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장 내시경 한양대병원 싸고 삼성병원 비싸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5.05.14 15: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14곳·종합병원 43곳 진료비 비교…종합병원 진료비 최대 5배 차이

서울 지역 종합병원이 자율적으로 산정·부과하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동급 병원 간에도 최대 5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병원보다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도 비급여 진료비 격차가 2배 이상 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로봇 시술이나 치과 치료, 1인실 병실 입원료 등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사저널은 서울 지역 소재 상급종합병원 14곳과 종합병원 43곳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공개하는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 항목(5월7일 기준) 자료를 비교·분석했다. 종합병원은 입원 환자 100인 이상 규모의 중형급 병원을 말하고,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가 병원의 시설·장비·인력 등을 고려해 별도 심사를 통해 선정하는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을 말한다.

이번 분석은 해당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정기 또는 수시로 고지한 환자별 진료비의 최소 비용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다만 최소 비용과 최대 비용 간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거나 단순 비교가 어려운 위·대장 내시경 관리료, 상복부 초음파 검사료, 충치 치료비(레진 충전), 로봇수술료 등은 최소 비용과 최고 비용 평균값을 계산해 순위를 매겨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위·대장 수면내시경 검사 관리비는 최대 1.8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위·대장 수면내시경 관리비는 한양대병원(성동구)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평균 13만5000원(최소 비용 9만원, 최대 비용 18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삼성서울병원(강남구)은 최소 비용과 최대 비용이 23만7000원으로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대장 수면내시경 검사 관리비는 단순 검사를 위해 수면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환자가 마취에서 의식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경과 관찰을 위해 회복실에서 간호가 필요할 때 지불하는 환자관리행위비를 말한다.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충치 치료비 2.6배 차이

비급여 초음파 검사비의 경우 갑상선·유방의 초음파 검진비는 한양대병원이, 상복부 초음파는 강남세브란스병원(강남구)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병원은 갑상선(부갑상선 포함) 초음파 검사의 최소 비용이 12만4000원이었는 데 반해, 서울아산병원(송파구)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비의 최소 비용은 18만7000원이었다. 최소 비용 기준으로 본다면 가장 비용이 싼 병원의 진료비가 가장 비싼 병원에 비해 34%가량 저렴한 셈이다.

유방 초음파 검사비도 서울아산병원이 2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한양대병원은 12만4000원으로 서울아산병원이 1.6배 비쌌다. 간과 담낭·담도·비장·췌장 등 상복부 초음파 검사비는 삼성서울병원이 평균 19만2000원으로, 평균 비용이 가장 낮은 강남세브란스병원(12만8500원)에 비해 1.5배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뇌·경추·요추 MRI 진단비는 가장 비싼 곳과 가장 싼 곳 간에 1.1배 정도의 가격 차이를 보여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뇌혈관 MRI 진단비 격차는 상대적으로 컸다. 고려대의대부속병원(성북구)은 뇌혈관 MRI 진단비가 70만원으로 중앙대병원(동작구)의 48만5000원에 비해 1.4배 이상 비쌌다.

다빈치로봇수술 등 전문적인 시술이 필요한 고액 비급여 진료비 항목 격차는 더욱 크게 나타났다. 다빈치로봇수술은 의사가 3차원 입체 영상을 보면서 로봇 팔을 원격 조종해 수술하는 방법이다. 이화여대 부속 목동병원(양천구)의 전립선암 평균 수술료는 600만원으로, 1200만원인 삼성서울병원의 절반 수준이다. 평균 수술비에서 최대 진료비 병원과 최소 진료비 병원 간 격차가 2배에 이르는 셈이다.

같은 상급종합병원이라도 치과 진료비에서는 큰 격차를 보였다. 충치 또는 잘못된 칫솔질로 인한 치아 마모증 등으로 치료가 필요해 시술하는 충치 치료비(광중합형 복합 레진 충전)는 평균 진료비의 최대 격차가 2.6배가량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해당 항목의 평균 진료비가 20만2950원인 데 비해 한양대병원은 7만9000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1인실 기준 병실비 격차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상급병실비 차액(건강보험에서 정한 비용 외에 환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1인실 최소 비용 기준 12만5000원이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44만4000원으로 격차가 3.6배에 달했다.

종합병원 내시경 4.9배, 충치 치료 4.4배 차이

서울 지역 종합병원 43곳의 비급여 항목 진료비 격차는 상급종합병원보다 더 컸다. 특히 진료비가 저렴한 종합병원 중에는 국·시립 및 공단 소속 등 공공 의료기관이 많았다. 서울 지역 종합병원 중 위·대장 수면내시경 관리비는 국립경찰병원(송파구)이 평균 3만5000원으로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제대 부속 서울백병원(중구)은 평균 17만원으로 위·대장 수면내시경 관리비가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장 저렴한 국립경찰병원과 비교해 4.9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충치 치료비의 비급여 진료는 평균 진료비 차이가 최대 4.4배까지 났다.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은 평균 진료비가 5만원이었지만,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동대문구)의 경우 평균 22만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성바오로병원의 경우 해당 치료의 최소 비용이 9만원, 최대 비용이 35만원으로 시술 정도나 범위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경우에는 뇌혈관 MRI를 제외하면, 뇌 MRI의 경우 진료비 편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종합병원에서는 전반적으로 MRI 진단비가 2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뇌 MRI 진단비는 의료법인 성화의료재단 대한병원이 35만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영등포구)의 진단비는 71만7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대한병원과 최소 비용 기준으로 비교하면 2배가량 차이가 난다. 뇌혈관 MRI 진단비는 순천향대 서울병원(용산구)이 68만1400원으로 가장 비쌌다. 가장 싼 명지성모병원(영등포구, 26만원)과 비교하면 2.6배 이상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정보부 박금주 과장은 “가계의 의료비 지출 비중이 크고 물가 부담이 커짐에 따라 의료 소비자의 가격 비교가 가능해질 수 있도록 지난 2012년 말부터 의료기관과의 협의하에 일부 비급여 항목 진료비를 공개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에 해당되는 진료비는 상대 가치 점수를 일정 정도 반영해 공단에서 책정하는 만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지만,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는 개별 병원마다 자체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진료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급여 항목 진료비 실제와 차이 있을 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 진료비는 실제 병원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다소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진료 방법이나 부위 등에 따라 비용 공개 범위에서 제외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료기관별로 공개된 수면내시경 검사비(환자관리행위비)는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만 포함됐고, 치료·시술한 경우는 공개 비용에서 제외했다. 초음파 검사비는 진단 목적으로 실시하는 검사에 국한했고, 추적 검사는 공개 비용에서 제외했다. MRI 진단비는 일반적인 MRI 검사 비용으로 수술 후나 방사선 치료 범위 설정을 위한 MRI 검사 시에는 비용이 실제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또 조영제를 투여하는 경우 조영제로 약 5만~20만원이 추가될 수 있다. 충치 치료는 치아 면수에 따라 비용 차이가 날 수 있고 벌어진 치아 사이 메우기, 깨진 치아 때우기, 신경 치료 후 코어 형성 등은 공개 비용에서 제외됐다.  또 진료비는 병원 의료진과 서비스의 질적 차이, 시설 및 장비의 노후화 등과 관련이 있는 만큼 단순 가격 비교만으로 진료 병원을 선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