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올 시즌우승 후보1순위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5.03.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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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삼성·SK 전력 탄탄”…김성근의 한화 성적 관심

사상 처음으로 10개 구단이 자웅을 겨루는 프로야구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KBO리그는 신생팀 kt위즈의 참가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의 복귀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은 프로야구 개막에 앞서 △kt의 실체 △3년 만에 나서는 김성근 감독의 각오 △각 구단의 전력 변화 △외국인 선수들의 동향 △각 구단 사령탑의 철학 등 야구팬이 궁금해할 만한 5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 제10구단 kt위즈 베일 벗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큰 변화는 10개 구단 체제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kt의 성적을 낙관하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kt는 제9 구단 NC의 2013년 전력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kt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북부 리그에서 41승37패10무의 성적으로 6개 팀 중 3위에 그쳤다. 2012년 퓨처스리그 11개 팀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1군에 진입한 NC와 비교된다.

1월22일 ‘야생마’ 이상훈 두산 베어스 코치(왼쪽 세 번째)가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kt는 외부 영입 선수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영입한 박경수·김사율·박기혁 등 20인 외 지명선수 9명으로 전력을 짜고 있다. kt 조범현 감독은 일본 미야자키·가고시마에서 진행한 스프링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어느 정도 결정했다. 야수 10명과 선발투수 5명, 불펜투수 필승조 3명, 스윙맨 1명, 마무리투수 1명 등 베스트 멤버 20명은 대부분 외부 영입 선수들이다. 박기혁·박경수가 유격수와 2루수 자리를 꿰찼고 외국인 선수 앤디 마르테가 3루, 장성호가 1루를 맡는다. 외야 주전 선수로는 김상현·이대형·김사연이 유력하다. 선발은 크리스 옥스프링을 필두로 우완투수 필 어윈과 좌완투수 앤디 시스코가 삼각 축을 이룬다. 장시환은 선발과 롱릴리프를 병행하게 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불펜은 이성민·이창재·김민수 등 젊은 선수들에 정대현·윤근영 등 베테랑이 가세한다. 마무리는 김사율이다.

문제는 교체 선수다. 주전 선수 20명이 144경기를 모두 베스트 컨디션으로 뛰기는 어렵다. 결국 젊은 선수들이 그 몫을 해야 한다. 조범현 감독의 올 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144경기 중 60승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kt가 60승(84패)을 거두면 4할 승률이 가능하다. 역대 신생팀으로서 제7 구단 빙그레 이글스는 1986년 승률 0.290을 기록했고 제8구단 쌍방울은 1991년 0.425로 공동 6위를 마크했다. NC는 2013년 128경기에서 52승72패4무로 승률 0.419를 기록했다.

■ 김성근 감독, 꼴찌 한화 재건할 수 있을까

김 감독은 최근 6년 동안 5번의 최하위를 기록한 약팀의 대명사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김성근 감독은 부임 직후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개혁의 칼날을 휘둘렀다. 대다수 코칭스태프를 교체하며 팀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전념했다. 한화는 구단 레전드 스타 출신인 정민철·송진우·장종훈 등 3명의 영구 결번 코치와 이별했다. 한용덕·강석천·조경택 코치와도 줄줄이 계약 해지했다. 수년간 계속돼온 침체된 팀 분위기를 완전히 갈아엎겠다는 의지에서였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요청으로 FA 시장에서 마운드 보강에 힘썼다. 한화는 지난해 팀 방어율 6.35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약체로 꼽히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1982년 팀 방어율(6.23)보다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배영수·송은범·권혁 등 굵직한 투수들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직접 손을 댔다.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욕심보다 안정을 택했다. ‘대박’을 기대하진 못하더라도 최악의 성적을 내지 않을 경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롯데에서 뛰었던 쉐인 유먼과 삼성에서 뛰었던 미치 탈보트가 주인공이다. 모두 10승, 4점대 방어율 정도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자원이다.

문제는 부상이다. 현재 한화에선 다수의 선수가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근우, 나이저 모건의 부상이 뼈아프다. 한화의 취약점 중 하나였던 수비에서 핵심 멤버 두 명이 이탈했다. 이런 환경 탓에, 김성근 감독은 내심 마음속의 욕심을 조금씩 지우고 있다. 취임 직후 올 시즌 목표를 ‘우승’이라고 밝혔지만 최근엔 “욕심을 버렸다”고 말했다.

