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국방부 EMP 사업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5.09.16 18:43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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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의원 “성능시험 검사비, 공사비의 38%나 지출” 예산 낭비 지적

국방부의 EMP(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 방호시설 구축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MP 방호시설 구축 사업은 군 시설물의 전기와 통신 시스템 등을 일시에 마비시키는 EMP 폭탄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지난 2009년부터 집중 추진돼왔다.

하지만 일부 EMP 방호시설의 구축 과정에서 부실 성능 논란 및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일었고, 최근에는 EMP 공사와 관련한 예산 낭비 논란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국내의 EMP 구축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적인 국가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시공사 책임질 SELDS 시험비까지 부담”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경기도 ○○시에서 EMP 방호시설 구축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329사업의 EMP 성능시험 검사비 예산이 16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MP 구축공사 하도급 금액(27억1000만원)의 61.2%, 도급 금액(43억2000만원)의 38.4%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국방부가 과거 진행한 EMP 사업의 경우 공사비의 5% 이내 비용으로 성능시험 검사를 완료했다”며 “하지만 329사업의 경우 EMP 방호 성능을 100dB에서 80dB로 완화시켜놓고도 공사비의 38%나 되는 과도한 성능시험 검사비를 지출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의 과도한 성능시험 검사비 예산 지출이 발주처인 국방부가 EMP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SELDS(차폐함체 누설 감지) 시험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EMP 사업의 경우, 국방부는 EMP 시공사가 시설을 구축한 후 성능시험 평가기관에 의뢰해 별도의 성능 테스트를 한다. 하지만 이 성능시험은 EMP 방호 필터와 차폐막의 방호 성능을 검증하는 PCI(펄스 전류 주입) 시험과 SE(차폐 효과) 시험으로 국한한다. 반면 EMP 방호시설의 전자파 누출 탐지 지점을 찾는 SELDS 시험은 시공사가 맡는다는 것이 김 의원과 EMP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요약하면, 국방부는 EMP 방호시설이 구축되면 해당 시설이 설계 기준을 만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성능 테스트만 할 뿐이고, 성능 미비의 원인을 찾는 정밀 테스트인 SELDS 시험은 시공사가 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발주처인 국방부가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SELDS 시험비까지 떠안으면서 공사비의 3분의 1 수준 이상으로 시험비 예산 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과도한 성능시험 검사비 지출 지적에 대해 국방부는 “국제 공인 시험기관(KOLAS) 인증을 받은 곳이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2곳에 불과해 성능시험 검사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시설본부는 이와 관련해 2014년 10월 ‘방호 대상을 고려한 효율적인 EMP 방호시설 연구용역’을 발주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김 의원은 “국방부는 이미 육군사관학교와 KT, LIG넥스원, 서울대, 한세대 등에 수십억 원을 들여 다수의 EMP 용역을 진행했는데 반복되는 연구용역으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국방부가 성능시험 검사비의 과다 지출과 관련한 자료 협조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김 의원 측이 329사업과 기존 EMP 사업의 시험평가 비용과 시험평가 일정을 비교·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별도의 확인 및 상호 비교가 제한된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성능 저하 논란 등 여전히 미궁

문제는 성능시험 검사비 예산 과다 지출 논란이 단순히 329사업에 국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향후 핵무기와 EMP 폭탄 공격 등에 대한 방위력 증강을 위해 EMP 구축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국방부 이외에도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도 EMP 방호시설 구축을 확대하고 있어, 과다 예산 지출이 도미노 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앞서 EMP 방호시설 구축 사업 중 하나인 201사업 등이 각종 특혜 의혹과 성능 저하 논란에 휘말렸지만<본지 1315호 MB정부 시절 국방부 ‘201사업’ 비리 의혹>, 이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EMP 사업 전반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방위산업비리합동수사단이 출범한 후 9개월이 지났지만, 국방부가 EMP 방호시설의 성능을 100dB에서 80dB로 낮춰 우리 군 지휘시설의 EMP 방호가 불가능해지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진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이유가 아직까지도 소상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향후 국민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MP 방호시설이란 

전자기파(EMP) 폭탄은 고출력의 마이크로웨이브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발생시켜 적의 지휘통제 체계와 방공망 등을 무력화시키는 고도화된 무기다. 40~60㎞ 고도에서 터지면 대기 중에 강력한 전자기파가 퍼지면서 영향을 미친다.

EMP 방호시설은 강력한 전자기파를 막기 위해 금속성 물질로 시설 전체를 감싸고 입구는 이중문으로 구성하는 한편, 차폐막을 갖춘 통풍구와 항온·항습기 등 공조 설비 및 비상용 발전기 등을 갖춰야 한다. 그만큼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공사다.

국내에서 EMP 방호시설은 주한미군 기지 시설물 등을 중심으로 구축돼왔지만, 2000년대 이후 방어력 증강의 필요성에 따라 한국군의 주요 시설물 등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국방부는 2009년 7월 ‘2010~2014년 국방 중기 계획’을 발표하는 등 북한의 핵 공격과 EMP 폭탄 공격에 대비해 방호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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