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가짜 시험성적서 국회 납품으로 덜미 잡혀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10.14 16:41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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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에 폼알데하이드 방출량 초과 자재 판매 손해배상 판결에 항소 진행 중

한 중소업체가 한샘이 공급한 자재로 가구를 만들어 국회에 납품했다가 품질 기준에 못 미친다는 판정을 받음으로써 반품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이 업체는 한샘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밝혀졌다. 한샘이 공급한 가구 구성 자재에서 E0 자재의 KS 품질 기준을 넘어서는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것이다.

폼알데하이드는 일명 포름알데히드로 불리는 물질로, 아토피 피부염이나 호흡기 질환 등의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실내 공기 중에 약 1~5ppm 정도만 있어도 호흡기 자극을 줄 수 있고, 천식까지 유발한다. 이 때문에 폼알데하이드의 배출량은 엄격하게 규제된다. 그래서 KS 인증에 따라 폼알데하이드 배출량에 따른 자재의 등급을  SE0, E0, E1, E2 등으로 나누어 구분하는 것이다. E0 등급 자재의 경우 폼알데하이드 검출량이 0.3~0.5㎎ 사이여야 한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샘 본사 건물. ⓒ 시사저널 최준필

한샘 자재로 만든 가구 ‘불합격’ 판정 받아

주식회사 한샘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가구업계 1위 업체다. 부엌가구로 시작한 이 회사의 사업 영역은 이제 가구뿐 아니라 침실, 욕실, 소품, 인테리어 자재 등까지 아우르고 있다. 중소 가구업체들은 한샘의 자재를 구매해 가구를 만들어 납품하기도 한다.

해당 중소 가구업체인 아모스아인스가구(이하 아모스아인스)는 2012년 조달청 나라장터종합쇼핑몰을 통해 국회 제2 의원회관 의원보좌관실에 캐비닛과 책장을 납품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캐비닛 2304개, 책장 1344개였다. 캐비닛과 책장 제작에는 상판과 하판, 선반에 파티클보드가 제작 자재로 사용되는데, 국회 납품 계약 체결 당시 아모스아인스는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리터당 0.5㎎ 이하인 E0 등급의 파티클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아모스아인스는 한샘으로부터 파티클보드를 구입했다.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리터당 0.5㎎ 이하인 자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한샘의 회신을 받고 E0 등급에 해당하는 파티클보드를 구입한 것이다. 아모스아인스는 한샘 측에 파티클보드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성적서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2012년 5월 한샘으로부터 해당 자재의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0.5㎎이라는 내용의 시험성적서를 받았다. 아모스아인스는 공급받은 자재로 캐비닛과 책장을 제작했고, 2012년 5월 말 국회에 이를 납품했다. 본래 나라장터를 통해 관공서에 납품되는 가구들은 납품 준비가 완료된 후 조달청의 품질검사를 사전에 거친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납품이 되고 나서야 검사가 이뤄졌다. 아모스아인스 측은 “당시 납품 일자가 촉박해 납품이 일단 들어간 후 검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품질검사는 파티클보드로 만든 선반에서 시료(試料)를 채취한 후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가구의 유해성을 판단하기 위한 검사 방식은 ‘챔버’와 ‘데시게이트’ 두 가지다. 챔버는 완제품을 통째로 방과 같은 공간에 집어넣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유해물질의 양을 직접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가구의 일부를 절단해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하는 데시게이트 방식이 일반적으로 이용되는데, 검사 방식이 단순하고 비용이 적게 들어 업체들은 보통 이 방식을 통해 품질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사용된 방식도  데시게이트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검사 결과,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0.5㎎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장과 일부 캐비닛에서는 0.6㎎, 일부 캐비닛에서는 0.7㎎이 방출됐다.

아모스아인스 측은 조달청의 불합격 판정에 따라 납품한 캐비닛과 책장을 모두 돌려받아 폐기처분했다. 2012년 6월 재시험을 의뢰했지만, 이번에는 한샘이 공급한 파티클보드로 만든 가구에서 0.8㎎의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확인됐다. 결국 아모스아인스는 다시 동일한 캐비닛과 서랍장을 다른 자재로 제작해 납품해야 했고, 그 재생산에 소요된 비용이 4억원이 넘었다.

품질검사에 ‘불합격’을 받게 되면 그 업체는 거래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다. 조달청 관계자는 “모든 가구에 대해 다 검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납품비용이 총 1억, 4억, 7억 이런 식으로 3억원씩 누적되는 금액으로 납품이 됐을 때 검사가 들어간다”며 “불합격이 된 검사 결과에 따라 거래정지·영업정지까지 갈 수 있는 사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스아인스가 공급하기로 한 가구의 생산비용이 4억원이 넘었기 때문에 조달청의 품질 검사 대상이 된 것이다. 결국 아모스아인스는 이 불합격을 이유로 조달청으로부터 조달품 거래정지 통보를 받았고, 2012년 7월부터 한 달간 나라장터쇼핑몰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정식 시험성적서와 한샘 측이 보낸 시험성적서(아래).‘시험성적서’ 제목, 시험기관 로고 유무가 다르다.

