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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벌 때만 윤리 생각해서는 안 돼”

‘기업 윤리’ 분야 최고 전문가 팀 마주르 미국 와이오밍 대학 특훈교수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5.06.02(Tue) 17: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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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년 동안 기업의 윤리와 규정 준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팀 마주르(Tim C. Mazur) 미국 와이오밍 대학 특훈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5월25일 시사저널이 주최한 ‘2015 굿 컴퍼니 컨퍼런스’에서 ‘윤리 그리고 규정 준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대학에서 정치학과 MBA(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윤리경영 기구인 ECOA(Ethics & Compliance Officer Association)의 업무최고책임자를 8년간 역임했고 캘리포니아 대학 등 7개 대학에서 활동했다. 미래 기업의 조건은 이윤 추구보다 윤리경영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굿 컴퍼니 컨퍼런스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기업 윤리는 최근에야 한국에 도입된 개념인데, 외국에서 주목받은 계기가 있을 것 같다.


기업 윤리가 강조된 시기는 2003년 엔론 사태(내부 고발자로 인해 회계 부정 사실이 드러난 기업 범죄 사건) 이후다. 물론 그 전에도 진보적인 기업은 나름으로 윤리 의식을 실천해왔다. 자금관리 임원을 뜻하는 ‘CFO(재무최고책임자)’라는 잡지는 매년 ‘올해의 CFO’를 선정해 발표하는데, 당시 3년 동안 올해의 CFO로 선정됐던 3명 모두 윤리적 문제로 체포됐다. 그 후 기업 윤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팀 마주르 교수가 ‘2015 굿 컴퍼니 컨퍼런스’ 오후 세션 기조강연을 마치고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기업에서 이윤과 윤리는 충돌하는 개념 아닌가. 

 

 

기업 활동의 목적은 인간의 삶을 지금보다 낫게 하는 데 있다. 환경이나 안전 문제로 사람에게 해가 되는 사업은 옳지 않다. 따라서 윤리가 중요한 것이다. 기업 활동에서 이윤과 윤리가 충돌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나는 윤리를 우선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윤리경영을 하는 기업의 경우 평판, 직원의 가치, 조직에 속한 자부심이 커지며 이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내는 원동력이 된다.


기자가 만난 한 기업 대표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을 많이 냄으로써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으니 이윤 추구가 윤리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더라. 

 

그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윤리를 이윤보다 우선하거나 적어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는가. 한 미국 기업은 강에 독극물을 흘려보내면서도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법에 맞춰 정화시설을 갖추려면 그만큼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래서 나는 기업이 윤리적 행동을 우선할 것을 강조한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윤리적 활동을 할 여유가 생긴다. 반대로 윤리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윤이 따라올까라는 점에는 의문이 든다.

 

기업이 돈 잘 벌 때만 윤리를 생각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은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경기가 좋으면 윤리를 생각하고 나쁘면 윤리를 버리겠다는 것인가. 윤리는 항상 염두에 둘 일이지, 이윤이 날 때만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다. ‘좋은 윤리=좋은 사업’이다. 지금의 타깃(target·미국 대형 마트)의 모체인 데이톤-허드슨 코퍼레이션의 케네스 데이톤 회장은 “주주를 위해 최대의 이윤을 만드는 사업을 하지 않는다. 사회를 위해 사업을 한다. 사회를 위해 사업을 하도록 이윤이 주어진다. 사회를 위한 사업이 아니면 사회는 이윤은 물론 그 기업의 존재조차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윤리가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

 

몇 해 전 세계적인 유통기업 월마트는 멕시코에 점포를 설립하면서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줬다. 이후 미국 지역사회에 월마트가 

매장을 내려고 하면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인다. 비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타깃 매장이 들어서는 것은 반긴다. 오래전부터 윤리적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윤리와 규정 준수를 담당하는 부서를 굳이 둘 필요가 있나. 

 

윤리와 규정 준수를 실천하는 회사에 가보면 해당 부서가 없고 대신 인사부나 법무팀이 그 업무를 담당한다. 본래 업무에 윤리와 규정 준수 관련 일감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부서는 기업의 재무 상태, 경영 상황 등을 감안하기 때문에 윤리나 규정 준수 업무도 돈(이윤)과 결부시킨다. 기업 윤리와 준법을 실행한다는 기업인데도 윤리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전담 부서는 어떤 일을 담당하는가.

 

기업 윤리와 규정 준수 전담 부서는 공정하지 않은 기업 윤리, 불공정 거래 행위, 사기, 보복, 공금 횡령, 성희롱, 차별, 뇌물, 절도 등의 문제를 다룬다. 예컨대 한 미국 기업은 스마트폰의 GPS(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 기능을 이용해 직원을 추적한다. 상사가 부하 직원을 감시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다. 회사 컴퓨터로 도박 게임을 하는 직원도 문제다. 동료의 취한 모습을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행위도 비윤리적이다. 임직원의 윤리부터 기업 활동의 도덕성까지 늘 감시하고 바로잡는 일을 한다.


결국 실천이 중요하다. 그런데 영업직의 경우 자신의 업무에 방해를 받는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임직원 각자가 윤리와 규정 준수에 대한 책이나 언론 기사 등을 찾아보고 이를 공유하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그런 과정에서 팀워크가 이루어지고 거기에서 자신의 일과 상충하는 부분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또 임직원의 이런 노력을 독려하는 경영진의 리더십도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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