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이 강호동과 네이버에서 만나?
  • 하재근│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5.08.27 11:47
  • 호수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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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포털 넘어 종합영상플랫폼 노리는 네이버TV

 

 

KBS PD 시절 <1박 2일>을 국민 예능으로 만들었던 나영석 PD는 케이블 채널 tvN에서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등 히트작으로 이서진과 차승원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줬다. 케이블TV가 지상파 예능을 따라잡은 방송사적 사건이었다. 바로 그 나영석 PD가 <1박 2일>의 강호동·이승기·이수근·은지원 등과 손잡고 신작 <신서유기>를 준비하고 있다.

<신서유기>는 나영석 PD와 강호동의 재회로 일반 시청자에게 큰 관심을 받았는데, 그것과는 또 다른 이유 때문에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방송의 통로 때문이다. <신서유기>는 일반 TV로 방영되지 않는다. 네이버의 TV캐스트라는 서비스를 통해 9월에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한마디로 정식 방송국 제작진과 톱스타들이 만나 인터넷방송을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방송은 요즘 방송계와 문화계의 화두다. 인터넷방송으로 억대의 수입을 올린다는 진행자가 등장하더니, MBC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인터넷방송과의 융합 형식으로 기획해 대박을 쳤다. 지상파방송사나 문화계 인사들이 인터넷방송으로의 진출을 모색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신서유기> 기획이 나온 것이다.

ⓒ 시사저널 포토

<신서유기>, 네이버 TV캐스트에 공개

기존 방송에 개인 인터넷방송의 요소를 내용적으로 첨가한 것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면, <신서유기>는 기존 방송처럼 만든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방영하는 기획이다. 콘텐츠와 시청자가 기존 방송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직접 접속하는 것이다. 이 기획이 성공을 거둔다면 역시 방송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이미 지상파TV를 따라잡은 케이블 예능으로 사건을 한 번 만들어낸 나영석 PD가 이번에도 역사의 새 장을 열게 될까.

<신서유기>가 공개되는 네이버 TV캐스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터넷 포털 공룡 네이버가 인터넷방송 시장마저 장악해 기존 방송사의 영역까지 잠식하게 될까. <신서유기>가 대성공을 거둔다면 네이버 TV캐스트의 위상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네이버 TV캐스트에 접속하면 다양한 동영상이 배치돼 있다. 시스타의 다솜이 거름더미에 넘어져 대굴욕을 당했다는 동영상, 에이핑크의 윤보미가 강력 시구를 해 선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동영상 등 많은 클립이 메인 페이지에 보인다. 실시간 순위와 추천 기능을 통해 화제의 동영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각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이 등록돼 하이라이트 영상을 골라 볼 수도 있다. 한때는 유튜브에서도 국내 TV 음악 프로그램의 고화질 공연 영상을 서비스했지만 지금은 네이버에서만 볼 수 있다. 각종 경기나 행사의 생중계가 이어지기도 하고, 네티즌이 직접 자신의 영상을 올릴 수도 있다. 수많은 영상이 다양한 카테고리와 채널로 정리돼, 이대로라면 상상 가능한 거의 대다수의 관심사에 대해 영상이 제공될 것이다.

기존 TV에서는 광범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방송이 이루어진다. 특히 지상파의 경우 ‘국민 여러분’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일반적인 내용만을 다루게 돼, 그 어느 집단에도 ‘특별한’ 만족을 주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반면 케이블TV와 종편은 각 방송사별로 주 시청 연령대와 성별을 특화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안정적인 시청률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나이와 성별로 짜인, 대단히 폭넓은 그물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네이버TV는 각 소집단의 기호에 정확히 대응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도 분 단위로 잘게 쪼개져 각자의 관심사에 따른 검색으로 재구성된다.

지금 단계에서 이런 ‘취향 저격’ 서비스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쪽은 아이돌 팬덤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다. JYP의 아이돌 그룹 갓세븐이 네이버 영상을 통해 컴백했는데, 이것이 아이돌업계의 기본 공식이 되어가고 있다. TV 프로그램이 미션과 볼거리라는 고정적 틀을 가진다면, 네이버TV의 영상은 자유롭게 아이돌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해 팬들의 관심사를 충족시킨다. 결국엔 모든 아이돌과 기획사가 저마다의 네이버TV 채널을 개설해 직접 방송 서비스에 나설 수 있다.

유튜브 3만건, 네이버TV에선 100만건

열성 팬에겐 막대한 제작비가 투여된 지상파TV 방송보다 이런 소소한 방송이 더 매력적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취향 저격의 마력이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 플랫폼이기 때문에 소수의 취향을 가진 이용자라도 그 숫자가 다른 사이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숫자의 힘’은 네이버TV에서 다양한 방송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가장 큰 동력이다. 네이버는 바로 이런 숫자의 힘을 통해 인터넷의 각 영역을 장악하고, 그렇게 장악한 영토를 통해 숫자의 힘을 더 키워왔다. 결국 거대한 숫자의 사람이 네이버 왕국 안에서 읽고, 보고, 듣고, 놀고, 사도록 하는 전략인데, 네이버TV도 이런 왕국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존 지상파TV도 네이버TV가 보유한 숫자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EBS <하나뿐인 지구-강아지 공장을 아시나요> 편이 유튜브에서 3만여 건 정도 재생된 것에 비해 네이버 동영상판에선 5일간 100만건이 재생되면서, EBS 관계자가 네이버에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드라마에서도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고 있다. 이미 영미권에선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가 인터넷으로 방영돼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의 웹드라마는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지만 발전 가능성이 크다. 이것도 네이버TV를 비롯한 인터넷방송업계의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인터넷방송은 언제라도 원하는 소재, 원하는 출연자의 방송을 선택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프로그램의 틀이 분명하게 짜인 기존 방송에 비해 5분·10분 등 다양한 길이의 방송으로 자극적인 장면만 서비스할 수도 있다. 이런 특징은 쌍방향성과 가벼움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와 호응한다. 물론 이런 서비스가 기존 방송을 완전히 대체하진 않겠지만, 기존 방송사는 결국 ‘취향 저격 B급 스낵컬처’로 중무장한 인터넷방송과 젊은 시청자를 나누거나, 인터넷 영상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공생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 속에서 네이버TV는 기존 방송사 못지않은 종합 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신서유기>가 성공한다면 그런 시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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