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게 먹으면 배불뚝이 된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4.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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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 하루 섭취량 2g 이하로 줄이자 두 달 만에 4.7kg 빠져

음식을 짜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 짠 음식이 비만까지 부른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만으로 가는 마지노선은 나트륨 2g(하루 섭취량)이다. 이 선을 넘으면 뚱뚱해지고 만병에 시달릴 수 있다. 나트륨 2g은 커피 숟가락 한 개 분량 정도의 소금 양이다. 체중 조절을 위해 칼로리만 신경 썼다면 앞으로는 나트륨 섭취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나트륨 2g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하루 섭취 권고량이다.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영국·미국 3.4g, 일본 4.2g에 비해 한국은 4.8g이다. 하루 권장량보다 2배 이상 짜게 먹는다. 점심으로 짬뽕(4g), 저녁으로 김치찌개(2g)를 먹으면 이미 6g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셈이다.

ⓒ 시사저널 포토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대원 한양대병원 내과 교수팀은 비만인 사람 80명을 두 그룹(저나트륨·저칼로리)으로 나눴다. 2개월 동안 저나트륨 그룹에는 하루 나트륨 함량이 2g인 식사를 제공했고, 저칼로리 그룹에는 열량이 낮은 식단을 제공하되 나트륨 양은 40대 한국인 평균 섭취량(4.7g)을 유지했다. 결과가 놀랍다. 소금 양을 줄인 식사를 한 사람의 체중은 4.7kg 감소했으나 저칼로리 음식을 먹은 사람은 4.1kg 줄어드는 데 그쳤다. 혈압에도 차이를 보였다. 저나트륨 식사를 하기 전 혈압(수축기)이 129.5mmHg이던 사람이 두 달 동안 저나트륨 식사를 한 후 121.7mmHg로 떨어졌다. 저칼로리 그룹보다 2배 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당뇨병 전 단계 증상(인슐린 분비 감소)은 저칼로리 그룹이 9% 좋아졌지만 저나트륨 그룹은 무려 40%나 호전됐다. 저나트륨 식사를 한 사람은 공복 혈당이 82.8㎎/dL에서 68.8㎎/dL로 낮아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나트륨 식사로 비만·혈압·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전 교수는 “많이 먹는 식사량은 그대로 놔두고 나트륨 양만 줄인다고 살을 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나트륨이 비만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만큼 적정 체중 유지를 위해 열량뿐만 아니라 나트륨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뚱뚱한 사람일수록 많은 소금 섭취

소금을 적게 먹는 게 건강에 좋은 줄은 알지만 짠맛에 길든 사람이 싱거운 식단에 만족할 수 있을까. 60대 주부 박추희씨는 “어릴 때부터 짜고 매운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평생 싱거운 음식은 입맛에 맞지 않았고 나이가 들수록 미각이 둔해져서 음식에 넣는 소금 양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도 처음에는 한국인이 하루에 나트륨 2g만 섭취하는 식사가 가능할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두 달간 저나트륨 식사를 한 사람들 중에서 앞으로도 하루 2g만 섭취하는 식사를 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90% 이상이었다. 전 교수는 “저나트륨 그룹 41명 중 1명만 중도 탈락하는 등 참가자들이 기대 이상으로 싱거운 맛에 잘 순응했다”며 “국민에게 나트륨 섭취를 줄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이익을 충분히 홍보·교육하고 요리법·식단을 잘 개발하면 WHO가 정한 하루 나트륨 권장량(2g) 수준으로 섭취를 줄이는 일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양대병원이 보건복지부의 2011년과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성인 7000명을 분석한 결과 성인 밥숟가락 한 개 분량 이상의 소금(나트륨 10g)을 매일 먹는 남성은 2g 미만을 먹는 사람보다 비만일 확률이 1.6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나트륨 과잉 섭취를 유도하는 6종류의 짠 음식으로 배추김치, 젓갈류, 어묵, 국수, 라면, 육가공 식품(햄·베이컨·소시지)을 꼽았고, 이를 매 끼니 섭취하는 여성의 비만율은 하루에 한 끼 정도 먹는 여성보다 1.5배 높았다. 전 교수는 “뚱뚱한 사람은 대개 국이나 찌개를 국물까지 다 먹는 습관이 있어서 나트륨 섭취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비만인 사람은 먹는 절대량이 많은 데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 탄산음료 등을 즐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식습관을 가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소금 양, 지금보다 3분의 1로 줄여야

평소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신 아무개씨(50)는 최근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은 결과 단백뇨(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소변)가 나왔다. 원인은 그가 즐겨 찾는 짠 음식에 있었다. 혈관에 나트륨이 많으면 우리 몸은 삼투압을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을 밖으로 내보내는데 짜게 먹는 사람은 단백뇨 위험이 일반인보다 63% 높다. 단백뇨가 계속되면 근육량이 줄어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음식으로 섭취한 에너지를 태울 수 없으므로 내장 지방으로 축적된다. 즉 복부미만(뱃살)이 된다. 

복부비만도 조사했더니, 일반인에 비해 짠 음식을 먹는 사람은 복부비만일 가능성이 2배 컸다. 안신영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비만 외에 고혈압·심장질환·뇌졸중·신장질환·위암·골다공증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트륨과 비만의 관련성은 외국에서도 속속 밝혀지는 추세다. 2013년 호주에서 발표된 어린이·청소년 대상 연구 결론도 소금 과잉 섭취가 갈증을 일으키고 갈증 해소를 위해 당이 첨가된 고열량 음료를 더 많이 찾게 돼 비만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2007년 브라질에서 이뤄진 동물 실험에서는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체지방량과 지방세포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연경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짠 음식이 뇌와 중추를 자극해 짠맛 중독과 과식을 유발하고 당 첨가 음료의 섭취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나트륨 과다 섭취가 비만 유발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나트륨 섭취와 비만은 악순환된다. 그 고리를 끊으려면 음식에 넣는 소금 양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가정에서는 탕·찌개·국 등 우리가 흔히 먹는 국물 요리에 넣는 소금의 양을 지금보다 3분의 1로 줄이면 된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3년 한 해 동안의 외식 소비 행태를 살펴보면 우리가 음식점에 갔을 때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김치찌개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김치찌개에는 1.9g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다. WHO의 권장량을 한 끼로 다 먹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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