폼알데하이드 검사 없이 시험성적서 위조

한샘이 제공한 품질 시험성적서에 따르면, 이 자재는 0.5㎎ 이하 폼알데하이드 검출량이 증명돼 있다. 그러나 그 자재를 이용해 만든 가구에서 기준치 이상의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아모스아인스 측은 “(한샘이) 시험성적서를 보내줬기 때문에 당연히 기준에 충족되는 자재라고 생각했다. 조달청의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한샘이 발행해준 시험성적서를 들고 조달청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위조된 서류를 가져왔다”고 조달청으로부터 타박을 들어야 했다. 당시 조달청 사무관이 이 서류를 보고 시험성적서 발행 기관에 원본 성적서를 요청했던 것이다. “팩스로 온 원본 성적서와 비교해보니 한샘이 당초 발행한 성적서와 달랐다”고 아모스아인스 측은 주장했다.

법원에 제출된 정식 시험성적서와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비교해보니, ‘시험성적서’ 제목, 시험기관 로고 유무 등 두 시험성적서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발행처인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2010년 7월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과 통합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으로 출범된 점을 감안하면, 2012년 발행된 한샘 자재에 대한 시험성적서의 발행처는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아닌 KCL이 돼야 한다.

알고 보니 한샘 측은 2012년 납품한 이 자재에 대해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에 관한 검사를 받은 적도, 시험성적서를 교부받은 적도 없었다. 이전에 발부받은 다른 파티클보드 시험성적서를 일부 변조해 2012년 계약한 자재의 시험성적서인 것처럼 교부한 것이다. 1심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한샘의 자재사업본부 담당 직원인 이 아무개씨는 2년 전인 2010년 4월27일 발부받은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장 명의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 자재의 상세 항목과 시험 의뢰 접수 일자, 시험 완료일, 하단 날짜 부분을 수정해 다시 출력했다. 그리고 그 위조된 성적서를 아모스아인스 측에 팩스로 발송한 것이다.

아모스아인스는 당시 두 개의 회사로부터 파티클보드를 공급받았다. 한샘과 S 회사에서 같은 자재를 공급받아 같은 공정을 거쳐 가구를 제작했는데, 이 중 한샘에서 공급받은 자재에서만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시험성적서를 발행한 기관인 KCL은 가구류 시험을 하는 2개 민간 기관 중 하나다. KCL 측 관계자는 “민간 기관이라 시험비용이 정부 기관에 비해 많이 들지만, 가구 시험에 관해 역사가 오래돼 KCL에 의뢰하는 업체가 많다”며 “제조 공정상 본드를 마감재로 썼을 때 폼알데하이드가 더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재판 판결문. 재판부는 한샘 측이 4억원대의 손해배상을 할 것을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아모스아인스가 가구를 제작하는 작업은 접착제를 사용한 것이 아닌 고온열압을 이용해 부착하는 방식을 취했다. 접착제를 써서 폼알데하이드가 더 검출됐을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한샘이 계약 사항과 달리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초과되는 자재를 공급했기 때문에 아모스아인스는 공급 계약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됐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아모스아인스는 위조된 서류를 제공한 한샘 측에 형사 고발과 함께, 거래정지로 인해 회사의 이미지가 손상되어 매출이 줄어들었다며 그에 대한 피해보상도 요구했다. 아모스아인스 측은 “거래정지가 되면 나라장터에서의 거래 내역이 모두 사라진다. 입찰에 참여하면 거래 내역을 보고 선정하게 되는데, 거래 내역이 없으면 선정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거래정지 이후 전년도와 비슷한 매출을 달성했고, 매출의 증가나 정체가 기업 내외의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점에 비추어 매출이 정체됐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이 부분의 청구는 기각했다. 문서를 위조한 한샘 직원 이씨는 이 사안에 대해 사문서위조죄로 2013년 10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지만, 손해배상 관련 민사소송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재판부가 4억원대의 손해배상을 할 것을 판결했지만 한샘 측이 이 판결에 대해 지난해 5월 항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한샘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재 담당 직원이 형사처벌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민사적 부분에서는 항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그는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로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은 인정하지만, 시험기관 결과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험 결과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0.6~0.8㎎으로 검출됐지만, E0 자재가 아니라고 해서 한샘이 공급한 자재가 ‘친환경 자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초 아모스아인스 측이 E0 기준의 자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한샘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샘 측은 “납품한 제품 중에 한샘 자재가 아닌 타 회사의 자재가 있었던 것을 보면 어느 회사에서 납품한 파티클보드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 한샘이 공급한 부분이라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타사 자재 제품이 아닌 한샘이 제공한 자재 제품에서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1심 판결문 내용 자체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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