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박세리의 ‘대박 전설’ 넘보다
  • 안성찬│골프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12.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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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5년간 65억 재계약…골퍼-스폰서 계약 ‘후끈’

스토브리그(stove league)는 야구가 끝난 비시즌 시기에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에 나서는 일을 말한다. 최근 들어 골프에도 스토브리그가 한창이다. 한 시즌을 마치고 재계약을 하거나 다른 기업으로 소속사를 바꾼다. 기업도 마찬가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와는 재계약하지 않는다.

김효주(19)가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세계 여자골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효주는 제 비용을 포함하긴 하지만 롯데와 연간 13억원의 재계약 대박을 터뜨렸다. 기간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이다. 거의 65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인센티브가 더 눈길을 끈다. 우승하면 상금의 70%, 5위 이내에 들면 상금의 30%를 지급받는다. 이와 함께 상금 랭킹 및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 메이저 대회를 싹쓸이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 10억원의 특별 보너스가 주어진다.

국내 최대 계약금 기록을 경신한 김효주. ⓒ KLPGA
김효주의 계약은 박세리(37)가 2003년 CJ그룹과 국내 프로골프사상 최고액인 20억원에 계약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김효주가 메인 계약 외에 사용하는 골프클럽인 요넥스와 던롭 스릭슨 골프볼, 의류업체 헤지스 골프 등 서브 스폰서와 맺은 계약 금액만 10억원에 이른다. 신지애(26)는 2009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연간 계약금 10억원에 성적 인센티브로 최대 5억원 등 연간 15억원을 받기로 하고 5년간 후원 계약을 했다.

박인비(26·KB금융그룹)도 미국에 진출하고 28개 대회에 출전하기까지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그러다 LPGA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지난해 KB금융그룹과 2016년까지 4년 동안 연간 10억원 규모로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박인비는 스릭슨볼·삼다수·파나소닉 등과 서브 스폰서 계약을 해 10억원 넘는 돈을 더 벌어들인다.

지금은 하나금융그룹과 계약되어 있지만 유소연(24)도 한화그룹과 연간 3억원에 3년간 계약을 한 바 있다.

정상급 선수는 모두 기업 후원 계약을 얻어냈다. 김자영(23)이 LG그룹, 김하늘(26)·장하나(22) 등이 BC카드 등과 계약하고 있다. 계약금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톱랭커는 대부분 최하 1억원 이상 계약금에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세리 박’, 하나금융 골프단 단장으로 가나

이번 겨울 빅이슈 중 하나는 박세리의 하나금융그룹 합류 여부다. 가능성은 99.99%. 박세리가 KDB산은금융그룹과 계약이 끝나면서 하나금융그룹 골프단 단장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물밑 작업이 끝난 상태라는 것이 골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나금융그룹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아예 골프단 구성 계획을 하면서 여자 프로계의 ‘맏언니’ 격인 박세리를 지목했다고 한다.

박세리가 1996년 말 삼성물산과 맺은 계약은 파격적이었다. 10년 동안 계약금 8억원에 연봉 4000만원,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에게는 트레이너 자격으로 연봉 8000만원을 주고, 세계적인 골프 코치 데이비드 리드베터에게 내는 강습비 일체와 미국 내 체재비 및 훈련비 일체를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또 국내 및 국제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특별포상금으로 획득 상금의 100% 보너스, 2~3위에 올랐을 경우 획득 상금의 50%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삼성그룹 직원이 365일 뒤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했다. 모든 선수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조건이었다. 8개의 크고 작은 스폰서를 옷에 달고 뛴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질투할 정도였다.

하나금융그룹이 박세리에게 얼마를 베팅할지 궁금하다. 하나금융그룹에는 현재 유소연·박희영(27)·김인경(26)이 소속돼 있다. 김인경과는 내년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에 올 시즌 LPGA 투어 1승을 챙긴 허미정(25)과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수석 합격한 호주 교포 이민지(19)의 영입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박희영의 동생 박주영(24·호반건설)이 LPGA 투어에 합류하면서 하나금융그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안신애김하늘김자영(왼쪽부터)은 기업 스폰서가 있다. ⓒ KLPGA
“어라, 저 선수는 우승도 하고 공도 잘 치는데 메인 스폰서가 없네.” 흔히 있는 일이다. 또 선수마다 몸값(계약금)이 다르다. 국내에서 나름대로 잘나가는 이 아무개 여자 프로골퍼. 한동안 L그룹과 계약했다가 해지되면서 2년이 넘도록 스폰서가 붙지 않고 있다. 그는 우승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에서 나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또 있다. 일본에서 잘나가는 A프로는 국내 H기업에서 후원하다 계약이 끝났다. 그리고 일본행. 해마다 우승하고 상금왕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스폰서가 없다. 이유가 뭘까.

선수를 후원하는 한 홍보 담당자는 “공만 잘 친다고 후원하지는 않는다.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업은 선수를 후원하고 몸값을 결정하는 데 어떤 기준을 적용할까. 기업은 회사의 이미지 제고와 홍보 마케팅을 목적으로 선수를 영입해 큰돈을 쏟아붓고 있다. 국내 골프계, 특히 여자 프로골퍼 쪽에 이상할 정도로 돈을 쓰고 있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골프 방송에서 앞 다퉈 대회를 중계하기 때문에 회사 로고나 상품명을 직간접적으로 노출해 광고 효과가 크다.

골프 시장의 스토브리그는 12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다. 시즌이 끝나면 기업의 골프팀 홍보마케팅 담당자는 지난 1년간 선수의 성적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다음 시즌 계약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이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기준을 정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승 횟수, 상금 랭킹, ‘톱10’ 피니시율, 미스컷 횟수 등이다. 이런 것을 모두 합산해 전년도 성적과 비교해 분석한다. 또 1년간 방송에 노출된 횟수까지 측정한다. 선수의 모자와 가슴 그리고 골프백의 심벌마크나 로고가 방송에 얼마나 잡혔는지 합산해 홍보 효과 자료를 함께 만들어 놓는다. 이는 선수와 협상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모든 것은 최종 결정권자에게 달려 있다. H기업의 한 홍보 담당자는 “어떤 때는 성적이나 방송 노출이 큰 의미가 없다. 최종 결정권자가 그 선수를 후원하라고 하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한다. 몸값도 마찬가지다. 1억원을 주라고 하면 그렇게 한다. 골프를 통해 광고 효과를 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여자 프로의 경우 성적만큼 중요한 것이 ‘외모’다. 외모가 모든 항목의 35~5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적이 좋아도 외모가 낙제점이면 후원을 꺼리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미지와 매치가 잘되는 선수를 선호한다. 미스코리아같이 뛰어난 미모와 늘씬한 몸매를 지녔다면 기본 성적만 내도 스폰서를 잡기가 쉽다는 얘기다. 특히 세련된 패션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소속 선수는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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