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기성용보다 4배 비싼 이유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9.09 16:49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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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비즈니스의 핵심 이적료의 세계

손흥민의 이적료는 2200만 파운드. 우리 돈 397억원에 해당한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2012년 셀틱(스코틀랜드)에서 스완지시티(EPL)로 옮길 때 받은 이적료는 그 4분의 1에 불과한 103억원이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기성용보다 네 배나 훌륭한 선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당연히 ‘아니요’일 것이다.

사실 이적료를 결정하는 수학적인 모델은 없다. 이적료는 현재의 능력뿐만 아니라 잠재 능력을 따지고 국적과 포지션의 희소성, 계약 기간 등 모든 걸 감안해 결정된다. 나이가 어릴수록, 포지션에 쓸 만한 선수가 적을수록 이적료가 높아진다. 소속팀과의 계약 기간이 많이 남을수록 이적료는 높다. 일종의 위약금 개념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서 이적료 중 일부(5~10%)를 선수가 받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단과 구단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돈이다.

ⓒ EPA·DPA·AP연합

이적료는 선수와 구단의 계약 관계가 남아 있을 때만 발생한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FA, 즉 프리에이전트로 풀린다. 원래는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을 경우 모든 이적 관련 행정은 구단을 통해 의사가 전달되고 구단이 그걸 선수에게 전달한다. 손흥민을 데려오고 싶은 토트넘은 레버쿠젠에 의사를 타진해야 했다. 만약 손흥민에게 다이렉트로 제의할 경우는 불법이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6개월 미만 남았을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선수에게 다이렉트로 제의할 수 있다. 보스만 룰 때문이다. 원래는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선수 보유권은 클럽이 보유했던 악습을 벨기에 2부 리그 소속이었던 장 보스만이 뒤집었다. 선수에게 불리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유럽사법재판소에 가지고 가 승소하면서 자유 이적이 가능해졌다. 거꾸로 선수의 계약이 만료될 경우 더 이상 이적료를 기대할 수 없게 된 클럽들은 계약 만료 전에 선수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면서 오히려 이적 시장은 활발해졌다. 보스만 룰은 유럽 축구계의 이적 시장을 거대한 비즈니스 시장으로 바꾼 기폭제가 됐다.

최근의 이적 시장은 정말 핫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역대 최고인 약 1조5000억원의 이적료를 지출했다. 유망주가 수백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AS 모나코에서 19세 공격수 앤서니 마샬을 데리고 오면서 5000만 유로, 우리 돈 660억원을 써야 했다. 2년 전 마샬을 데리고 올 때 500만 유로(약 66억원)를 썼던 모나코는 무려 6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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