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아이 한 달에 한 명꼴 사망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1.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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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어린이집 안전사고 통계’ 자료…안전사고 하루 10건 가까이 발생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보육 환경 개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경찰과 정치권이 뒤늦게 어린이집들에 대한 단속과 점검에 나섰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처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사저널은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최근 5년간(2009~13년) 어린이집 안전사고 통계’ 자료 등 어린이집 실태에 관한 정부와 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 등의 자료 4건을 살펴봤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어린이집에서 아동들이 한 달에 한 명꼴로 사고에 의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안전사고의 경우 하루에 10건 가까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권에서는 안심보육과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육교사의 질을 높이고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대폭 확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월16일 네 살배기 여아 폭행 사건이 발생한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앞에 어린이집을 휴원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사망 사고 64%가 원인 알 수 없는 돌연사

어린이집 사고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54건(월 0.9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 유형별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돌연사 증후군’이 34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그 밖에 질식, 기도 폐쇄, 질병, 익사 등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통학버스 교통사고와 안전사고(부딪힘, 넘어짐, 끼임, 떨어짐)로 인한 사망 사고도 발생했다.

안전사고의 경우, 지난 5년간 1만6736건이 발생(하루 9.17건)했는데, 통계 작성 마지막 해인 2013년의 경우에만 전년 대비 68% 증가하면서 4000건을 넘어섰다. 부딪힘, 넘어짐, 끼임, 떨어짐, 이물질 삽입 등 일반 안전사고 외에 화상과 통학버스 교통사고, 식중독 등도 매년 100건 넘게 발생했다. 

문제는 안전사고 중 원인 미상으로 분류된 유형이다. 사망 사고의 경우 약 63%가 ‘돌연사 증후군’으로 추정될 뿐이다. 돌연사 증후군은 수면 중 사망한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사실상 진상 파악이나 책임 규명이 어렵다. 지난해 5월 경기도 부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잠을 자던 영아가 갑자기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 측은 업무상 과실치사를 이유로 어린이집 원장과 담임교사를 형사 고발했다. 그러나 해당 어린이집에 CCTV가 없어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계기로 부천시민연합을 비롯한 15개 시민사회단체는 ‘엄정한 수사와 영유아 종합 안전 대책’을 촉구하며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여야는 오는 3월부터 전국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현재 전국의 어린이집 4만3752곳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전체의 21%인 9081곳에 불과하다. 5곳 중 4곳은 CCTV가 없는 셈이다. 유치원의 CCTV 설치 비율 68%와 비교했을 때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2012년도 전국 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 찬성하는 부모는 74.2%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어린이집 아동학대 실태 전수조사에 들어간 경찰은 CCTV 영상 제공에 협조하지 않는 어린이집의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다.

CCTV 설치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CCTV의 사각지대에서 안전사고나 아동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보육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월22일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과거에도 인권·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었고, 사각지대 행위는 노출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실효적인 보육 과정의 투명화와 공개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근본 대책으로 가장 먼저 제시되고 있는 방안은 보육교사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보육교사의 질이 영유아에 대한 보육 서비스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육교사의 학력 수준 및 자격 향상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속된 양씨, 인터넷 강의로 자격증 따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자는 86만2065명에 이른다. 이 중 현직 종사자는 25% 수준인 21만8589명이다. 그런데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보육교사 교육 과정이 허술하고, 자격증도 남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보육교사 자격에는 1~3급이 있다. 가장 낮은 3급 자격은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 부설 교육원에서 65학점 이상을 수료하면 된다. 3급을 딴 후 2년간 경력을 쌓고 승급 교육을 받거나, 전문대학·학점은행제를 통해 보육 관련 학점을 51학점 이상 이수하면 2급 교사가 된다. 2급 교사가 된 후 다시 3년 이상 경력을 쌓고 승급 교육을 받으면 1급 교사가 된다.

2012년 보건복지부의 전국 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 자격증 교부 시 출신 교육기관은 일반 대학이 60.7%, 교육원이 23.7%이고, 방송통신대·사이버대학교·학점은행 등 원격 대학이 15.6%를 차지했다. 이번에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에서 점심 식사로 배식된 김치를 먹지 않은 아이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양 아무개 보육교사의 경우, 1년 6개월간 인터넷 강의로 공부해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고 3년 후 1급으로 승급했다. 승급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이나 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이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보육교사는 국가시험을 통과해야만 하고, 학력 역시 최소 학사(국제표준교육분류(ISCED) 레벨 6)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나라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현장 실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육교사의 학력 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프랑스는 500시간의 현장 실습(18~19주)을 요구하고 있고, 스웨덴은 12~15주, 뉴질랜드 역시 최소 20주의 현장 실습이 필요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4주간의 현장 실습을 거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엄격한 자격 관리 못지않게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해 양질의 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육교사는 장시간의 근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 이에 미치지 못하는 박봉으로 사직과 이직이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유치원·어린이집 운영 실태 비교 및 요구 분석’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기본급은 147.8만원, 수당은 33.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치원 교사의 기본급 217.9만원, 수당 61.3만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반면 보육교사의 일일 평균 근무 시간은 9시간 23분으로 조사됐다. 월 20일 근무를 기준으로 따질 경우 시급 1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유치원 교사가 초등교사와 같은 급여를 받으며 지위 또한 초등교사들과 동등하다.

보육교사 시급 1만원도 안 돼

보육교사들은 휴식 시간이나 휴가 역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2년도 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의 하루 근무 시간 중 휴식 시간은 평균 약 26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식 시간이 없는 경우도 40.6%에 달했다. 휴게시설을 보면 교사실을 갖춘 경우는 28%에 불과했고, 식사 공간은 16.9%, 개인 책상은 27.7%에 그쳤다. 휴가 기간은 연 9일 정도였고, 생리휴가 등 기타 휴가의 경우 9.7%만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한 해 동안 사직한 교사는 27.6%, 사직 및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교사도 25%를 넘었다. 보육교사들의 평균 경력이 4년 5개월로 다른 직종에 비해 현저하게 짧은 것은, 보육교사들의 근무 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안정된 교사와의 관계가 필수적인 영유아 보육에서 교사의 잦은 교체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보육 환경의 질 저하는 공적 영역이 담당해야 할 보육을 민간에 과도하게 의존한 데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불과하다. 공공 보육시설 대신 민간 보육시설을 육성한 정부의 정책이 한몫을 했다. 정부는 최근 공공 보육시설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줄여왔으며, 보육료의 지원 방식을 시설별로 지원하는 것에서 개별 이용자에 대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결과는 민간 보육시설의 폭증으로 나타났다. 민간 어린이집이 2008년 2만8881곳에서 2013년 3만8383개로 약 1만 곳 늘어날 동안, 국·공립 어린이집은 1826개에서 2332개로 506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1월22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관련 성명을 통해 “대부분의 보육시설이 민간에 맡겨져 있다 보니 보육이 시장 논리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특히 이윤을 고려하게 되는 민간 사업자는 운영비나 인건비에 민감해 양질의 보육교사 양성이나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공 보육시설의 확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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