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누른 샌디스크 M&A 악재
  • 엄민우 황건강 기자 (mw@sisabiz.com)
  • 승인 2015.10.22 17:07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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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예상치 웃도는 3분기 실적 불구 주가 급락

SK하이닉스가 22일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중국기업이 샌디스크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회사 측이 발표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조9250억 원과 1조3832억 원이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14.2%, 6.3% 증가한 것이다.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이지만 시장의 판단은 달랐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5% 이상 빠졌다.

실적 발표에 앞서 웨스턴디지털이 플래시 메모리업체인 샌디스크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얼렸다. 웨스턴디지털은 중국기업 칭화홀딩스가 지분 15%를 갖고 있는 세계 1위 하드디스크업체다. 업계에선 이번 샌디스크 인수로 중국이 메모리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메모리 부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겐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샌디스크는 모바일 기기 저장장치를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회사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8.2%다. 도시바와 합작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주로 베어칩을 완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시장 개척에 공격적인 중국이 이런 샌디스크 인수로 날개를 단 격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칭화그룹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 시장 전략을 개발에서 M&A로 바꾸기 시작한 2013년부터 적극적 M&A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이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22일 3분기 실적발표 직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M&A) 가속, 메모리 칩 시장의 경쟁 구도 재편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PC D램 수요 감소 역시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D낸드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 승부를 낼 계획이지만 인텔이 중국에 6조 원을 투입해 내년부터 3D 낸드를 생산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3D 낸드로 기술이 전환하는 최근 시장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아직 3D 낸드 시장은 초기 단계이므로 계획대로 올해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초에 진입하면 지금보다 한 단계 높아진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실적은 현재 상태를 의미하지만 시장기대(주가)는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다”며 “새로운 분야인 3D낸드 시장에 대해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 평가는 바뀔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메모리 반도체 경쟁 심화를 이유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끌어내리고 있어 이 회사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기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 진출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텔마저 NAND 시장에 다시 진입하면서 부정적 변화요인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회사 목표주가를 4만9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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