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움직이는 비선의 실체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05.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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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철’ ‘9인방’ ‘문지기’ 등…친노 측근들이 보좌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문재인 대표를 둘러싼 ‘비선’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문 대표 체제 등장 이후 비선에 대한 우려가 간간이 제기돼오다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해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논란이 문 대표에게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표를 둘러싼 비선 논란은 당 지도부 회의에서 터져 나왔다. 당내 ‘비노(非盧)계’에 속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5월4일 재보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참패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 ‘친노(親盧) 패권 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는 것이 많은 분의 지적”이라며 “문 대표가 선거 패배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밝혀라. 물러나지 않겠다면 친노 패권 정치 청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사저널 포토
주 최고위원의 공개 비판 이후 비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 역시 5월7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총선과 대선에서 실패했던 정무적 판단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전당대회 과정에서나 또는 전대 이후에도 (문재인) 대표를 보이지 않게 보좌하고 있다면, (이는) 여전히 당 대표로서도 성공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만약 이런 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하고), 대표로서도 당의 공조직 중심의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지난 5월4일 재보선 지역이었던 광주 서구 을 지역을 낙선 인사차 찾은 데 대해 “정무적으로 매우 하자가 있는 판단”이라며 “그러한 판단과 결정이 어디서 이뤄지고 있는지를 분명히 찾아서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계속적으로 이와 같은 실수와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철’ ‘문지기’ ‘9인방’ 등 측근들 거론 

당내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문 대표의 비선은 이른바 ‘3철’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문 대표와 함께 근무했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새정치연합 의원)이 바로 ‘3철’로 불린다. 

양 전 비서관은 한국외국어대 재학 중 자민투(반미 자주화 반파쇼 민주화투쟁위) 위원장, 한국외국어대 학보 편집장, 대학신문기자연합회 회장을 지낸 후 1988?94년 전국언론노조연맹 언론노보 기자를 지냈다. 양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언론정책을 담당했고, 노무현 정부 말기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해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갖기도 했다. 문 대표의 자서전인 <운명>의 집필을 도운 양 전 비서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표의 메시지팀장을 맡았으며, 지난 2·8 전당대회에서도 공식 직책은 맡지 않은 채 캠프에 합류해 문 대표를 보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철 전 수석은 문 대표의 경남고 후배이자 최측근 인사로 손꼽힌다. 문 대표가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을 지냈을 때 함께 근무했으며,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문 대표의 부산 출마를 적극 지원했다. 다만 대표적 친노 인사인 그가 전면에 나설 경우 친노 색이 부각돼 문 대표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의 본거지인 부산에서 조직 활동에만 전념하며 문 대표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 목포 출신인 전해철 의원은 이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문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때 함께 근무했다. 양 전 비서관과 이 전 수석이 원외 인사임을 감안하면, 원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문 대표와 만나고 있는 셈이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체제 때까지만 해도 비노 진영이 문 대표와 접촉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당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은 문 대표에게 의견을 전달할 때 전 의원을 통했다고 한다. 전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2007년 말 특별사면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터라 문 대표가 재보선 때 특사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앞두고서 가장 많이 상의를 했다고 한다.   

원내에선 노영민 의원이 핵심 측근

‘3철’ 이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새정치연합 경남도당위원장도 오랫동안 문 대표를 보좌해왔다.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윤건영 보좌관은 문 대표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소문상 전 정무기획비서관도 지난 대선 캠프 당시 정무행정팀장을 맡는 등 문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번 재보선 때 서울 관악 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표의 정무특보를 역임하는 등 정무적 보좌 역할을 주로 하는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2·8 전당대회 당시 문 대표 캠프의 공보팀장을 맡았던 한정우 부대변인은 특유의 언론 친화력으로 문 대표와 언론 간의 간극을 메우고 있다.  

원내에선 문 대표 스스로 최측근으로 인정한 노영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원 그룹이 문 대표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 대표가 전대 토론회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고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하느냐”는 질문에 노 의원을 꼽았을 정도로 친노 핵심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은 대선 당시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캠프에서 함께 일한 김경협·김용익·김태년·박남춘·우윤근·전해철·홍영표 의원 등과 함께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 모임을 조직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문 대표 체제 등장 이후 각종 당직 인선에 영향력을 미친 것은 물론 재보선 참패 후 문 대표가 사퇴론을 일축한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 노 의원과 긴밀하게 상의했다는 후문이 있다. 국회의원이긴 하지만, 공식 당직을 맡지 않은 노 의원이 사실상의 막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이른바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과 정태호 전 대변인, 소문상 전 비서관, 윤건영 보좌관, 윤후덕·박남춘·김용익 의원 등 9명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당내에서 친노 장악 논란이 제기됐을 때 인적 쇄신 요구와 맞물려 사퇴한 바 있다. 당시 이들 9인방은 일괄 사퇴를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친노는 민주당에서조차 낙인이 돼버렸다. 그것이 명예든 멍에든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들은 또 “저희들의 퇴진을 계기로 제발 더 이상 친노-비노를 가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누구는 빼고 누구는 안 되고 하는 소모적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나가 돼 ‘정권 교체 용광로’ 안에서 혼연일체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5월4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광주 서구 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 낙선 인사를 위해 광주공항에 도착하기 전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선 거론은 논란을 위한 문제제기일 뿐”

4·29 재보선 참패 후 이들을 겨냥한 또 한 번의 비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5월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비선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느끼고 있는 사실 아니냐”며 “차마 증거나 정황을 들이댈 순 없지만, 이번에야말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도 “노영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원 그룹과 원외 인사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며 “문 대표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이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된다. 그러니 최고위원들과는 일절 상의하지 않고, 전략홍보본부장 등 공식 라인도 배제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략은 역시 당 대표 측근이 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는 지적이다.

한 사무처 당직자는 “문 대표가 취임 초기에 탕평 인사를 강조하면서 비선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탕평 인사의 맹점은 자신과 뜻이 통하는 비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철저히 감추든지, 아니면 점차적으로 공식 라인으로 옮겨오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기 전에 재보선 참패로 비선 논란이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 주변에선 지난 대선에 이어 최근에 또다시 비선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이호철 전 수석은 서울에 올라오지도 않는 분인데 무슨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양 전 비서관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며 “자문 정도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렇다 하더라도 정무적 판단을 하기 위해선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외부에 있고 당내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무적인 조언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비선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이 본부장의 얘기는 아무리 일을 하더라도 문 대표의 말을 이해하는, 노선과 철학은 물론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전략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 비선을 문제 삼는 것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비선 논란을 얘기하는데 어떤 것을 얘기하는지 불분명하다”며 “문 대표의 의사소통이 부족한 것을 얘기한다면 당내 의사소통을 강화하라고 얘기하면 되지 왜 비선 논란을 제기하는지 모르겠다. 전략 부재를 얘기한다면 전략 기능을 강화하면 되는 것 아니냐. 이는 논란을 위한 문제제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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