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한일대전… “2015년 스코어는 1대 2”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0.09 15:50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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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수소산업 중장기 계획 발표...한국 정부 각성해야

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가짜 친환경차’로 세상을 뒤집어놓았다. 사람들은 ‘진짜’를 찾고 있다. 자신이 타는 차가 환경을 파괴하지 않길 바라는 소망을 이뤄줄 진짜 친환경차. 업계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를 말한다.

미국이 전기차에 집중하는 사이 한국과 일본은 수소차 개발에 열을 내고 있다. 바야흐로 수소차 한일대전이 도래했다. 업계는 선제골은 한국이 넣었지만 정부와 기업이 합심한 일본에 역전골까지 내준 형세라고 말한다. 정부의 적극 지원 없이는 격차가 더 벌어질 거란 지적이다.

◇ 선제골 넣은 한국...현대차 세계 최초 상용수소차 ‘투싼ix’

현대차가 내놓은 세계 최초 상용수소차 ‘투싼ix Fuel Cell’/ 사진 = 현대자동차

수소차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결합시켜 에너지를 내면서 배기가스 대신 물을 뿜어내 진정한 친환경차로 꼽힌다.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한 것은 한국이었다. 2013년 2월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상용수소차인 ‘투싼ix 수소차’ 개발에 성공한다. 같은 시기 독일 및 일본 등에서도 수소차 연구가 활발했지만 양산이 가능한 수소차는 없었다.

현대차가 라이벌인 일본 닛산, 토요타 등을 따돌리고 수소차를 내놓자 일본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에 수소차 시장을 빼앗길 수 있으며 이는 곧 일본 자동차 산업의 침체기를 불러올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수소차에 쏟는 관심이 대단했다”며 “당시 현대차가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현대차가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믿음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 일본의 동점골...토요타 ‘미라이’ 양산

토요타가 내놓은 수소차 ‘미라이’ / 사진 = 토요타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토요타가 2014년 수소차 ‘미라이’를 선보이며 상황이 급변했다. 미라이는 그 어떤 수소차보다 오래 달릴 수 있다는 현대차 투싼ix의 자존심을 산산조각냈다.

투싼ix는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와 가격이 415㎞다. 이에 반해 미라이는 1회 충전으로 650㎞를 달릴 수 있고 가격은 투싼보다 더 저렴했다. 투싼ix 판매가는 8500만원으로 고가인데 반해 미라이는 670만 엔(약 6566만원)으로 가격경쟁력이 더 나았다.

그 결과 미라이는 지난 3월까지 계약 대수 1500대를 돌파했으며 7월에는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반면 올 상반기까지 투싼ix 글로벌 판매 대수는 미라이 4분의 1도 못 미치는 273대에 그쳤다. 올해까지 수소차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하겠다는 현대차 목표가 무색해졌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나홀로 수소 개발’이 이어지는 데 반해 일본은 토요타 이외 회사들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혼다는 GM과 수소차를 공동 개발 중이다. 올 10월 일본 ‘도쿄모터쇼’에 주행거리가 700km에 달하는 수소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 정부 지원책 등에 업은 일본 수소시장

일각에선 몇 년뒤엔 일본 수소차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지원 공세가 상당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11일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내놓으며 수소사회 실현책을 구체화했다. 계획에는 수소를 미래의 중심 에너지원으로 특정하고 대응을 가속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계획 제8절 ‘안정공급과 지구온난화 대책에 공헌하는 수소 등의 새로운 2차 에너지 구조로의 변혁’을 통해 “수소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제조부터 저장․수송, 그리고 이용에 이르는 공급 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수소에 관련된 제품 등을 사회에 도입할 다양한 표준 및 기준 정비를 국제적으로 먼저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4대 도시권을 중심으로 2015년 내에 100곳 정도의 수소스테이션을 정비·신설할 예정이다. 동시에 2020년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경기대회에서 대회운용 수송수단으로 수소차를 활용해 일본이 수소차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내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 산하 자원에너지청은 ‘수소․연료전지전략로드맵’을 통해 2050년까지 국가 전체에 수소공급시스템을 보급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 “의지의 차이...한국 정부 각성해야”

일본에 비해 한국 정부의 수소 지원책은 초라하다. 전국 11곳에 수소연료 충전소가 있지만 이마저도 충전압 등 차이로 상용충전이 가능한 곳은 울산과 대구 2곳에 그친다.

업계는 일본이 수소산업에 대한 단일법률을 만들고 수소 충전소 설치 계획 등을 내놓는 사이 정부는 관련법 정비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7월 열린 ‘미래에너지전환 간담회’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원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소에너지 사업은 우리나라가 먼저 시작했지만 이제는 뒤쳐지는 형국”이라며 “관련 예산도 점차 줄고 있다. 수소스테이션 같은 수소관련 사업이 표류하는 것도 정부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대차를 필두로 한 우리나라 수소 기술력이 일본에 뒤지지 않기 때문에 지원이 앞선다면 얼마든지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 친환경차 개발 빅뱅이 도래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친환경차가 빠르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기업 연구개발(R&D)과 더불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부처 간 소통이 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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