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제개편안 졸속심사 우려된다
  •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
  • 승인 2015.08.04 15:38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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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은 민생경제와 직결된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경제살리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만큼 어느 법안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부, 여와 야를 가릴 것 없이 얼굴을 맞대고 철저한 토론, 검증을 거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올해도 지난해처럼 세제개편안의 졸속심사가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예산 시즌만 되면 막장 국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세법개정안 심사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6일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해 다음달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제개편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슷한 여야 의원들의 법안과 묶어 정부안을 심사한 다음 최종 수정안을 본회의에 회부한다. 심사과정에서 국회는 정부가 놓친 부분을 추가하거나 원안을 수정하기도 한다. 소득세 최고세율(1억5000만원 초과 38%) 인상과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200억원 초과 22%) 신설 등은 모두 이 과정에서 나왔다.

세법개정은 민생경제와 바로 연결된다.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자동부의제(국회법85조의3)가 생겨 사정은 달라졌다. 자동부의제는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를 막고 각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안 되는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의장은 세입예산안과 관련된 부수법안을 지정할 수 있다. 예산부수법안은 특별한 여야 합의 없는 경우 12월 1일자로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법안심사를 다 못마쳐도 본회의에 넘어가기 때문에 해당 법안을 심사하는 각 상임위원회는 11월 30일까지 끝내야하는 부담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자동부의 닷새 전인 11월 26일 8개 세법개정안들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서 세법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여야는 담뱃세 인상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고 정 의장은 개별소비세법·지방세법 등을 세입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서 소득세·법인세·상증세 등 8개 세법개정안도 포함시켜 버렸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결단(?)에 대해 “존중한다”는 논평을 냈고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세법개정안을 심사하는 조세소위원회는 8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막 속도를 내려던 참이었다.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자 여당은 한층 여유로웠다. 5일만 지나면 정부의 의견들이 대부분 반영된 세법개정안들이 본회의에 회부되니 당연했다.

야당 관계자는 “당시 여당은 세법이 예산부수법으로 지정되자 시간만 가길 원했다”며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본회의 표결에서 통과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역시 세법의 예산부수법 지정은 불가피하다. 여당이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당시 “예산부수법안은 각 상임위에서 토론하고 마무리 지어 법사위를 통해 30일까지 잘 되면 좋았는데 앞으로 보완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난해 본회의 자동부의 된 상증법이 막상 표결을 통과 못해 부결되는 황당한 일이 올해도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전에 국회는 자동부의제가 포함된 국회선진화법을 정비해야 한다. 그런다음 여야는 민생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법개정안 심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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