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막 오른 세법 전쟁...곳곳에 암초
  • 이민우 기자 (woo@sisabiz.com)
  • 승인 2015.11.10 17:07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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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법인세 인상 이뤄질 것인가 쟁점 법안 수두룩...업무용 고급차 과세 여부도 관심
강석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세소위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연말 예산 정국의 한 축인 ‘세법 전쟁’이 본격화됐다. 여야와 정부는 업무용 차량 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세 차례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종교인 과세도 관심의 대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0일 오후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세법 심사에 착수했다. 조세소위는 오는 27일까지 11차례 회의를 열어 정부와 의원들이 제출한 소득세·법인세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추산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효과는 연간 1조892억원이다.

현재 조세소위에 상정된 세법 개정안은 200여개다. 이 중 정부가 제출한 것은 예년에 비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소폭 조정하는 내용이 많다. 지난해에는 담뱃세 인상, 가계소득증대세제 3종세트 등 파급력이 크거나 구조적 변화를 꾀하는 법안이 많아 극한 대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 ‘만능통장’ ISA 도입…고소득자 혜택·실효성 논란일 듯

우선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 도입을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ISA 도입 방안을 담았다. ISA는 예금, 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가입자가 선택하는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다.

ISA는 근로·사업 소득자가 5년 간 연간 최대 20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발생하는 소득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200만원 초과 분에는 9%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저축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ISA 이용 계층이 도입 취지와 달리 고소득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소득 상위 계층에만 혜택을 주는 대표적인 ‘고소득층 혜택’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가계샘플을 분석해 보면 ISA 가입 대상자 중 고소득층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가 저축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근로소득자 또는 자영업자 중 연간 2000만원의 저축을 할 수 있는 소득자는 소득 상위 계층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가입대상을 은퇴자나 구직자까지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비과세 혜택한도(200만원) 만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업무용 차량 과세, ‘비용 처리 제한 vs 통상 마찰’

업무용 차량의 과세 강화 방안을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법인용 자동차를 개인용으로 쓰고 세금을 탈루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올해 세법 개정안에 세금 혜택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50% 비용 인정 ▲운행일지 등 업무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경우 추가 혜택 ▲회사 로고 부착시 전액 비용 인정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정안에는 차량 혜택 상한선이 없다.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혜택도 늘어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2억5000만원대 고급 차량은 5년간 6700만원의 혜택을 보지만 1600만원짜리 차량은 700만원 밖에 안 된다. 박용주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업무 관련성 및 비용 인정 요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된 법안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봇물 터지듯 발의 된 상태다. 여야는 업무용 차량의 혜택 기준 강화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법안 대부분 3000만~5000만원 수준의 비용 처리 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차량가액 등을 비용처리 기준으로 정할 경우 통상마찰 우려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1990년 7000만원 이상의 차량에 대해 취득세율을 2배로 부과했다가 수출국으로부터 불공정 무역 규제로 지목돼 폐지된 바 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부담감이 크다.

◆ 종교인 과세·법인세 인상 논란 이어질 듯

세 차례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종교인 과세 법제화가 성공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올해 종교인들이 얻는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상 ‘종교소득’으로 하고 수입액에 따라 20~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하는 과세 방안을 제출했다.

관건은 종교계의 눈치를 보고 있는 정치권의 태도다. 여야는 종교인 과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결정을 미뤄왔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이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총대를 멘 사람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10일 세법 개정안 심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졌다”며 “공평과세라는 큰 원칙에 비춰 기타소득이 아닌 근로소득 등으로 소득 유형을 구분하고 다른 소득과 공평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법인세 인상안도 쟁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 대기업 중심의 법인세 감세를 철회하고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함으로써 법인세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안을 발표했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고 1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도 기존 17%에서 18%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과 정부는 경기 흐름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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