■ 스토브리그의 승자는 두산과 SK

올 시즌 프로야구는 각 팀의 전력 차이가 비교적 심하다. 특히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전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KIA는 주전 키스톤 콤비인 김선빈과 안치홍이 동반 입대했다. 주전 중견수 이대형은 신생팀 kt에 내줬다. 수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센터 라인’이 박스째 사라진 셈이다. 그나마 에이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해 선발진의 붕괴를 막았다.

지난해 7위에 머물렀던 롯데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알토란 같은 선수 세 명을 두산과 kt에 내줬기 때문이다.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두산으로 이적했고, 김사율과 박기혁이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스토브리그의 승자는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다. SK는 FA 선수들을 모두 잡았다. 최정·김강민·조동화·나주환·이재영을 모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던 에이스 김광현도 남았다. 뭐니 뭐니 해도 군 복무를 마친 리그 최고의 좌완 불펜 정우람의 복귀가 가장 크다. 기존 마무리투수 박희수와 더불어 리그 최고의 불펜진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권혁과 배영수를 한화에 내줬지만 윤성환·안지만·조동찬을 잡아 출혈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정인욱이 제대해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배영수가 빠져나간 5선발 후보로 제격이다. 두산은 역대 FA 투수 최고액인 4년 84억원에 장원준을 잡았다. 그 대가는 달콤하다. 니퍼트-마야-유희관-장원준으로 넘어가는 4선발이 매우 튼튼하게 꾸려졌다. 5선발로는 좌완 베테랑 이현승이 유력하다. 턱 골절상을 당한 노경은은 4월에 복귀할 예정인데, 시즌 중반 이후 두산의 전력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스토브리그의 승자인 삼성·두산·SK를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치고 있다. 

2월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한화 김성근 감독이 양훈의 피칭 훈련을 돕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 역대 최고 수준 외국인 선수들이 뛴다

올 시즌엔 총 31명의 외국인 선수가 뛴다. 9개 구단이 3명씩, kt가 4명의 용병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이 한국 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NC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 전원과 재계약했다. 두산이 더스틴 니퍼트, 유니에스키 마야와 재계약했고 넥센 히어로즈(앤디 밴헤켄), 삼성(야마이코 나바로) 등이 기존 선수들을 잔류시켰다. 팀을 바꿔 남는 선수들도 있다.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브래드 스나이더는 넥센으로, 넥센에서 뛰었던 헨리 소사는 LG와 계약했다. kt 옥스프링은 2007년 LG에서 뛰었고 최근까지 롯데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한 선수는 LG 내야수 잭 한나한이다. 한나한은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추신수(현 텍사스 레인저스)와 한솥밥을 먹었다. LG는 한나한과 연봉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는데,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센티브 50만 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연봉이 무려 16억50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화의 모건도 주목할 만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시절 상대 선수와 주먹다짐을 하고 관중석에 공을 집어던지는 등 불같은 행동을 일삼아 화제가 됐다. KIA 필립 험버는 올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는 2012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146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사례는 23차례에 불과하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33년 역사상 단 한 차례도 퍼펙트게임이 나오지 않았다. 삼성의 타일러 클로이드는 지난해 미국 트리플A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LG의 루카스 하렐은 2011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11승11패 방어율 3.76의 기록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력으로만 본다면 역대 최고 수준의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프로야구에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10인 10색’ 개성 넘치는 감독 스타일

지난해 여러 구단이 새로운 감독을 영입하며 변신에 나섰다. 한화 김성근 감독과 SK 김용희 감독, KIA 김기태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았고 두산(김태형)과 롯데(이종운)는 새 얼굴을 택했다. 

김기태 감독과 이종운 감독은 최악의 상황에서 팀을 수습하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KIA는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9차례의 연습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할 만큼 전력난에 빠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며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이종운 감독은 아예 팀워크부터 다시 짜고 있다. 그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자율 야구’를 꺼내들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지옥 훈련의 대명사라면, 두산 김태형 감독은 천국 훈련(?)의 대명사라 불리고 있다. 김 감독은 적극적으로 선수들에게 자율 훈련을 주문했다. 어찌 보면 김태형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김성근 감독의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틀을 놓고 봤을 땐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본인의 사임 이후 하향세를 탔던 SK의 모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준 높은 전력을 갖춘 팀에서 감독을 바꿀 경우 새 감독은 욕심을 부리기 일쑤다. 기존의 시스템에 손을 대고 싶어 하고 결국 그동안 유지했던 강점이 흐려진다. 강팀의 신임 감독은 기존의 것을 이어갈 의무가 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의 강점을 이어받는 한편, 새로운 전력을 녹여 전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두산을 올 시즌 우승 후보 1순위로 예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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