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로 눈 씻지 마세요
  • 유준현│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 승인 2015.04.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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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미세먼지로부터 우리 몸 지키기

봄철은 황사·미세먼지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일교차도 크다. 우리 신체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일반적으로 생체 리듬이 불안정해져 저항력이 떨어지는 계절이다. 따라서 질병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특히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이 잦다. 활동성이 강한 어린이나 평소 알레르기 질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시기의 황사와 미세먼지가 더욱 달갑지 않다.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는 황사와 미세먼지의 중금속 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성분을 함유한 황사와 미세먼지는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거나 기존의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호흡기 질환, 안질환, 피부 질환 등을 꼽을 수 있다.

진한 황사 철엔 외출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불가피할 때면 황사 전용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 ⓒ 시사저널 포토
실내 걸레질 평소보다 자주 해야

우선 대기 중의 황사와 미세먼지가 폐로 들어가면 기도 점막을 자극해 정상적인 사람도 호흡 곤란과 목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기관지가 약한 천식 환자나 폐결핵 환자와 같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거나 어린이, 노약자,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경우 황사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증상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재채기가 계속되고 맑은 콧물이 흐르거나 코 막힘 등이 주요 증상이다. 증상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 콧물이나 코 막힘을 줄일 수 있다. 호흡기 질환자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하면 가급적 외출을 피하고 실내 생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도 외부의 황사와 미세먼지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공기정화기로 정화해주며 가습기를 사용해 습도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

황사, 미세먼지, 봄철의 건조한 공기로 인해 자극성 결막염과 건성안이 일어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동시에 나타나는 결막염은 눈이 가렵고 눈물이 많이 나며 빨갛게 충혈되고 눈에 뭔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을 느끼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손으로 눈을 비비면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증세가 심할 경우 흰자위가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황사가 심하거나 미세먼지 농도가 짙을 때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상책이다.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라면 보호 안경을 끼고 귀가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눈과 콧속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소금물로 눈을 씻는 행위는 눈을 자극하므로 피해야 한다. 결막염 초기 증세가 의심되면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거리거나 얼음찜질을 해주면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2%로 희석한 크로몰린 소디움을 눈에 넣어 예방할 수 있으며 혈관수축제와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치료한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가 처방에 따라 안약을 사용해야 한다. 함부로 자가 진단해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녹내장· 백내장 등 더 큰 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피부도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 생활 먼지로 인해 가려움증·따가움·발진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아토피 증상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이 최근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여성은 피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화장보다 세안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얼굴에 먼지나 꽃가루 등이 남아 있으면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쉽다. 따라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얼굴과 피부를 씻어야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 알레르기가 생겼다면 자극을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미지근한 물과 저자극성 클렌징폼 또는 미용비누로 씻는다. 이때 얼굴을 너무 강하게 문지르지 말고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구어낸다. 또 소금에는 살균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식염수로 피부의 불순물을 닦아내는 방법도 있다. 식염수를 화장용 솜에 묻혀 반복해서 닦아내면 뾰루지나 트러블을 예방하는 데 좋다. 

 

꼭 지켜야 할 건강생활수칙 여덟 가지 


규소·납·카드뮴 등 중금속은 주로 호흡기와 소화기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다. 따라서 무엇보다 호흡기와 소화기의 정상적 방어 환경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여덟 가지 생활수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①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가능한 한 외출을 자제한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야외 활동 대신 실내 활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황사와 미세먼지에는 단순히 모래와 먼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중금속도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황사와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된 날에는 야외 활동을 더욱 자제해야 한다.

②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해 코와 입이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일종의 분진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다. 중금속·세균·곰팡이가 있는 황사나 미세먼지를 차단하려면 일반 마스크보다는 황사·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사용하면 좋다. 일반 마스크는 83% 차단 효과밖에 없지만 황사·미세먼지 마스크는 정전기로 오염물질을 98%까지 차단해준다.

③ 호흡기 감염이 잦은 아이들은 각별히 주의한다. 면역 결핍성 환자, 신생아, 항암제 치료 중인 환자 등은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 속에 묻어오는 미생물이 일반인에게는 별다른 해가 되지 않지만 면역성이 떨어진 이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④ 외출 후에는 손과 얼굴을 잘 씻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다. 지리적 위치나 자연현상으로 인한 황사와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얼굴과 손발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는 등 기본적인 개인위생을 잘 지키면 황사·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⑤ 집 안에서는 걸레질을 평소보다 자주해 실내로 날아든 황사와 미세먼지를 계속 제거하도록 한다. 실내 환기도 중요한데 자칫 황사가 실내로 들어오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요령이 있다. 공기의 온도 차이가 공기의 흐름을 만든다. 실내 온도보다 바깥 온도가 더 높을 때 환기를 시켜야 한다. 오전 9시, 오후 4시 바람이 잦아드는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⑥ 황사 때는 하루에 적어도 물 8잔 정도를 마신다. 황사에 가장 취약한 조직은 호흡기다. 수분이 부족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유해물질의 침투를 더 쉽게 만든다. 따뜻한 물이나 음료수 등 하루 1.5리터 이상의 수분을 섭취하면 좋다.

⑦ 과일·채소 섭취가 필요하다. 장을 통해 흡수된 황사 먼지나 중금속을 배출하려면 섬유질이 많은 과일과 채소 섭취로 장운동을 촉진해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황사 먼지나 중금속은 우리 몸의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증가시키는데, 엽산·비타민C·비타민B 등 과일·채소에 많은 항산화 영양소들은 중금속이 우리 몸에 들어갔을 때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⑧ 황사가 있다고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체내 나쁜 물질을 없애주는 기능도 떨어지므로 실내에서 제자리 걷기나 근력운동을 하는 게 좋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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