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향군, 현직 이어 전직 회장도 검찰 수사 받는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5.10.13 10:35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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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향군 회장, 검찰 수사선상 올라
10 월 7 일 서울 성동구 재향군인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조사 1 부 관계자들이 재향군인회 건물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 8일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가 63번째 생일을 맞는 날이었다. 창설 63주년을 맞아 잔칫집 기운이 물씬 풍겨야 하지만 향군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전·현직 회장이 사정기관의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조남풍 현 회장이 대의원 매수 의혹과 인사 전횡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박세환 전임 회장 역시 재임 기간 중 사업가로부터 금품 수수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현직 회장이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향군 내부 개혁을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조남풍 회장 비리 혐의 관련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조사 1부(부장 조종태)는 지난 10월 7일 서울 성동구 재향군인회와 산하 업체 5~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지난 7월 초 시사저널이 향군 회장 선거 당시 금권 선거 의혹 등을 보도 <1342호 향군회장 선거, ‘ 1인 500만원’ 대의원 매수 의혹> 한 지 석 달여 만이다. 검찰은 조남풍 회장의 부정선거 의혹 등이 보도된 후 지난 8 월 향군 이사 대표와 노조간부 등으로 구성된 ‘향군 정상화 모임’의 고발에 따라 사건을 수사해왔다. 향군 정상화 모임은 선거법 위반과 배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조 회장의 집무실과 향군 상조회 등 산하 업체, 서울 송파구 향군타워 등에서 사업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등을 확보했다. 향군 정상화 모임의 고발 이후 검찰이 관련자를 소환해 수사를 벌여왔지만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조 회장을 둘러싼 비리 혐의를 밝혀낼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은 금권 선거 의혹 외에도 그동안 제기돼온 매관매직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금권 선거의 경우 향군 회장이 공직자가 아닌 만큼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지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향군본부뿐만 아니라 산하 업체를 압수 수색했다는 점에서 지난 4월 향군 회장 선거를 전후로 산하 업체 대표 등에게 선거자금 명목 등으로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조 회장을 직접 불러 관련 혐의에 대한 마무리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세환 前 향군 회장(좌), 조남풍 향군 회장(우) © 연합뉴스

‘금품수수 의혹’ 박세환 전 회장도 수사 중
조남풍 회장에 대한 검찰의 비리 혐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박세환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은 지난 8 월 박 전 회장과 오랫동안 교류해온 사업가 정 아무개씨가 박 전 회장과 측근들에게 수년간 억대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취재해 보도했다. <1347호, 단독 “향군 전 회장 측에 11억 갖다 바쳤다”> 당시 보도에 대해 박 전 회장 측은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반발했다. 검찰이 본지 보도와 관련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검찰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정씨는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박 전 회장 측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정씨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보는 한편, 박 전 회장 측이 향군 관련 사업을 통해 불법적인 자금을 조성했는지도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 전 회장 측이 사업가 정씨의 배상 요구에 따라 정씨가 제공했다는 11억원(피해배상액 포함 14억여 원) 중 7억원가량을 되돌려준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박 전 회장 측은 2013년 정씨에게 7억원을 세 차례에 나눠 전달했다.

하지만 당시 계좌이체를 하거나 수표로 전달하지 않고 현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 측이 전달한 현금은 이미 사용된 흔적이 있는 5만원권과 1만원권으로, 은행에서 사용하는 띠지가 아닌 고무줄로 묶인 채였다. 이에 따라 당시 정씨에게 전달한 돈의 출처 등이 의문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회장 측 인사는 “(박 전 회장이) 정씨의 협박에 시달리다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마지못해 돈을 준 것”이라면서 “당시 돌려준 돈은 박 전 회장이 딸의 결혼자금으로 사용하려고 모아둔 것”이라고 반박했다.

향군의 전·현직 회장이 동시에 사정기관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와중에 국가보훈처가 이례적으로 향군에 대한 재무감사에 돌입한 배경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결국 사정기관이 그동안 향군 안팎에서 제기돼왔던 수익 사업 등을 둘러싼 특혜와 비리 의혹 전반을 조사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보훈처는 9월 23일 보훈처 감사실 직원과 외부 감사 인력 등 9명을 향군본부에 내려보냈다. 이들은 향군 산하 업체 10곳에 대한 회계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풍 향군 회장 취임 이후 보훈처가 향군에 대해 감사를 한 것은 지난 6월 조 회장의 금권 선거 의혹과 인사 전횡 등의 논란이 제기될 당시 실시한 특정감사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다.

그동안 보훈처는 국가보조금을 제외한 향군 수익 사업 등에 대한 감사에는 관련 법령의 미비 등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 초 보훈단체에 대한 수익 사업 감사가 가능한 법령이 마련되고, 8월 4일부터 법률이 발효되면서 향군에 대한 회계감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에 대해 보훈처 특정감사 결과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조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재무감사에 보훈처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국세청 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하고, 조 회장 체제 이전인 과거 수익 사업의 현황까지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향군 측 내부 인사는 “재무감사에서 지난 5년간의 수익 사업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단순히 조 회장과 관련한 사안뿐만 아니라 향군의 수익사업 전반에 대해 스크린을 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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