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높이 날지 ‘골프 여신’도 모른다
  • 안성찬│골프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7.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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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메이저 대회 석권한 전인지 브리티시오픈 우승 초미의 관심

골프는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다. 기량이 비슷하면 입상은 한다. 그런데 승자는 ‘특별한 행운’이 따라주어야 한다.

#1. US여자오픈 최종일.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3라운드까지 양희영(26)에게 3타 뒤졌다. 그러나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최종일 양희영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4개 홀을 남기고 연속 3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깔끔하게 역전승을 거뒀다.

#2. 2013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최종일. 전인지는 김효주(20·롯데)와 함께 백규정(20·CJ오쇼핑)에게 1타 뒤졌다. 마지막 4개 홀을 남기고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극적으로 1타 차 우승을 일궈냈다.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7번째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전인지. ⓒ 연합뉴스

‘신데렐라’가 따로 없다. 전인지는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아마도 실감 날 것이다. 전인지가 그린의 월드스타로 우뚝 섰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그린에서 메이저 타이틀을 석권하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2013년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국내 첫 챔피언에 올랐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처음 출전한 대회인 메이저 대회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미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전인지는 7월13일(한국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6289야드)에서 끝난 70년 전통의 US여자오픈 최종일 경기에서 4타를 줄여 대회 최소타 타이 기록인 합계 8언더파 272타로 양희영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양희영에게 4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전인지. 12번  홀 버디에 이어 15·16·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둔 것이다.

전인지는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7번째 한국인 챔피언이며, LPGA 투어 정식 멤버가 아닌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1년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에 이어 두 번째다. 2005년 김주연에 이어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한 기록도 세웠다. 전인지는 또 2008년 만 19세로 우승한 박인비, 1998년 만 20세로 우승한 박세리에 이어 역대 이 대회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올해만 17억 벌어들인 대학생 재벌

이번 우승으로 전인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벌어들인 시즌 상금의 배에 가까운 돈을 손에 쥐었다. 그는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3승을 올리면서 5억5900만원으로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우승 상금은 81만 달러(약 9억2000만원). 여기에 살롱파스컵 우승 상금 2400만 엔(약 2억1000만원)을 보태 도합 17억원을 벌어들였다. 대학생 재벌인 셈이다.

175cm의 키에 ‘8등신’ 미인 전인지는 태권도 선수 출신 아버지 전종신씨(56)를 닮아서인지 운동을 잘한다. 태권도와 육상을 했다. 머리도 뛰어나다. 그는 수학 영재였다. 수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엄마는 군산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했고, 아버지는 사업을 했다. 공부도 잘했지만 운동감각이 남다른 데다 ‘세리 키즈’ 열풍이 불 때 아버지와 친구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또래보다 조금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클럽을 잡았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키려고 아버지는 충남 서산에서 골프 환경이 좋은 제주도로 이사했다. 다시 전남 보성 득량중으로 전학했고, 함평 골프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중3 때 국가대표 상비군, 고1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런데 독특한 점이 있다. 늘 미소 짓는 외모와 달리 호기심 많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어느 정도의 호기심일까.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은 반드시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애칭은 ‘플라잉 덤보’. 사실은 남의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팔랑귀’였으나 웃는 모습이 귀엽고 호기심이 많아 ‘플라잉 덤보’라고 부르게 됐다. 덤보는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커다란 귀와 서툰 동작 때문에 서커스단에서 놀림감이 된 아기 코끼리인데 티모시의 도움을 받아 하늘을 난다. 전인지의 별명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는 지는 걸 무척 싫어했다. 태권도에서 지는 날이면 꿍하고 말을 안 했다. 귀찮을 정도로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고 한다. 답변하기가 힘들 정도였다는 것이 아버지의 전언이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박원 코치는 “(전)인지는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한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생각하는 골프를 한다. ‘스마트 골프’를 한다는 얘기다. 살롱파스컵도 그랬고, 이번 US여자오픈에서도 아주 전략적인 골프를 했다. 전인지의 말대로 ‘골프는 자신과 코스의 싸움에서 스코어를 줄이는 게임’이라서 올바른 판단과 코스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잘해야 한다. 핑 골프클럽을 사용하는 그는 코스에 맞춰 클럽 피팅을 한 후 대회에 출전했다.

 

내년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 진출할 듯

골프가 갖는 매력에 대해 그는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전인지다운’ 생각이다. 골프는 미스터리하기에 지루하지 않고, 호기심 많은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했다.

전인지는 자신의 단점이 퍼트에 있다고 판단하고 대회 전에 코치의 도움을 받아 고치려고 애썼다. 그리고 골프를 즐기면서 하자고 마음을 다졌다. 한 조를 이룬 일본의 오사마 시호가 샷한 볼이 두 번이나 그린에 있던 자신의 볼을 맞히자 갤러리와 함께 웃음으로 답했다.

메인 스폰서인 하이트진로와의 인연도 독특하다. 함평고 2학년 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초청을 받아 출전했다. 최종일 15번 홀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16번 홀에서 실수해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속상해 울고 있는 전인지를 본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울지 마라, 앞날이 창창하지 않으냐. 우리 팀에 와서 골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추진해보겠다”고 약속했다. 2012년 하이트진로는 전인지와 후원 계약을 맺었고, 올 1월 계약을 5년 더 연장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전인지의 우승으로 홍보 잭팟이 터졌다. 하이트진로 측은 500억~1000억원대의 광고 효과와 500억원대의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전인지는 올 시즌 바로 미국에 진출해도 된다. 김효주·백규정처럼 우승 덤으로 ‘무임 승차’했기에 정식 멤버로 등록한 후 내년부터 뛰겠다고 통보해도 된다. 그런데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에 재학 중인 그는 학업에 욕심이 많다. 수업을 듣고 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게 즐겁단다. 그래서 후배들이 미국에 진출했지만, 아직은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에는 내년에 갈 가능성이 크다.

전인지는 국내에서 2개 대회에 출전한 후 7월30일 스코틀랜드에서 개막하는 LPGA 세 번째 메이저 대회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전인지가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2연속 우승할지에 골프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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