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방부 ‘201 사업 단장이 공사 대가로 12억 요구했다”
  • 이승욱 · 조해수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12.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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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시절 국방부 ‘201 사업’ 비리 의혹 불거져

현대건설 하면 자연스럽게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의 특별한 이력 때문이다. MB 재임 당시 대표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 논란이 일 때마다 현대건설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대건설이 4대강 사업의 담합을 주도한 정황이 나오자, 세인들이 고개를 끄덕인 것도 이런 관계 때문이다. 

MB 재임 기간 중 현대건설이 수주한 대형 정부 공사 중 주목받는 사업이 있다. 국방부가 지난 2009년 무렵부터 추진해 2012년 준공한 서울 용산구 국방부 부지의 ‘합동참모본부(합참본부) 신축 사업’이다. ‘201 사업’이라는 프로젝트명을 달고 있는 이 사업은 사업비만 약 2000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의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선정된 이후 공사가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특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201 사업의 핵심 부문인 EMP(Electro Magnetic Pulse·전자기파) 방호시설 공사와 관련한 비리 및 부실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 오른쪽은 본지가 입수한 국방부 ‘201 사업’ 관련 군 검찰의 공소장. ⓒ 연합뉴스
시사저널 취재 결과 201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방부 국방시설본부 관계자들이 연루된 비리 혐의가 군 수사망에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군 기밀 유출 사건’으로만 알려진 것과 달리, 201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군 관계자와 업체 사이에 ‘뒷거래’ 관행이 있었던 것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최근 꾸려진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이 201 사업 등을 들여다보고 있어, 이 사업과 관련한 비리 및 부실 의혹이 규명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단장이 인사할 곳 많다며 돈 요구”

국방부 검찰단은 2014년 7월23일 합참 신축 사업인 201 사업을 총괄하는 김 아무개 전 사업단장(예비역 대령·2011년 6월 전역)을 구속하고 사업단 전 직원 박 아무개 원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국방부 검찰단의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김 전 단장의 범죄 혐의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었다. 김 전 단장이 2009년 7월께 EMP 설계 용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박 원사를 통해 비밀취급인가가 없는 Y사에 합참 설계도면을 제공해 구속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 검찰단이 김 전 단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이뿐만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단장에게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뇌물 수수, 입찰 방해 등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김 전 단장은 2010년 4월 중순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Y사 정 아무개 대표로부터 “EMP 시공 용역을 수주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 대표에게 “EMP 시공 부분 전체를 수주하게 되는 경우 얻게 되는 수익 30억원의 40%(12억원)를 달라”고 하는 등 뇌물을 요구했다.

Y사는 애초 201 사업 중 EMP 설계·시공 전체를 분리 발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201 사업 전체가 현대건설에 통합 발주되자 사업 참여에 차질을 빚었다. 현대건설은 EMP 부문을 3개 공구로 나누어 입찰 공고를 냈고, 이후 하도급 및 재하도급 업체를 선정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김 전 단장은 2010년 7월 Y사가 1공구 사업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낙찰 정보(33억1000만원)를 알려준 혐의(입찰 방해)도 받고 있다.

