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후폭풍, 반이슬람 보복 범죄 급증
  • 최정민│프랑스 통신원 ()
  • 승인 2015.01.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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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엡도’ 사태 이후 무슬림과 테러리스트 한 묶음 우려 목소리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를 샤를리 추모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샤를리 엡도 주간지’ 테러 사태 후 프랑스는 충격의 여진으로 정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그것은 바로 ‘반(反)이슬람 정서 확산’에 대한 우려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여 년간 프랑스에서 있었던 테러 사건 중 초유의 사태다. 테러 발생 5일 후에 열렸던 ‘공화국 행진’의 규모는 2차 세계대전 때 파리 수복 이후 최대 인파로 집계됐다.

충격이 컸던 만큼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반이슬람 보복 범죄’가 급증한 것이다. 테러 직후 5일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이슬람 사원이나 무슬림을 향해 벌어진 과격 행위가 54건이나 발생했다. 이 중 21건은 이슬람 사원에 총격을 가하거나 인화물질을 투척한 경우며, 나머지 33건은 욕설 등 ‘위협’ 행위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반이슬람 범죄 행위’는 총 110건이었다. 이는 전년도였던 2013년의 158건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이었다. 프랑스이슬람평의회(CFCM)는 파리를 비롯한 각 도시의 이슬람 사원에 대한 ‘경계 강화’를 정부에 요청했으며, 평의회 내부에서 반이슬람 범죄를 감시·감독하는 압달라 제크리는 “결코 본 적이 없는 사태”라고 지적했다.

1월11일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당수 마린 르펜 지지자들이 ‘반이슬람’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 연합
프랑스에서의 ‘반이슬람 정서’는 그동안 두 사건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다. 이번과 같은 테러 사태와 ‘이민자 문제’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대표적인 사건은 2012년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발생한 모하메드 메라의 총격 사건이다. 후자는 선거를 앞두고 극우파 지지자들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왔다.

“무슬림과 급진주의자들을 동류로 생각”

이번 사태의 경우, 폭력성의 강도와 연이은 두 건의 인질 사건, 그리고 인질 사태의 피해자가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이 그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테러 직후 프랑스 무가 언론 매체인 ‘20minutes’가 여론조사 기관인 ‘YouGov’에 긴급히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징후는 확연하다. 18세 이상 1029명을 대상으로 1월9일부터 12일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79.4%의 응답자가 향후 무슬림과 테러리스트들의 병합을 우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역설적으로 같은 비율의 응답자가 “프랑스의 무슬림은 이번 테러 만행을 규탄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파리의 국제정치학교 ‘시앙스 포’의  미르나 사피 사회학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가 현재 진행 중인 ‘인종차별주의의 성장 추세 내부’에 존재한다고 전제하며, “오늘날에는 무슬림과 급진주의자들을 동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러한 혼동은 ‘테러 행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담론에서도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실제 1월14일 히잡을 두른 한 무슬림 여성은 뉴스 전문 채널인 iTELE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러한 사태의 해결책으로 사피 교수는 “먼저 이슬람에 대해 더 알아야 하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테러리즘’과 ‘이민자 문제’를 분리하고, 아이들에게 ‘관용’을 가르칠 것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과 조치들이 이슬람 스스로의 변화와 정치권의 각성을 통하지 않고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반이슬람주의, 반유대주의와 연동

이번 테러 사태 초기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방송 담화를 통해 ‘단합’을 강조했다. 반이슬람주의와 같은 분열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였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함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이번 테러로 사망한 경찰관 아메드 메라베의 형인 말렉 메라베의 기자회견이었다. ‘공화국 행진’이 열리기 하루 전이었던 1월10일, 그는 “이슬람과 테러리스트를 혼동하지 말 것”을 강조하며, “이슬람은 평화와 사랑의 종교며 극단주의와는 무관하다”고 호소했다. 같은 시각 파리를 비롯한 전국의 거리에서 열린 추모 시위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막으려는 노력도 있었다. 추모 행진에 참가한 많은 무슬림의 공통된 주장 역시 “이슬람은 폭력과는 무관하다”였다.

무슬림을 비롯한 시민들의 노력에 반해 사피 교수가 지적한 정치권의 노력은 요원한 듯하다. ‘공화국 행진’이 있은 바로 다음 날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라디오 RTL에 출연해 “이민자 문제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민자 문제와 테러리스트는 관계가 없다”고 전제하긴 했으나 다시금 이번 사건을 ‘이민자 문제’로 옮겨놓은 것이다.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이틀 뒤인 14일, 사르코지가 다시 이민자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2년 대선 당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은 “이슬람주의 급진파는 대규모 이민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주장했었다.

이슬람에 대한 ‘이해’의 문제 역시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먼저 이번 사태의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서구의 잣대와 마호메트의 이미지에 대한 이슬람교의 교리 사이에서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슬람과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서구의 문화가 ‘양립’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양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이슬람 학자는 옥스퍼드 대학 교수인 타릭 라마단이다. 그는 ‘온건한 이슬람주의’를 주창한다. 일각에서는 “이슬람에 중도나 온건은 없다”고 단정 짓는다. 최근 프랑스의 대표적 작가인 미셀 우웰벡은 2022년 프랑스에 이슬람 정부가 들어선다는 파격적인 내용의 소설을 발간했다. 작가는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에 비해 그들에 대한 이해나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반이슬람주의는 반유대주의와 연동해 나타난다. 그것은 이슬람 과격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목표가 유대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유대주의가 테러를 부르고 다시 테러가 반이슬람주의를 부르는 형국이다. 이번 샤를리 엡도 사태로 반이슬람 정서는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새로운 테러 위협이 예고된 만큼 당분간 이슬람을 둘러싼 불안 기류는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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