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히든 카드’ 빼들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09.22 10:09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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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공세로 내수 점유율 하락…신형 아반떼·스포티지로 반격 나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수입차 공세와 엔저(低) 현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으로는 수입차업계의 공세로 내수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2012년 10%에서 올해 8월 16%로 크게 상승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2년 43.3%에서 지난해 41.3%로 떨어졌다. 올해 8월에는 점유율이 38.8%까지 내려갔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31.3%에서 28.8%로 하락했다. 불과 3년여 만에 내수 점유율이 1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조만간 60%대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밖으로는 엔화 약세와 글로벌 경기의 동반 침체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차의 저가 공세가 거세다. 현대차 실적은 2014년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3년간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각각 31.95%와 28.83% 하락했다. 그나마 7월 말부터 주가가 상승 반전하면서 이 정도에 그쳤다. 한때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5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수입차 공세’ ‘엔저’ ‘판매량 감소’ 3중고

코너에 몰린 현대차그룹이 필승 카드를 꺼냈다. 새로 출시되는 아반떼와 스포티지의 풀체인지 모델을 통해 내수 회복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두 마리 토기’ 잡기에 나선 것이다. 아반떼는 1990년 출시된 ‘엘란트라’가 모태다. 당시까지만 해도 엘란트라는 소형차로 분류됐다. 하지만 기존 소형차와 차원이 다른 높은 성능과 제원으로 ‘준중형’이란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켰다.

지금의 아반떼 브랜드는 1995년 출시된 2세대 모델 때 만들어졌다. 미래 지향적인 유선형 스타일 덕에 인기를 얻었고, 1996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19만2109대가 판매됐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이후 출시된 3세대 모델(아반떼XD)은 그랜저XG의 이미지가 강해 ‘리틀 그랜저’로 불렸다. 4세대 모델(아반떼HD)과 5세대 모델(아반떼MD) 때 엔진이나 디자인 편의사양이 대거 보강되면서 ‘국민차’ 이미지를 이어오고 있다.

1세대부터 5세대까지 24년간 전 세계에 팔린 누적 판매량은 1000만대를 넘어섰다. 단일 차종으로 1000만대 이상 팔린 차량은 국내에서 아반떼가 유일하다. 전 세계적으로 도요타 코롤라와 폭스바겐 골프·비틀, 혼다 시빅, 포드 포커스 등 10여 개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93만대가 판매돼 도요타 코롤라와 포드 포커스에 이어 전 세계 판매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6세대 신형 아반떼를 통해 내수 시장 회복을 꿈꾸고 있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은 “출시 전 사전 계약 실시 2주 만에 5000대가 예약됐다”며 “내년부터 연간 70만대 판매를 목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개별소비세율을 5%에서 3.5%로 한시적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만큼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다. 전문가들은 6분기 만에 현대차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가 9월10일 아반떼 동호회 회원들과 블로거단 200명을 남양연구소로 불러 아반떼 충돌 테스트를 진행한 것도 아반떼의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 최대의 ‘비밀 기지’다. 새로 출시되는 모든 차가 이곳에서 설계되고 테스트되는 만큼 보안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현대차가 연구·개발의 심장인 남양연구소의 빗장을 열고 일반에 공개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숨어 있는 것이다.

신형 스포티지 역시 기아차의 ‘히든 카드’다. 스포티지는 1993년 7월 출시됐다. 1991년 10월 도쿄 모터쇼에서 ‘도심형 SUV’라는 콘셉트를 처음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RV 차량은 픽업 트럭에서 파생된 투박한 박스형 디자인이 전부였다. 용도 역시 험한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차량으로 인식됐다. 스포티지는 차체를 날렵하고 세련된 곡선으로 바꿨고, 승차감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1세대 스포티지는 2002년 단종되기 전까지 총 56만대가 팔렸다.

현대차 6분기 만에 실적 개선 전망

이후 2세대(2004년 8월)와 3세대(2010년 3월)를 거치면서 스포티지는 더욱 다듬어졌다. 특히 3세대인 스포티지R은 기아차 최초로 누적 판매 30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는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신차 품질 조사(IQS)에서 21개 일반 브랜드 중 1위에 올랐다. 기아차는 신형 스포티지 출시를 통해 연간 50만대 판매 돌파를 꿈꾸고 있다.

기아차는 이미 올해 내수 판매 실적이 증가세로 돌아선 상태다. 8월 말까지 기아차의 내수 시장 판매량은 33만252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수입차 포함) 역시 28.8%로, 지난해(28.0%)보다 상승했다. 올해도 여전히 내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현대차와 차별화되고 있다. 7월에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인 4만8202대를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신형 스포티지 출시로 기아차의 올해 내수 판매가 처음으로 연간 50만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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