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어린이도 마음 놓을 수 없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6.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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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태아 감염 우려…소아 감염률 낮은 건 중동 사례일 뿐

3차 감염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3차 감염자가 나왔다. 6월12일 현재 총 126명이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온 나라가 메르스로 들썩이는 상황에서도 정확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는 2012년에 처음 발생했지만, 병원과 감염자 수를 공개하지 않아 사람들은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국제사회가 공개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나서야 정보가 공개됐다. 한국도 늑장 대응은 마찬가지였다. 6월7일이 돼서야 확진자들이 방문했던 병원 이름이 공개됐다.

지금까지 사례가 없었던 임신부의 발병도 사람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11일 40대 임신부 A씨(109번 환자)가 국립보건연구원의 재검 결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달 중순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였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 중이었고, 급체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에 간 어머니를 만나러 응급실에 들렀다가 응급실에 있던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메르스 민관합동본부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11일 브리핑에서 “경미하게 증세가 진행되다가 다음 주에 호전되고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정상 분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출산하는 것이 임신부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과 태아의 메르스 전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6월11일 한 임신부가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 연합뉴스

메르스 감염 임신부, 유산 위험 따라

그 때문에 조기 출산을 한 사례도 있다. 임신 35주 차였던 B씨는 메르스 확진을 받지는 않았지만 ‘격리 대상자’로 분류돼 있었다. 조기 진통을 느껴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90번 환자가 근처에 있었다. B씨는 잠복기가 지나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출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의료진과 대책을 논의한 끝에 유도분만으로 2주 정도 빨리 출산을 마쳤다.  

과연 메르스는 태아에게 전염되지 않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태반을 통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되더라도 태아까지 감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태반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는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김영주 이대 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풍진 바이러스는 임신 초기에 태반을 통과할 수 있다. 보통의 바이러스도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볼 때 임신 5개월 전이라면 메르스 바이러스 역시 전염 가능성이 있다”며 “초기 임신부는 태아로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고, 중기 이후로는 산모의 폐활량이 줄어들어 태아에게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병했을 당시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사스 관련 자료를 보면 임신부의 사스 감염이 유산, 모성 사망(출산 후 산모 사망)의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비임신부는 10%, 임신부는 25%에서 사스 발병이 치명적이었고, 사스와 사산·조산 사이의 관련성도 다수 보고됐다. 한보령 서울의료원 산부인과 과장은 “메르스의 경우 임신 5개월에 사산된 사례, 만삭이 된 산모가 아이를 낳고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태아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아 사망 원인은 밝히기 어렵지만 산모는 메르스 증상을 보인 후 7일째 질출혈 및 복통을 동반하며 사산했다”며 “사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으나 관련 사례가 적어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임신을 할 경우 체내 세포성과 면역기능이 변화돼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 임신부에게는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지만 산소 완충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산소증 상태가 되기 쉽고, 폐부종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7세 어린이 메르스 양성 반응 나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소아의 메르스 감염률은 3%로 낮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까지 어린이 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던 7세 어린이가 6월12일 보건환경연구원 2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국립보건연구원이 재확인 중에 있다. 김우주 대한감염병학회 이사장은 메르스 관련 브리핑에서 “감염자들 중에 아이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감염률은 낮다”며 “홍역은 아이들에게 주로 발병하고 결핵은 노인층에 많은데 감염병 병원체마다 연령별 감염률이 다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아직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지만, 메르스의 연령별 발병 패턴이 아이들은 덜 걸리고 걸려도 빨리 낫는 인플루엔자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보건 전문가들도 아이들에 대한 메르스 전파 가능성에 경각심은 갖되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건강 상태에 따라 감염 확률은 달라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메르스가 전 세계 환자 숫자도 적을뿐더러 한국에 없던 병이라 의학계에서도 이제야 인식을 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없고, 천식이나 폐 질환이 있는 아이들 외에는 감염 환자 사례가 없어 중동 상황과 비교해서 분석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면역체계가 메르스 바이러스 침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청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염 여부 알고 싶어도 검사 안 해줘”

중동 여행 여부, 발열·호흡기 질환, 접촉력. 이 질문만으로 메르스 감염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확진 환자에 대한 정보와 이동 경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확진 환자와 접촉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메르스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들은 직접 검사를 받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렵다.  

분당에 살며 수원으로 출퇴근하는 도가은씨(31)에게 메르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6월3일 밤 응급실에 가서 메르스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중동에 다녀오지 않고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에 보건소로 연락을 하라고 했다. 보건소에 연락했더니 역시 중동 방문 여부 등을 묻고 일반 병원에 가라고 했고, 일반 병원에 갔더니 메르스 검사를 못한다는 이유로 소견서를 써주며 보건소에 가라고 했다. 보건소에 소견서를 갖고 갔지만 또 중동에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으니 감기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왔다 갔다 한 끝에 결국 일반 병원에서 감기 치료를 받았다. 

“확진 환자 접촉이 없거나 중동에 다녀오지 않으면 검사를 할 수 없다.” 그것이 현재 정부의 방침이다. 도씨는 수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점, 감기 치료를 받았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은 점을 메르스 핫라인에 설명했고, 샘플 채취 검사를 받아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보건소에서 알려준 샘플 채취 가능 병원에서는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오히려 병원 측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알려줬다고 보건소에 항의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메르스 검사를 못 받으면 어떡하느냐”고 묻자 “일반 치료를 계속 받아보고, 일상생활에서는 마스크를 써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행히 6월8일 성남시 분당보건소에서 메르스 검사를 받았고 이틀 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분당보건소 관계자는 “끈적한 가래로 검사를 한다. 성남시에 거주하거나 직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3만원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의 지역은 아직까지 ‘밀접한 접촉’이 있는 경우만 검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버지가 메르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는 이아란씨(27)는 “직접 돈을 내고 검사를 받겠다는데도 중동에 다녀오거나 확진자와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게 아니라고 했더니 검사를 못한다고 했다”며 “같은 공간에 있거나 스쳐 지나간 사람들 중 메르스 확진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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