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자금, 불법 비밀 캠프 운영에 쓰였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5.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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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본지 보도 후 “개연성 크다”…“홍문종·유정복도 비밀 캠프 모를 리 없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해 기소 방침을 세웠고,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5월14일 소환조사하면서, 다음 수사 타깃은 18대 대선 자금과 관련된 친박(親朴) 핵심 인물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물 중 18대 대선과 직접 관련된 사람은 서병수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당무조정본부장(현 부산시장), 홍문종 조직총괄본부장(현 국회의원), 유정복 직능총괄본부장(현 인천시장) 등이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이들에게 모두 총 8억원을 건넸다고 지목했다.

‘성완종 메모’에 이름이 거론된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왼쪽부터)의 지난 대선 때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2012년 10월18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대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는 세 사람. ⓒ 연합뉴스
“친이계 핵심 인사가 회식시켜주기도”

이런 와중에 시사저널이 지난 5월10일자에 ‘박근혜 2012년 대선 불법 비밀 캠프 드러나다’를 단독 보도하면서, 성완종 리스트에서 거론된 불법 대선 자금 의혹과 연계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5월11일 당 상무위 회의에서 본지 보도와 관련해 “성완종 리스트에서 밝힌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사실일 개연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새정치민주연합 ‘친박권력형비리게이트’ 대책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도 간담회를 통해 “이미 언론(시사저널)을 통해 대선 당시 12곳의 오피스텔에 불법 대선 캠프를 설치하고 불법 SNS 활동과 대선 자금 모금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상상을 뛰어넘는 조직적 대규모 불법 행위”라며 “이 불법 캠프 책임자는 박근혜 후보 캠프 선거 조직과 자금을 총괄 관리한 서병수 당시 당무조정본부장이다. 그 역할과 기여가 어느 정도였는지 분명하고 확실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가 특검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 만큼 즉각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식 선거 캠프가 아닌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에 10여 곳의 불법 캠프가 비밀리에 운영됐다는 것은 이미 법원 판결에서도 인정된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불법 비밀 캠프 운영에 당시 캠프 핵심 책임자였던 이들이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 불법 캠프로 사용된 에스트레뉴 빌딩 오피스텔의 소유주 정 아무개씨는 임차인들로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과 조동원 홍보본부 부위원장 등을 지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 관계자 A씨는 “불법 캠프 총괄 책임자는 서병수 본부장이라고 보면 된다. 불법 캠프 무상 임대는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됐다. 길게는 대선 2년 전부터 사용한 곳도 있는데, 이때마다 서 본부장이 전화를 하거나 사람을 시켜 (무상 임대를) 요구했다”며 “실무 관리는 성기철 포럼동서남북 회장이 맡았는데, 서 본부장과 성 회장은 서강대 동문으로 오래전부터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주장했다.

18대 대선 당시 비밀 캠프는 새누리당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핵심 당직자는 물론이고 핵심 보직에서 물러난 ‘친이(명박)계’ 쪽에서도 비밀 캠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A씨는 “친이계 핵심 인사 L씨가 찾아와 회식을 시켜주기도 했다.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이에 대한 보상은 선거 후에 받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L씨는 ‘계약서를 꼭 쓰시라’고 충고까지 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웬만한 사람들(캠프 관계자)은 한 번씩은 이곳(불법 비밀 캠프)에 드나들었다고 보면 된다. 당시 청년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던 오신환 현 새누리당 의원도 이곳에서 활동했다”며 “당시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장과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유정복 시장과 홍문종 의원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다만 (불법 비밀 캠프를) 서강대 인맥이 주도하다 보니 서 본부장이 더 큰 역할을 맡은 것뿐이다. 수사가 들어가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법 비밀 캠프 운영에) 관계돼 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연루자들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밀 캠프에서 불법 SNS 활동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법원 판결문.
“포럼동서남북 출신들만 청와대 입성” 불만

불법 비밀 캠프 운영 실무 책임을 맡았던 포럼동서남북이 18대 대선에서 차지했던 역할과 관계자들을 살펴보면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포럼동서남북은 2007년 2월 군사정권 때 학생운동을 했던 인사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조직으로 그해 7월29일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그러나 당시 박 후보가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조직이 와해되다시피 했다. 조직이 재정비된 것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0년 중순 무렵이다. 성기철 회장이 취임하면서 조직을 다시 확대해 본격적인 선거 지원 활동에 나섰다. 성 회장은 박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다. 포럼동서남북은 서강바른포럼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서강대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면서 두 조직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쏟았다.

