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그린, 토끼들이 “내가 왕”
  • 안성찬│골프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4.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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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로리 매킬로이 등 우승 후보

‘호랑이가 없으면 토끼가 왕?’ 이번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900만 달러)가 그렇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40·미국)의 출전이 불확실한 가운데 선수들이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다. 압도적인 스타가 없다. 그나마 ‘새끼 호랑이’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가 그린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지만 우즈의 카리스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마스터스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선수가 우승한 적이 거의 없다. 탄탄한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이 대부분 그린재킷을 입었다. 이번 마스터스에서도 나름대로 스타라 불리는 선수들이 우승할 확률이 높다. 99명이 그린을 밟는다.

총상금 900만 달러, 99명 출전

2014년 4월11일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 G.C.에서 샷을 하고 있는 버바 왓슨. ⓒ 안성찬 제공
올 시즌 PGA 투어 우승자들을 보면 강력한 무기를 지닌 스타가 없다. 우즈와 필 미켈슨(미국)이 그린에서 헤매고 있는 가운데 ‘스타 기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즈가 몰락하면서 고만고만한 여우와 토끼가 우글거리고 있다. 먼저 올 시즌 22개 대회를 치른 현재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자 버바 왓슨, ‘떠오르는 별’ 조던 스피스, 지미 워커, 빌 하스,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등이 눈에 들어온다. 한 명 더 추가한다면 PGA 투어에서 겨우 1승을 올린 리키 파울러(미국)에게 미국 언론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나머지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들은 이름도 생소하다. ‘저 선수가 누구지?’ 할 정도로 무명들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는 역시 매킬로이다. 올 시즌 유럽투어에서 1승을 챙긴 매킬로이는 마스터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G.C.를 방문했다. 그는 반드시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모든 스케줄을 마스터스에 맞췄다. PGA 투어에는 4번 출전해 번외 경기인 그랜드슬램 대회를 빼고는 한 번 컷오프당했고, 월드골프챔피언십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공동 9위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매킬로이는 드라이브 평균 거리 305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60%, 그린 적중률 67%에 불과하다. 따라서 매킬로이가 기대만큼 마스터스에서 성적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로리 매킬로이 ⓒ 안성찬 제공
배상문·노승열 출전 예정

매킬로이의 라이벌은 왼손잡이 공인 장타자 버바 왓슨이다. 2012년에 이어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왓슨은 정규 투어 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과 준우승, 그리고 3위를 각각 한 번씩 했다.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 챔피언십에선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공동 14위를 한 것이 가장 안 좋은 성적이다. 왓슨은 드라이브 평균 거리 309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58%, 그린 적중률 65%다. 

매킬로이와 왓슨의 발목을 잡을 선수로는 ‘젊은 피’ 조던 스피스가 꼽힌다. 비록 투어 2승이지만 지난해부터 떠오르는 샛별로 관심을 받고 있다. 스피스는 최근 가장 성적이 좋다. 지난 3월16일 끝난 발스퍼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9일 끝난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2위에 올랐다.

스피스는 드라이브 평균 거리 294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59%, 그린 적중률 63%, 퍼팅 스트로크 게인드 0.891점이다. 3명의 선수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지만 유리알 그린에다 페어웨이를 놓치면 좋은 스코어를 뽑아내기 쉽지 않은 코스다. 이를 통해 변수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왓슨이 장타력을 무기 삼아 우승한 것을 보면 다른 선수보다 이들에게 우승 기회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유럽 강호들의 우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마스터스 우승자를 보면 경기력과 노련미를 갖춘 우즈, 미켈슨,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 왓슨, 애덤 스콧(호주) 등이다. 한국 선수로는 배상문(29)과 노승열이 출전한다.

신(神)만이 우승자를 점지한다는 마스터스. 골프팬들과 도박사들은 벌써부터 누가 우승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4월9일(현지 시각) 개막하는 마스터스는 SBS골프가 생중계한다.

 

ⓒ 안성찬 제공
마스터스는 1930년 28세의 나이로 한 시즌에 US오픈, US아마추어, 디오픈, 영국 아마추어 타이틀을 제패한 미국의 ‘구성(球聖)’ 보비 존스가 창설한 대회다. 장소가 매년 바뀌는 다른 메이저와는 달리 미국 조지아 주의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435야드) 한 군데에서만 매년 4월 둘째 주에 개최된다. 

오거스타 내셔널G.C.는 보비 존스가 앨리스터 매킨지와 함께 만든 코스다. 유리판같이 빠른 그린과 함께 숨어 있는 벙커, 워터 해저드가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악명 높은 코스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코스’로 불리는 오거스타는 지난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흑인의 입장이 허락되지 않을 만큼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골프장이었다. 여성도 입장을 못하게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18개 홀 중 ‘아멘 코너’ 3개 홀이 승패를 가른다. 기도를 해야 할 정도의 난이도 높은 아멘 코너는 11번홀(파4·455야드), 12번홀(파3·155야드), 13번홀(파5·465야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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