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건설사’들...퇴출 공포에 떤다
  • 노경은 기자 (rke@sisabiz.com)
  • 승인 2015.11.16 10:41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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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곳 수두룩...금융당국, 은행권에 구조조정 압박
지난 15일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는 철강·석유화학·건설·해운 등 4대 업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사진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사진 = 뉴스1

#계룡건설은 대전에 기반을 둔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23위의 중견 건설사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부채비율이 두자릿 수에 불과한 재무 건전성이 괜찮은 기업이었다. 참여정부 들어 주택시장이 호황기를 맞자 주력인 토목·건축 비중을 줄이고 민간 주택사업 에 치중했다. 그러나 분양률 저조로 경영난이 가중됐다.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330%에 달하고 이자보상배율은 2014년 말 기준 -4.2에 달한다. 장사해서 번 돈으로 차입금 이자도 못 갚는 부실 징후 기업이 된 것이다.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된 가운데, 퇴출선상에 놓인 일부 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 실무자들은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주문하자 부실 기업 가려내기 작업에 돌입했다.

통상 건설사의 안정성과 현금흐름을 가늠할 때 이자보상배율 및 부채비율 등을 평가기준으로 삼는다. 업계는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부채비율 200% 이상이면 부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계룡건설(-4.2) ▲한화건설(-3.8) ▲동부건설(-3.5) ▲대림산업(-3.3) ▲경남기업(-1.8) ▲쌍용건설(-0.1) ▲SK건설(0) ▲KCC건설(0.1) ▲코오롱글로벌(0.1) ▲GS건설(0.4) ▲한라(0.4) ▲두산건설(1.0) 등의 이자보상배율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 미만을 기록했다.

이가운데 ▲한라 ▲KCC건설 ▲쌍용건설 ▲경남기업 ▲동부건설 ▲한화건설 ▲계룡건설 등은 부채비율도 200%가 넘어 부실징후가 있는 위험 그룹으로 분류된다.

특히 경남기업은 지난 2013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워크아웃을 통해 채권단으로부터 3433억원을 지원받았으나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올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부실기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도급순위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GS건설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이다.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이자도 갚을 수 없다는 의미로 잠재적 부실 기업 으로 분류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187%에서 2015년 상반기 기준 285%로 100% 가량 늘어나는 등 재무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SK건설은 지난해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0.01로 나타났다. 다행히 2014년 말 374%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15년 상반기에는 281%까지내려갔지만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편이다.

업계는 좀비기업 솎아내기를 위한 구조조정이 제 시기에 이루어지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참여정부 때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무리해서 시장에 뛰어들었던 건설사들이 많은데, 구조조정을 제때 못한 탓에 부실이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시간을 끌수록 시장 전반에 불안 요인이 가중되는 만큼 매 맞을 각오를 하고 부실기업 문제를 빨리 매듭짓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대상 선정과 발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나 금융권에서 회계 수치로만 부실기업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건설업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인 만큼 수주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지, 내부 인력 구조나 사업역량 관리 등 성장기반은 어떤지도 함께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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