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찾아 떠돌던 뭉칫돈 몰린다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5.04.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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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폭등 투자자 관심…경기 둔화로 랠리 꺾일 수도

“요즘 중국 주가지수가 폭등하고 있다는데 중국 펀드에 투자하면 어떨까요?” 올 초부터 필자는 한국에 사는 지인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듣곤 했다. 최근에는 주식형 중국 펀드에 대한 투자 문의 횟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의 관심처럼 중국 증시는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월1일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전날보다 62.4포인트(1.66%)나 오른 3810.29로 장을 마쳤다. 2008년 3월20일 3804.05를 찍은 지 7년 만에 3800선을 돌파했다. 다음 날도 상승세를 이어가 3825.78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보다 18%나 급등한 것이다. 선전(深?)성분지수도 4월2일 31.3포인트 오른 13426.1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 또한 활발해 상하이지수 거래대금은 6320억 위안(약 111조8640억원), 선전지수 거래대금은 6045억 위안(약 106조9965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지수 연내 5100선까지 오를 수도

최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3800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활황을 띠는 가운데 3월30일 증권사 객장의 투자자가 환하게 웃고 있다. ⓒ Imaginechina
중국 증시의 급등세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증시에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하락세에 들어가면서 갈 곳 잃은 유동성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쏠린 것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육·해상 실크로드 개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조성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기름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상하이 증시에만 150만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8배나 늘어난 수치다. 갑자기 몰아닥친 투자 열기에 지난 6년간 2000포인트를 맴돌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50% 가까이 급등했다. 올해 들어 두 달간 조정을 받았으나, 3월1일 인민은행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3월 셋째 주에는 167만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실제로 요즘 중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주식 투자 정보를 캐는 것이다. 거리 곳곳에서는 주식 시세 예상표가 불티나듯 팔려나가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기업 실적에 대한 정보가 수시로 오간다. 예전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거래장에 가지 않고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을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기 때문이다.

시장의 호조건과 투자 열기 속에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린차이이 궈타이쥔안(國泰軍安)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리 하락과 기업 실적 개선이 강세장의 양대 요인”이라며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나단 가너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전략가는 “중국 경제가 소비와 서비스를 성장 동력으로 하는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상하이지수는 연내 51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점쳤다.

장밋빛 전망에도 한국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바로 2007년에 겪은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해 10월1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역사상 최고점인 6124.04를 찍었다. 2006년 말 2675.47에 불과했는데 10개월 만에 2배 이상 폭등했다. 당시 증시가 급상승했던 것은 중국 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률은 2005~2007년 사이 10.4%, 12.7%, 14.2%를 각각 기록했다. 집값이 해가 다르게 폭등하면서 철강·시멘트·건축·가구 등 연관 산업이 성장했다.

이에 따라 2008년 초 중국에서는 증시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판을 쳤다. 비록 고점에서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은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으로만 생각했다. 차이나데일리의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80%가 2008년에는 50%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다수 증권사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상하이지수가 700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완전한 오판이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엄습하면서 중국 증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최고점을 기록한 지 딱 1년 만에 주가는 72%(최저점 1664.92포인트)나 폭락했다. 중국 증시는 2007년 상승률이 세계 최고였지만, 2008년 하락률도 세계 1위였다.

문제는 중국 펀드를 사들인 우리나라 투자자들이었다. 2007년 한 해 중국 주식형 펀드에만 16조8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중국 펀드를 매입한 우리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봤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상하이종합지수 5000포인트 이상 고점에서 중국 펀드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투자대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사람이 속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지자 적지 않은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에 나섰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펀드의 순유출 규모는 10조6000억원에 달한다. 우리 투자자들에게 중국 펀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투자 의견,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그렇다면 지금 우리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 정부의 정책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저평가됐다고는 하나, 현재 중국 경제는 둔화세에 들어섰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7%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것도 힘들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을 6.85%로 예상했다.

실물경기가 악화되자, 중국 정부는 잇달아 정책을 내놓으며 증시를 부양시켜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扈港通)과 7조 위안의 투자 계획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3월12일에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올해 안에 금리 자유화를 전면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3월과 최근의 상승 랠리는 이 발언이 나온 후 벌어졌다.

지금처럼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거나 성장이 계속 둔화될 경우, 오직 정부의 정책에 따라 증시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주가 상승을 정당화할 재료가 없다”며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또한 “시장이 생각하는 수준을 완전히 넘어선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중국 주식으로 대박을 꿈꾸기에 앞서 중국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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