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귀현 다음카카오 뉴스펀딩 총괄
  •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5.08.3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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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의외로 좋은 콘텐츠에 갈증 느껴...뉴스펀딩 발전시켜 해외 매체 참여시킬터
김귀현 다음카카오 뉴스펀딩 총괄 / 사진 - 이종현 기자

‘대중은 긴 뉴스를 읽지 않는다. 선정적 제목에 이끌린다. 그리고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이 모든 통념을 다음카카오 뉴스펀딩 후원자들이 깼다. 다음카카오 뉴스펀딩은 시작 11개월 만에 20억 원을 넘게 모금했다.

뉴스펀딩은 애초 호흡이 긴 기획기사 위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한 김귀현 뉴스펀딩 총괄조차 처음엔 이런 성공을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좋은 기획기사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노력이나 비용은 많잖아요. 그런 뉴스가 사회적 관계망(SNS)에서 몇 초 만에 내려가 버리는 게 안타까웠죠.”

처음 의도는 단순했다. 언론사 별 프리미엄 뉴스를 오래 노출시키자는 게 김 총괄의 생각이었다. 김 총괄도 다음뉴스팀 편집자로 합류하기 전엔 기자 생활을 했다.

그에겐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그 애정과 IT기술이 만나 뉴스펀딩이 탄생했다.

◇ 스마트 폰이 보여준 뜻밖의 독자들

김 총괄은 “뉴스펀딩은 기획 당시부터 모바일을 바탕으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또 “뉴스펀딩 시스템은 기존 인터넷 뉴스나 블로거 펀딩 모델과는 다르다”고 했다. 모바일로 전환하던 기술변화가 뉴스펀딩이라는 기획을 성공시켰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신기술과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독자는 ‘스낵 컬처’를 선호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스낵컬처란 자투리 시간이 짧은 콘텐츠를 즐기는 성향을 말한다. 하지만 김 총괄이 접한 독자의 모습은 달랐다.

김 총괄은 “다음 주요 독자층이 ‘요즘 너무 짧고 쓰다만 기사가 많더라’면서 ‘무슨 얘기를 하는 지 모르겠다’는 말들을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은 그런 독자층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다. 모바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단순하다. 각종 뉴스 표제와 광고가 뒤섞인 웹기반 뉴스 구성과 달리 기사 내용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란 얘기다.

김 총괄은 “사용자는 모바일 기기를 소유한다. 스마트폰은 오롯이 사용자에게 속한 물건이다. 독자들은 모바일 속 콘텐츠도 소유 개념으로 바라본다. 독자는 기사를 읽고 돈을 내는 방식으로 ‘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기에 기사는 일회용이 아니란 것이다.

김 총괄은 “뉴스펀딩에선 제목장사가 통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돈 낼 만큼 가치 있는 기사가 빛을 낸다는 것이다.

그는 후원자들은 집요하다고 했다.

“자신이 돈을 낸 캠페인이 결과를 내기를 바란다. ‘작가 나우’라는 게시판에서 뉴스 예고를 보고 댓글을 달며 창작자와 소통한다. 창작자가 작가 나우에 기사 예고를 올리면 시스템은 후원자 휴대폰으로 알림을 보낸다.”

뉴스 선정과 관련해 김 총괄은“딱히 공익적 콘텐츠나 긴 기사를 선정하는 건 아니다”는 했다. 하지만 공익 프로젝트의 펀딩 실적이 평균적으로 높다. 프로젝트는 자연스레 길어진다. 3D 의수 제작 프로젝트의 경우 연구비로 1000만원을 모았다. 이 프로젝트는 28일부터 의수 제작비를 모으기 시작했다.

김귀현 다음카카오 뉴스펀딩 총괄 / 사진 - 이종현 기자

◇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뉴스펀딩의 미래

독자 얘기가 나오자 김 총괄의 눈이 반짝였다. 인터뷰 초반 긴장했던 모습은 사라졌다. 그 만큼이나 후원자들의 열정도 대단하다고 했다.  더 돈을 내고 싶다며 항의하는 독자까지 있다고 했다.

“어떤 독자는 1만원으로 56번을 후원한 후 항의전화를 했다.

다음카카오는 곧 후원금 제한을 없앤 ‘통 큰 기부’서비스를 내놨다.

콘텐츠는 기획자와 작가만 만드는 게 아니다. 개발자, 디자이너도 뉴스펀딩을 한다. 통 큰 기부도 항의전화를 받은 뉴스펀딩팀 요구로 사내 개발자가 금방 후원금 제한을 없애면서 생겼다. 일명 ‘백지수표’기능이 그것이다. 그 후 100만원 이상 후원자가 40명을 넘었다고 했다.

뉴스펀딩의 성공엔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 페이’와 ‘플로팅 커버’ 기능도 한 몫을 했다. 플로팅 커버는 뉴스를 보다 페이지를 내려도 후원버튼이 따라오는 기능이다.

“나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던 기능들을 (개발자들은) 말만하면 어느 새 뚝딱 만들어준다”는 김 총괄은 밝게 웃었다. 여기엔 다음카카오의 조직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나 뿐 아니라 다른 기획자 자리도 개발자, 디자이너와 붙어있다. 의자만 돌리면 얘기할 수 있게 책상이 배치돼 있다.”

첨단이라지만 IT산업은 사실 노동집약적이다. 뉴스펀딩을 채워가는 과정도 다르지 않다.

김 총괄은 “뉴스펀딩이 잘되면서 참여하겠다는 창작자들도 늘어나고 우리 일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 검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은 사람이 신청 메일을 하나하나 보며 일하고 있다.

김 총괄은 “사업이 더 크면 유례 없는 뉴스펀딩 모델에 해외 유수 매체까지 참여시키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열정적 독자와 창작자가 늘수록, 뉴스 펀딩이 잘될수록 김 총괄과 뉴스펀딩 팀은 더 바빠질 것이다. 어쩌면 김 총괄이 바라는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른다.

김귀현 다음카카오 뉴스펀딩 총괄 / 사진 -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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