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소득 600억원 미국 본토에 보냈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11.02 15: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 커뮤니티뱅크 내부 자료 단독 입수…방위비분담금 둘러싼 미국 정부의 거짓말
© 시사저널 포토

미국 정부가 한·미 방위비분담금을 통해 연간 수백억 원의 이자놀이를 한 커뮤니티 뱅크(Community Bank, 이하 CB)를 ‘미국방부 소유의 은행 프로그램’이라고 공식인정했다. CB가 ‘군사은행’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방위비분담금을 통해 얻은 이자 수익에 대한 면세 혜택을 주장한 것이다. 그 근거로 “방위비분담금에서 기인한 이자 수익만을 산정하기는 불가능하다”라는 점과 “발생한 이자 수익은 CB의 운영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CB 내부 자료를 보면, 방위비분담금을 예치한 은행과 예치금, 예치 기간, 이자율 등 이자 수익에 관한 모든 정보가 정확히 산출돼 있다. 또한 CB 핵심 내부 관계자를 통해 수백억 원의 이자 수익이 ‘미국 정부(Home Office)’로 들어가고 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영리 활동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던 미국 측의 꼼수가 본지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2015년 5월24일자 ‘[단독] 주한미군 불법 이자놀이 실태 최초 확인’, 2015년 5월31일자 ‘[단독] 국방부, 주한미군 이자놀이 국회에 거짓 보고’ 기사 참조>

CB는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현재는 뱅크 브아메리카(BoA)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금융 업무도 CB가 맡고 있으며, 연 1조원에 이르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역시 CB가 관리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이 문제가 됐는데, 그동안 미국 측은 CB를 ‘민간 상업은행’이라고 밝히며 이자소득을 ‘정당한 영리 활동의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CB를 상업은행이라고 볼 경우 이자소득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과세가 가능하다. 이를 피하기 위해 미국 측은 ‘CB는 미국 국방부 소속의 군사은행’이라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CB가 군사은행이라면 SOFA 제15조에 따라 ‘초청계약자’ 신분이 된다. 그런데 SOFA 제7조에는 “제15조에 따라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초청계약자=커뮤니티 뱅크)는…(중략)…본 협정의 정신에 위배되는 어떠한 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육군본부의 ‘한미행정협정 해설서’를 보면 이 의무에는 ‘영리 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가 포함돼 있다. 즉 군사은행으로서 초청계약자 신분인 CB가 이자소득을 올리는 영리 활동을 한 것은 SOFA 제7조를 위반한 것이다.

시중은행에 연 2~3% 이율로 이자놀이

미국 측은 영리 활동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방위비분담금을 통한 이자 수익을 정확히 산출할 수 없으며, 발생한 이자 수익은 미국 측의 이익이 아닌 주한미군을 위해 (CB의 운영비로) 모두 사용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한국이나 미국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의 이자소득 내역을 지금껏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본지는 CB가 방위비분담금을 관리하는 계좌와 2010년, 2012년, 2014년 시중은행을 통해 이자놀이를 한 거래 내역을 최초로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연 1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굴려 연 300억원대에 이르는 이자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실상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CB는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에 ‘7700’이라는 별단예금과 보통예금 계좌를 개설해 한국 정부로부터 일체의 돈을 받고 있다. 별단예금(Special Deposit)은 돈을 한시적으로 보관하는 일종의 금고 개념으로, 이 계좌에서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CB가 별단예금 외에 개설한 보통예금이다. 이 보통예금은 예금주 ‘미8군군사은행(BOA)’의 이름으로 1990년 2월1일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이태원지점에서 개설됐으며, 계좌번호는 100-003-5*****(구계좌: 320-01-0*****)다. 여기에는 연 0.1%의 이자가 붙는다. 이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이 연간 약 1조원이기 때문에, 이 계좌를 통해서도 연 10억원의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CB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계좌에 들어온 돈을 국내 시중은행 정기예금(TD)이나 양도성예금(CD)에 연 2~3% 이율로 예치했다. 즉 ‘한국 정부→신한은행의 별단예금(무이자)→신한은행 보통예금(0.1% 이율)→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또는 양도성 예금(2~3%대)’으로 이자놀이를 한 것이다.

CB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현 KEB 하나은행) 등 국내 은행은 물론 씨티·스탠다드차타드(SC)·HSBC·BoA 등 외국계 은행과도 거래를 했다. CB는 날짜별로 이자소득을 정확히 산출했는데, 2010년 7월13일 기준으로 예치액은 1조3730억원이었고 2.02~2.97%의 이율로 101억9132만6628원의 이자 수익을 올렸다. 2012년 11월31일 기준으로는 1조850억원을 2.70~3.29%의 이율로 예치해 82억 400만8208원을 거둬들였다. 2014년 4월8일 기준에서는 7650억원을 2.50~2.63%의 이율로 돌려 44억4249만3143원의 이자 수익을 냈다. 이 금액은 3~4개월 만기의 단기 정기예금이기 때문에, 1년 단위로 환산할 경우 이자수익은 약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CB가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용산기지 이전비용(YRP)까지 이자놀이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CB의 신한은행 보통예금통장에는 ‘YRP J**’이라는 명목으로 돈이 주기적으로 입금되고 있었다. CB에서 40여 년간 근무했으며, 실제로 방위비분담금을 담당했던 K씨는 “우리(CB)가 굴리는 돈 중에는 분담금 외에 용산 기지 이전비용도 섞여 있다. J**은 한국 정부가 CB에 용산미군기지 이전비용을 쏠 때 쓰는 암호로, 하루에 적게는 3억원부터 많게는 100억원단위까지 들어오기도 한다”며 “우리(CB)는 어떤 돈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들어온 돈을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 넣어 이자소득을 얻으면 그뿐”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에서 주한미군에 제공되는 돈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 국방부 직원 찾아와 수백억 원 가져가”

이렇게 발생한 수백억 원의 이자 수익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일까. 미군측은 “주한미군은 이자 수익을 받은 적이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B 내부 관계자의 말은 이와 달랐다. K씨는 “2013년쯤에 ‘홈오피스(미국 본토)’에서 600억원을 만들어오라고 해서 급하게 인출해 (미국에) 보낸 적이 있다. CB에서 미국에 어떻게 전달하는지는 ‘공식적’으로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CB)끼리는 미국 본토 직원이 오면 ‘수금하러 온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국방부 소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반면 내가 근무했던 동안 단 한 번도 홈오피스에서 (이자 수익과 관련해) 감사를 나온 적도 없고 미국에 보고를 해본 적도 없다. 분담금에서 이자가 발생하면 그걸 증빙할 수 있는 서류 한 장만 보내면 ‘OK’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커뮤니티뱅크 내에서 방위비분담금 등 공적 자금을 관리하는 곳은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등을 관리하는 곳은 ‘디스트릭트(District)’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근무하는 직원은 4명에 불과하다. 총괄 책임자인 지점장급은 미국인이 맡고, 그 밑에 3명의 한국인 매니저가 있다. 연 1조원에 이르는 돈이 몇 명의 손에서 자의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K씨는 “일단 이자가 발생하면 여기서(디스트릭트) 나눠 쓴다고 봐야지. 물론 (대부분의 금액은) 미국 정부에 가겠지. 이 정도로 (이자 수익은) ‘공돈’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 방위비분담금은 여전히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는 자체 예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위비분담금은 ‘눈먼 돈’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위비분담금이 우리나라 세금인 만큼 한국계 은행에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우리나라 은행에 방위비분담금을 예치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 SOFA 규정을 어기고 우리 세금으로 이자소득을 계속 벌어들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