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 친박 권력의 추는 기울었다
  • 서상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07.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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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김무성계’ ‘친유승민계’ 단단한 결집력 ‘친박 우호 성향’ 계파 분석도 SNS에 떠돌아

7월1일 오전, 기자는 정가의 한 소식통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지지 성향 2015년 6월 현재’라는 제목의 글에는 ‘친박 핵심, 중진 친박, 재선 친박, 초선 친박, 김무성계, 유승민계, 범비박계, 중립 소신파’의 카테고리로 나눠 여당 의원의 이름이 선수(選數)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재의 요청의 건, 즉 거부권을 6월25일 행사했고, 그 변의 하나로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비협조를 질타한 후, 정가는 ‘유승민 거취’를 두고 일촉즉발의 상황을 보이고 있던 때였다. 이 리스트의 출현은 즉시 여러 해석을 낳았다. 누가, 왜, 어떤 근거로 친박과 비박을 갈라 계파 대결을 부채질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정가의 여러 소식통에 이 괴문자 리스트를 돌려 확인했는데 한 여권 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정부) 기관에서 급하게 쓴 티가 나네요. ‘초선 친박’ 세 번째 인물이 ‘김근태’예요. ‘GT’ 아시죠? 그리고 너무 부정확합니다. 김무성계가 10명이고, 유승민계가 4명, 친이계가 4명이라뇨. 그런데다 친박계가 65명? 말이 안 되는 숫자죠.”

 

“정부와 가까운 기관에서 만들어 돌렸다”

그런데 대화를 주고받는 중 카카오톡이 다시 울렸고, ‘최종본 /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지지 성향 * 2015년 6월 현재, 총 160명’이라는, 내용이 조금 바뀐 2차 버전이 돌기 시작했다. 김근태라는 이름은 삭제됐고, 친박의 숫자는 37명으로 대폭 줄어 있었다. 대신 친박 성향 중립파의 숫자가 26명으로, 둘을 합하면 63명으로 얼추 1차 버전과 비슷한 숫자가 되기는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리스트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당 의원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한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를 예측한 ‘친박 우호적’ 리스트였다. 이는 ‘친유승민계’가 4~5명 정도고, 김무성계가 8~10명 정도로 ‘평가절하’돼 있는 데서 예측할 수 있다. 친박계 사정에 정통한 한 의원실 보좌진은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할 친유승민계·범비박계·친이계를 합하면 40명이 훌쩍 넘는다. 이는 지난 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가 전폭적으로 민 이주영 의원(전 해수부장관)이 19표 차로 낙선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는 수치”라며 “정부와 가까운 기관에서 만들어 돌렸고 여러 정부 부처와 기관을 거쳐 여의도에 도착했다는 전언이 있다”고 귀띔했다. “여의도부터가 아니라 정부에서 먼저 회자한 이유가 뭘까”라고 묻자 “이 구도에선 정부가 우세하니 눈치 보지 말고 일하라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기자는 국회에서 짬밥을 꽤 먹었다는 보좌 올드보이들과 몇몇 의원에게 리스트를 들고 가 일일이 확인해봤다. 그렇게 간추린 새누리당의 계파는 크게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었고, 친박은 다시 핵심과 주변부 친박, 비박은 김무성계·유승민계·친이명박계·범비박계·중립파로 나뉘었다. 친박계였다가 비박계로 갈아탄 한 초선 의원은 “친박계가 50여 명이라지만 핵심으로 분류되는 11~14명 정도를 빼면 나머지 범친박은 소속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는 단 하나, 오리지널 친박이 다른 친박을 배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박 인사들의 얘기도 다르지 않았다. 앞서의 의원이 말한 ‘배제’는 바로 인사(人事), 즉 친박 핵심이 당직과 주요 직책을 독식하고 있는 데 따른 불만이 친박 내에서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가 사정에 밝은 한 분석가는 “핵심 친박의 면면을 보자”며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최경환·이완구 전 원내대표, 유기준 해수부장관, 홍문종 전 사무총장, 윤상현·김재원 전 원내수석부대표, 강은희 전 대변인, 강석훈 전 정책위 부의장, 김현숙 전 원내대변인의 직책을 일일이 거론했다. 그는 이어 “친박 핵심이 아닌 사람 중에 황우여 전 대표를 빼고 누구 하나 번듯한 당직이 있었는가. 곁다리 친박은 표 모을 때만 불러모았다”고 주장했다.

이 분석가는 친박 핵심을 분류하는 기준은 “당과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느냐 여부”라고 했고, 어떤 의사결정이냐는 질문엔 “바로 인사”라고 답했다. 즉, 핵심 친박은 크고 작은 인사에 조언을 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다는 뜻이었다. 지난 6월25일 박 대통령의 ‘격정 토로’ 직후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연계된 연유와 향후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에 앞서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이 다수의 의원에게 “국회법 개정안이 부의되면 본회에서 부결시켜달라. 유승민은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화로 부탁했다는 말이 들렸다. 하지만 부결은 정해졌으나 유승민 사퇴는 보류됐다. 40여 명이 발언해 불과 6명 정도가 ‘유승민 사퇴’를 주장했다고 한다. 앞서의 리스트에서처럼 친박계가 65명이나 된다면 이날 의총은 난장판이 됐어야 옳았다.

비박계 총합은 이미 100명 넘어서

여권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대표는 탄탄한 김무성계(20여 명)를 거느리고 있다. 부산·경남(PK)을 중심으로 강석호 사무1부총장, 장윤석·이한성 의원 등 TK 일부 의원, 김성태·정미경 의원 등 수도권까지 두루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친박계 중에서도 김 대표의 중국행에 동참했거나 통일경제교실 등 공부모임에 참가하는 일부가 김 대표와 가까워지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주박야김(晝朴夜金)’은 회자된 지 오래다. 김 대표가 친박계 핵심 멤버 중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인사를 ‘스카우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하는 이도 있다.

소수의 ‘유승민 키즈’로 시작했던 친유승민계는 세력을 꽤 확장한 모습이다. 정치·경제·사회·복지 등 분야를 나눠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 적극 가담한 5인(김세연·이이재·민현주·이종훈·김희국)에 이어 TK 초선들, 한국개발연구원 출신, 국회 국방위원회와 당 사회적경제특위 멤버 등이 뭉치기 시작했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거부권 정국 속에서 “유승민 사퇴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범비박계인 정두언·박민식 의원 등도 ‘유승민 구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만약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의총에서 표 대결로 정할 경우엔 김무성계와 중립 그룹의 선택으로 갈리게 된다. 친박은 역대 당내 경선에서 최소 46표, 최대 69표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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