출하고 있다.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를 하는 다국적기업도 ‘국제거래명세서’와 함께 ‘국제거래정보 통합보고서’를 추가 제출하도록 했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제거래정보 통합보고서는 다국적기업의 국내외 법인 경영 현황과 국제거래 전반에 관한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다국적 기업의 전체 법적 소유구조, 자회사·사무소의 지리적 위치, 현지법인의 사업 및 사업전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명시된다.

개정안 처리에 잠정 합의한 배경은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가 심각한 수준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다국적기업들은 조세회피지역에 자회사를 두고 특허권을 몰아준 뒤 다른 나라에 있는 현지법인이 이 기업에 로열티를 내는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EPS)’으로 세금을 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기준 BEPS로 인한 각국의 법인세수 감소분이 최대 2400억 달러(약 2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기준 해외법인 9532개 중 4752개가 법인세 납부 실적이 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49.9%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90개 해외법인 중 15개 법인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세당국은 향후 국제거래정보 통합보고서를 통해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용 기업구조조정이나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회사의 지배구조 및 거래관계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하면 곧바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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