포럼동서남북 회원의 면면은 화려하다. 2011년 1월14일 당시 친박계 핵심인 서병수·이정현 의원과 함께 파주출판단지에서 1박 2일 워크숍을 가졌다. 그해 11월30일 열린 송년의 밤에는 친박 원로인 홍사덕 전 의원과 함께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유정복 시장도 포럼동서남북 회원이다. 이 밖에 지난해 6·4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인물로는 이필운 안양시장, 김성기 가평군수, 나동연 양산시장, 이숙자 서울시의원, 이인화 강남구의원, 강광섭 구리시의원 등이 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조전혁 전 의원, 강원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김광래 관동대 교수, 용인시장 선거에 출마한 최승대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 등도 포럼동서남북에 적을 뒀다.

포럼동서남북은 2013년 3월호 포럼 뉴스레터를 통해 “박 대통령 취임식에 포럼동서남북 동지들께서 대략 500분 참석하셨다”며 세를 과시했다. 포럼동서남북 측은 미국·유럽·호주 등 3개 해외지역본부와 국내 20개 지부, 212개 지회에 9만8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후 포럼동서남북은 2013년 안전행정부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했고, 2014년 ‘범국민 안보의식 강화와 왜곡된 역사관 재정비’라는 사업 명목으로 5700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았다.

불법 비밀 캠프가 운영됐던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 시사저널 최준필
야권 “불법 대선 자금, 비밀 캠프 운영 사용?”

대선에서 승리한 후 포럼동서남북 출신들이 청와대에 대거 입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B씨는 “포럼동서남북은 외곽 조직을 담당한 고 이춘상 보좌관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한 김 아무개 행정관이 함께 관리했다. 청와대 행정관 인사가 끝난 후 SNS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찾아와 ‘포럼동서남북 출신들만 청와대에 입성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들어간 포럼동서남북 출신들은 주로 홍보수석실에 배치됐는데, 일부 민정수석실에 들어간 이도 있다. 예컨대 불법 SNS 활동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던 포럼동서남북 출신 김 아무개씨는 2012년 3월께부터 8월께까지 SNS 선거운동의 실무자로 활동하다가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 선대위 홍보본부에서 활동했다. 대선 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이후 김씨는 2013년 7월 청와대 행정인턴에 합격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비밀 캠프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대선 자금이다. 에스트레뉴 빌딩 2103호에는 서강바른포럼 사무소가 들어와 있었는데, 여기서 활동한 인물들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송재국 KT샛 사장이 지목됐다. A씨는 “이들이 서강대 출신들에게 박 후보를 위한 자금을 모았다”면서 “◇◇은행 △△지점장의 경우 200만원을 송금했다”는 구체적인 증언까지 하기도 했다. 법원 역시 ‘(2012년 7월25일경 새누리당 경선 당시)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자 박근혜의 경선 자금 모금을 홍보하게 하고, (2012년 11월 말경 대선 당시) 박근혜 펀드 가입 안내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하여 박근혜 후보자의 선거 자금 모금을 홍보했다’고 판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이 누구의 계좌에 입금돼 어떻게 사용됐는지 여부다. 본지 기자가 만난 서강바른포럼과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회원들은 돈을 보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누구의 계좌에 어떤 명목으로 송금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성완종 전 회장이 건넸다고 주장한 불법 대선 자금이 비밀 캠프 운영에 사용된 것이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대선 직전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경남기업 한 아무개 부사장의 검찰 진술이 있고, 시사저널 보도를 통해 대선 불법 비밀 캠프 운용과 선거 자금 모금 의혹도 나왔다. 차곡차곡 쌓이는 수사의 단서들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불법 대선 자금 수사에 계속 몸을 사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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