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성매매로 50억원 번 주부 있다”
  • 노진섭 기자·신중섭 인턴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8.19 15:45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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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리 일대 주부 성매매단 300여 명…경찰 “단속해도 계속돼”

 

“한 주부는 성매매로 50억원대의 돈을 모았다. 그들은 점조직으로 움직이며 단속을 피한다. 에이즈 등 성병을 퍼뜨리는데도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최근 시사저널에 접수된 제보의 핵심 내용이다. 주부 성매매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과거에는 생계에 쪼들리던 몇몇 주부가 아이들 학원비나 분유 값을 벌기 위해 성매매에 나섰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그들은 20년 이상 활동하면서 돈을 모아 집과 고급 차를 샀다. 직업여성들처럼 누군가에 얽매이거나 종속되지 않은 그들은 개인 사업을 하듯이 성매매로 돈을 번다. VIP 고객을 별도로 관리하고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고 원정 성매매를 하는 등 조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50대로 보이는 류현주씨(가명)는 주부다. 중국식당 주방장인 남편이 출근하면 자신도 어디론가 출근했다가 남편이 퇴근할 무렵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남편에게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한다고 해두었다. 여느 주부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류씨는 20여 년 동안 건물 등 50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본명 외에 밖에서 사용하는 가명이 따로 있다. 휴대전화를 5대나 가지고 다닌다. 이쯤 되면 이 여성은 평범한 주부는 아닌 듯 보인다. 주부 성매매 실태를 1년 동안 추적했다는 심우호씨(가명)는 “류현주라는 가명을 쓰는 여자는 20년 이상 서울 수유동 일대에서 성매매를 해왔다. 아침부터 저녁 전까지 매일 5명 정도의 남성과 성관계를 하면서 돈을 번다”고 밝혔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일대 모텔에는 낮 시간에도 중년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시사저널 최준필

하루 5~10명 상대 50만~100만원 수입

자영업자인 심씨가 주부 성매매를 파헤친 이유는 7년 동안 같이 근무했던 부하 직원이 한 주부와 성관계를 한 후 성병을 얻어 퇴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순진하고 착실했던 직원이 성병에 걸려 일도 못하더니 결국 퇴사했다. 항의 차원에서 그 여자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오히려 온갖 욕설을 퍼붓고 경찰에 신고한다는 등 적반하장 식으로 나와 이들을 조사한 후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노원경찰서에 주부 성매매 실태를 신고했고 경찰은 그해 10월 성매매 주부 10명을 붙잡았다. 당시 신고를 받고 성매매 주부들을 검거했던 경찰관은 “성매매 주부들은 단속해도 오랜 기간 계속 성매매를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8월13일 오후 2시쯤 서울 수유역 부근의 모텔촌에는 젊은 커플은 물론 중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 중년 남성이 모텔로 들어간 지 몇 분 후 청바지 차림의 중년 여성도 뒤를 한 차례 돌아보고는 재빨리 모텔 안으로 몸을 숨겼다. 또 다른 모텔 앞에서는 40대에 옷차림이 화려한 여성이 두리번거리다 모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어 원피스를 입은 또 다른 중년 여성도 그 모텔로 들어갔다. 이들 중년 여성을 모두 성매매 주부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낮 시간에 혼자 모텔을 드나드는 모습이 심상찮았다. 심씨는 “그들이 요즘 다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남성과 성관계를 할 때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성병을 퍼뜨린다. 한 여성은 성관계 전 화장실에서 주삿바늘을 자신의 몸에 찌르는데 그게 마약인지 성병 치료제인지 모르겠다. 한 모텔 업주는 에이즈 환자라고 업계에 소문난 한 주부의 출입을 막는 과정에서 크게 다투기도 했다. 간통죄 폐지로 주부 성매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 주부 수십 명을 추적해 실명, 가명, 휴대전화 번호, 집 주소, 자동차 번호, 남편 직업, 성관계 횟수 등을 파악했다. 취재진에게는 주부 12명의 성매매 실태 자료를 건네며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주부 A씨의 하루를 사례로 들면 이렇다. 남편이 출근한 후 화사한 화장과 옷으로 멋을 낸 A씨는 서울 수유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로 출근한다. 오피스텔은 성매매를 하는 주부들의 대기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마련한 곳으로 월세 40만원은 나눠서 부담한다.

그곳에서 또래의 주부들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그러다가 전화벨이 울리면 다른 방으로 가서 상대 남성과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그 남성은 인근 전화방에서 여성과 폰팅을 하려는 사람이다. A씨는 손님이 폰팅을 원하면 자신에게 가장 먼저 연결해달라며 전화방 업주에게 이미 몇 만원을 찔러둔 상태다. 전화 대화가 무르익으면 A씨는 상대 남성에게 은근히 성관계를 유도한다. 인근 모텔에 먼저 들어가서 방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후 그 모텔로 가서 성관계를 맺고 7만원을 받는다. 이따금 남성이 샤워하는 동안 지갑에서 몇 만원을 더 빼낸 뒤 모텔을 나서기도 한다.

오피스텔로 돌아가는 도중에 지난달 몇 차례 만났던 남성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친구를 데리고 간다며 다른 주부 한 명과 함께 그 남성이 있는 모텔을 찾아 2 대 1로 성관계를 갖는다. 이 남성으로부터는 20만원에 팁을 별도로 받고 헤어진다. 저녁 무렵 오피스텔로 돌아온 후 다른 주부들과 그날 만났던 남성들을 중심으로 수다를 떤다. 시쳇말로 진상 남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이날 하루 7명과 성매매를 해 번 돈은 70만원이 조금 넘는다.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오기 전에 집으로 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녁을 준비한다.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는 아는 언니 옷가게에서 일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한다.

