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출신들이 박근혜 정부 이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8.05 17:31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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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급 이상 공직자 88명 전수조사…법조인, 2년 전 비해 두 배로 늘어

박근혜 정부에서 판검사 출신, 즉 법조인 중용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검 감찰1과장 출신 이완수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16년 만에 외부 인사가 감사원 사무총장 자리에 앉게 됐다. 이완수 신임 사무총장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이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창이다. 공직자들을 감사하는 감사원 업무를 지휘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이 배치된 것이다.

8월12일 임기를 마치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임으로 이성호 서울중앙법원장이 내정된 것을 두고도 부적절한 인선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직 고위 법관이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직행하는 것이 사법부 독립에 해가 된다는 우려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부터 시작해 굳이 법조인의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고위 공직 자리에까지 판검사 출신을 중용하는 게 혹시라도 현 정부 집권 후반기의 사정을 염두에 둔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 등 국무위원들이 7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사저널은 2013년 11월,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의 행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장차관급 인사들의 면면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고시 출신 관료와 서울대 출신 엘리트, 영남 지역 인사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2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고위 인사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시사저널은 2015년 7월31일 기준 현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 인사들을 전수조사했다. 총리를 포함해 장차관급 이상 인사 88명이 조사 대상이다.

사시 출신 2년 전엔 7명, 지금은 15명

가장 큰 특징은 법조인 중용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2년 전 7명에 불과했던 사시 출신은 15명으로 늘어났다. 2배가 넘는 숫자다. 법무부장관(김현웅)과 차관(김주현), 검찰총장(김진태) 자리는 당연히 법조인이 맡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판검사 출신을 얼마나 선호하는지 잘 나타난다. 특히 법조계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자리에도 판검사 출신 인사들이 많이 배치돼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경기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황교안 총리는 부산고검장(사시  23회) 출신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서울고법 판사(사시 10회) 출신이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서울중앙지법원장(사시 22회)을 지냈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사시 23회)를 역임했다. 곽상욱 감사원 감사위원은 대검 형사부장(사시 24회), 홍성칠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은 대구지법 상주지원장(사시 30회)을 지냈다. 국가인권위원회 김영혜 상임위원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사시 27회), 유영하 상임위원은 서울북부지검 검사(사시 34회) 출신이다.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사시 24회)은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이고,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사시 25회)은 운동권 경력 때문에 판사 임용을 받지 못한 채 곧바로 변호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거론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과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까지 포함해 법조인은 모두 15명이다.

법조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국정 윤영 철학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릴 때부터 법조인을 중용했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사시 9회)이 위원장을 맡았고, 판사 출신 진영 새누리당 의원(사시 17회)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대선 캠프 때는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취임 이후에도 검찰 출신인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사시 4회)을 국무총리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사시 12회)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사시를 포함한 고시 출신은 전체 88명 중 54명(61%)으로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행정고시(행시) 출신이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사시 출신 15명, 기술고시 출신 4명, 외무고시 출신 3명 순이다. 특히 장관급 이상 21명 중 61%인 13명이 고시 출신으로 나타났다.

 

PK 출신과 서울대 출신 인사 늘어나

박근혜 정부에서 판검사, 고시 출신 등 관료주의적인 인물을 일관되게 쓰는 게 소통 부재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법조인이나 군인은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고,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통령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예측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수평적 문화가 보편적인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다”며 “이러한 인사 시스템은 문제가 생겼을 때 창의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별로 보면, 전체 88명 중 32%인 28명의 고위 공직자가 영남 출신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부산·경남(PK)이 17명, 대구·경북(TK)이 11명이다. 2년 전(PK와 TK 각각 14명씩 총 28명)과 비교해볼 때 영남 지역 전체 숫자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TK에 비해 PK 쪽 인사가 늘어났다. 충청 지역 출신은 소폭 늘어났고, 호남 인사는 줄어들었다. 충청은 13명에서 15명으로, 호남은 16명에서 15명이 됐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37명으로 42%를 차지했다. 2년 전(30명)에 비해 7명이나 늘어났다. 특히 장관급 이상인 21명의 인사 중 57%에 달하는 12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조사됐다. 2년 전에는 성균관대가 2위(7명)를 차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연세대 출신 인사가 10명으로 서울대의 뒤를 이었다. 그다음은 고려대 6명, 한양대 5명, 이화여대·성균관대 각각 4명, 한국외대 3명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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