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에 귀 막으면 가게 망한다
  • 한치호│한국교통대학교 겸임교수(행복경제연구소장) ()
  • 승인 2015.04.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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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출신 사장 두 명의 사례로 본 창업 노하우

지금 대한민국은 창업 열풍에 휩싸여 있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창업은 극심한 취업난을 피할 수 있는 도피처다. 40~50대 중·장년층에게도 창업은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성공 창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창업을 해서 3년을 넘길 확률이 대략 3%라는 통계만 봐도 그렇다. 대기업 출신으로 창업에 나선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성공 창업의 방향을 짚어본다. 

대기업 출신 A사장은 몇 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로 결심했다. 오랫동안 구상해왔던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해 최고상까지 수상했다. 이후 A사장은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아이템의 우수성은 인정받았지만, 회사 경영은 처음이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책으로 배운 창업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있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 건물에 사무실 임대 광고가 붙어 있다. ⓒ 시사저널 포토
●자금난 시달린 A사장│가장 큰 문제가 자금이었다. 아이템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10억원 상당이 필요했다. A사장의 수중에는 자택 전세를 포함해도 1억원 남짓이 전부였다. 시상금과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창업 자금을 합해도 실제 소요 자금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급기야 주변에까지 손을 뻗어보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실제 개발비와 유지비, 특히 인건비는 A사장이 감당하기에 버거웠다. 1년에 6차례나 사무실을 옮기고, 인건비 지급이 늦어지는 등 사정은 나빠지기만 했다.

개발을 위탁한 회사도 골칫거리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로 개발비를 요구했다. 중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개발을 지연시켰고, 심지어 최종 개발한 시스템을 납품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로 인해 A사장은 정상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없었다. 최근에 유력한 엔젤 투자자를 만나 50% 가까운 지분을 넘기고 투자를 확정받을 때까지 A사장이 고민한 자금 문제는 창업에서 가장 큰 난적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부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의 아이템에는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관련 기관 실무자들은 A사장의 새로운 아이템 제안이 귀찮기 그지없다. 그렇다 보니 이것저것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심지어 A사장을 피하기까지 했다.

A사장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아이템만 있으면 당장 코스닥에 상장을 해서 많은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줄 알았다. 각종 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여기저기서 초청을 받다 보니 승리에 도취돼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집이 생겨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나중에는 조언을 가려서 들을 수 있는 판단력조차 무뎌졌다. 이해관계가 없는 선배들의 쓴소리보다 달콤한 유혹에 더 귀를 기울였다.

A사장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창업 과정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A사장은 현재 자금과 영업(마케팅), 기술 개발 모든 과정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투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 한숨 돌렸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경영 전문가 영입한 B사장│B사장은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고 결심하고 창업을 했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도료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원료는 최고로 썼고, 결제 조건도 공급자 측에서 놀랄 정도로 유리하게 해주었다. 이러니 제품 원가를 낮추는 일도 수월했다.

결정적으로 B사장은 기술 개발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경영이나 영업에는 문외한이었다. 고심 끝에 경영과 영업을 이끌어줄 후배를 영입하기로 했다. 지분을 50 대 50으로 나눠 공동 경영을 하다가 회사 매출이 적정 수준에 이르면 매각을 한다는 조건이었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고, 회사 경영 또한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B사장은 회사 매출이 500억원에 이르자 약속대로 회사를 매각했다. B사장은 회사를 매각해 마련한 종잣돈으로 새로운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B사장은 현재 더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두 개의 사례에서만 보면 어떤 창업이 더 좋고 훌륭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창업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우선 계획 단계에서부터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점이다. 제품의 콘셉트와 자금·영업·인적자원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시나리오를 쓰듯이 계획을 세우고 점검을 해야 한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더라도 현실에서는 더 큰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도 전혀 준비하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두 번째,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직접적인 경험이 어렵다면 간접적으로라도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한마디로 김밥집을 창업하려면 먼저 김밥집에 취업해서 김밥집 경영 노하우나 김밥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배우든가, 아니면 옆에서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보라는 이야기다.

김밥집 창업하려면 김밥집에 취업해야

마지막으로는 유능한 멘토를 옆에 두라고 권하고 싶다. 유능한 멘토는 나에게 힘과 용기도 주고 지식과 경험도 줄 수 있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이나 지식까지도 채워줄 수 있다. 그리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업자나 사업을 평가해줄 수도 있다.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훈수하는 사람이 더 판을 잘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훌륭한 멘토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어떠한 창업을 하든지 철저한 계획과 경험, 멘토는 중요하다. 벤처·기술·소상공인 창업은 물론이고 청년이나 장년 창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실패도 중요한 경험이라고 하지만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는 것이 좋다. 이제 100세 시대에 창업이 인생에서 필수 단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늦었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이제라도 하나씩 알아가는 지혜를 쌓는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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