“서울 수유역 일대 300명 추산”

제보자 심씨가 지목한 곳은 서울 수유역 일대다. 그는 “손님으로 가장해 그 지역에서 성매매 하는 주부 여러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바로는 서울 수유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성매매 주부가 3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처음부터 작심하고 성매매에 나선 것은 아니다. 반찬값이라도 벌기 위해 식당이나 마트에서 일해봤지만 종일 힘들게 일해서 받는 일당은 빤했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알게 된 다른 주부들의 꼬임에 빠져 남성을 만나게 됐다. 처음에는 술이나 마시고 노래방에서 즐기는 상대로 시작했다. 몇 시간 놀면서 용돈도 생겼다. 그러다가 서서히 성관계까지 맺게 됐다. 심씨는 “몇 년 전 10만원대였던 화대는 요즘 5만~7만원으로 낮아졌다. 경기가 좋지 않고 단속 위험이 있어 손님이 줄어든 데다 성매매 주부의 수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돈을 대주는 애인을 둔 주부도 있고 얼굴이 예뻐 팁을 별도로 두둑이 받는 여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50대 김동욱씨(가명)는 직장인 남편에게는 식당이나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거짓말을 한 채 20여 년 동안 매일 3~8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다. 그 돈으로 빌라를 사서 전셋집 인생을 벗어났다. 수십 년 동안의 성매매로 서울 자양동에 카페를 차린 주부가 있는가 하면 비싼 외제차를 굴리는 여성도 있다. 심씨는 “돈맛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내가 만난 한 여자는 밤에 자려고 하면 매너 좋은 남자 생각이 난다고 털어놓았고, 김동욱이라는 가명을 쓰는 여자는 돈맛을 안 후 자신의 사촌 여동생까지 성매매에 끌어들였다”고 밝혔다.

‘수유리 에이스’로 통하는 40대 주부 선영씨(가명)는 남성에게 자신을 38세라고 속이고 접근한다. 미모가 뛰어나고 어려 보여 인기가 많아 몸값이 높다. 한 모텔 업주는 건수(?)가 생기면 이 여성에게 먼저 연락해준다. 이 여성처럼 한 모텔과 연계해서 활동하는 주부들도 있다. 미리 계약(?)을 맺은 모텔로 남성을 데리고 가면 그 모텔 업주는 남성이 지급한 모텔비에서 5000~1만원을 그 여성에게 떼어준다. 일종의 리베이트다.

그 주부들은 대개 30대 후반부터 50대 사이다. 50대 여성은 대부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부터 성매매를 시작했다. 20년 이상 성매매를 하면서 단골이 많아졌고 그 가운데 VIP 고객은 따로 관리한다는 게 심씨의 주장이다. 그는 “그 바닥에서 ‘정 실장’으로 통하는 여자는 의사, 변호사, 대기업 임원, 언론인 등 신분이 확실한 단골만 관리한다. 보통 휴대전화를 꺼두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의 전화는 받지 않는다. 이따금 문자를 확인하면서 아는 사람일 경우에만 통화한 후 모텔로 향한다. VIP에게는 되도록 젊고 예쁜 주부를 붙여서 한 번에 30만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8월12일 제보자 심우호씨(가명)가 서울 수유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주부 성매매 실태를 담은 자료를 시사저널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남녀 모텔 따로 출입하며 단속 피해

그들은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한다. 휴대전화도 여러 대를 이용하고 전화번호도 자주 바꾼다.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히면 받지 않는다. 서로 소개를 통해 남성 고객 수를 늘린다. 모텔을 찾을 때도 남성과 따로 들어간다. 주부라는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속을 피하려는 나름의 요령이다.

요즘은 점조직이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업계에서 ‘원장님’으로 통하는 한 주부는 수십 년 동안 성매매로 돈을 벌어 강남으로 이사했다. 현재는 나이가 많아 직접 현장을 뛰지 않지만 신입(?) 주부들에게 남성을 소개하고 소개비를 받는다. 심씨는 “원장이라는 여자는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해 실적을 올린다. 16만원에서 3만원을 소개비로 받는다. 그가 관리하는 주부만 500명에 달해 수도권 어느 지역이라도 전화만 오면 여자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조금 연차가 있는 주부들은 개인적으로 원정 성매매에 나서기도 한다. 수십 년 동안 성매매로 돈을 벌어 아파트 2채를 보유한 50대 유경씨(가명)는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로 서울 수유동뿐만 아니라 구리시, 의정부시 등으로 원정 성매매를 다닌다.

제보자 심씨는 평범한 주부들의 성매매가 만연하고 성병 전염 우려까지 있는데도 경찰과 보건소가 적극적인 단속과 예방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지난해 한 차례 단속한 이후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신고하다 보니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주부들의 성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성병을 퍼뜨리는 게 무서운 것이다. 그들에 대한 성병 검사를 해달라는 내용으로 보건소에 문의했더니 경찰 조사 후 의뢰가 들어와야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관할 경찰서는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업소 성매매는 현장이 있고 신고도 들어와서 단속할 근거가 된다. 그러나 주부 성매매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신고가 거의 없을뿐더러 단속을 하더라도 특정 장소가 없고 남녀가 1 대 1로 만나고 돈을 주고받은 증거도 없어서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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