시사저널은 혐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김 전 단장으로부터 뒷돈을 요구받은 Y사 정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김 전 단장이 뇌물을 요구한 것이 맞다”며 “관련 사실을 국방부 검찰단 조사 과정에서 소상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김 전 단장이 뇌물을 받으면 ‘여러 사람에게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군 검찰단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단장의) 구체적인 수사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뇌물 청탁을 받은 쪽에서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고 요구한 액수도 일반적인 (리베이트) 수준과 유사한 점 등 범죄 혐의가 특정돼 기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 전 단장은 구속 후 병보석으로 풀려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단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전 단장의 부인은 기자와 만나 “남편은 평생 군인으로 청렴하게 일해왔다”며 “군내 특정 세력으로부터 음해를 받았을 뿐이다. 재판 과정에서 죄가 없다는 것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201 사업을 둘러싼 비리가 ‘개인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 201 사업단과 시공사인 현대건설, EMP 하도급업체 등의 구조적 방산 비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201 사업을 둘러싸고 현대건설이 수주하는 과정에서부터 특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01 사업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최저가 낙찰제 방식을 적용하고, 기술 및 가격 점수는 없이 7개 대형 건설사(1개 업체 중도 포기)의 입찰 금액에 대한 적정성 심의만 거쳐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체 입찰 참가 적격 업체 7곳 중 최저가 입찰 금액을 써낸 대우건설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입찰 금액인 1531억원을 써내고도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시 투찰률은 73.7638%였다. 가장 적은 입찰 금액을 써낸 대우건설(투찰률 59.5686%)보다 14%포인트가량, 현대건설에 이어 가장 높은 입찰 금액을 쓴 삼성물산(70.3605%)보다도 2%포인트 이상 높은 투찰률을 보였다. 김 의원실 측은 “논란을 무릅쓰고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려면 적정성 심의 과정에서 명확한 이유를 남겨놓아야 한다”며 “하지만 국방부는 적정성 심의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어 경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 11월2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 현판식’을 마친 참석자들이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합수단, 201 사업 전반 ‘만지작’

국방부가 201 사업을 발주한 방식도 의문스럽다. 국방부가 201 사업에 앞서 추진한 ‘국방부 신청사 건립’  사업(2003년 준공)의 경우 건설 공사와 EMP 사업을 분리 발주했다. 하지만 201 사업의 경우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비 178억원에 달하는 EMP 사업을 통합 발주하도록 기존 방식과 달리 추진한 것이다. 김 의원실 측은 “2009년 11월 ‘201 사업 집행계획보고’라는 국방부 내부 문서에도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통합 발주가 아닌 분리 발주를 하겠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건설로부터 EMP 공사를 하도급한 업체 3곳 중 2곳은 아예 EMP 실적이 없다는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나머지 1개 업체도 군내 EMP 실적이 1건 있지만 공신력 있는 국가측정표준 대표 기관으로부터 성능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라서 의문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김 의원실 측에 “3개의 하도급업체가 군 EMP 방호시설 실적은 없지만 민간의 EMP 공사 실적 등을 고려할 때 기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EMP 공사를 3공구로 분리해 공구 분할을 한 것은 공기 단축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당한 입찰 과정을 통해 시공사로 낙찰받은 것”이라며 “사업 추진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11월 발족한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은 관련 자료를 취합하는 등 의혹 규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합수단이 201 사업 등 군의 EMP 사업 전반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용지물 논란 빚는 EMP 방호시설 


강력한 전자기파를 이용해 전기·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EMP(전자기파) 탄(彈)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군은 1980년대부터 주한미군 및 우리 군 주요 시설에 EMP 방호시설을 구축해왔다. 현재 전국 50여 개 군 시설에 EMP 방호 성능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MP 방호시설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방호 성능 정도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201 사업의 EMP 방호시설은 성능 면에서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애초 201 사업의 EMP 방호 성능을 100dB 이상으로 설계했지만 80dB로 낮춰 시공했다. EMP 성능을 80dB로 할 경우 ‘마비 수준’의 전자파는 차단할 수 있지만, ‘파괴 수준’의 전자기 충격파는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국방부는 “미국 국방 기준 ‘MIL-STD 188-125’에 따라 EMP 방호시설 성능을 80dB로 낮췄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도 “국방부가 제시한 시방서 기준에 따라 80dB로 시공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실 측은 국방부가 제시하는 성능 기준은 이미 취소됐고, 대부분의 미국 국방 EMP 기준과 규격에서 최소 성능을 100dB로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우리 군에서 제출한 ‘EMP 방호시설 전력화 계획’ ‘군 위성통신시설의 EMP 필터 성능검사 결과 보고서’ 등에서도 100dB 이상으로 성능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이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국방부와 현대건설의 부실 시공 여부와 배경에 대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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