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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청와대에 막강한 ‘빽’ 가진 사람이 누구냐”

본지, 지난 4월 ‘정윤회,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 첫 보도…‘민정실 문건 파동’ 후 재점화

조해수·안성모 기자 ㅣ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2.08(Mon) 11: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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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씨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논란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정씨가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불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인사 개입으로까지 튀었다. 시사저널은 “정윤회가 승마협회 좌지우지한다”(2014년 4월8일, 1277호), “정윤회씨 딸,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특혜’ 논란”(2014년 6월20일, 1288호) 등의 단독 기사를 통해 이를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한 취재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정씨의 딸은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마장마술 선수다. 마장마술은 말의 아름다운 동작과 표현을 겨루는 종목이다. 네 살 때부터 승마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 선수는 올해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정 선수를 놓고 각종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발단은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치러진 춘계승마대회였다.

 

이 대회에 출전한 정 선수는 순위권에 입상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채점 결과가 발표된 후 정 선수 측에서 심판진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승마계에서 흔한 일이다. 이권에 따라 채점이 이뤄지거나 자신이 가르친 선수에게 점수를 더 많이 주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는 게 승마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마장마술 선수인 정윤회씨 딸에 대한 특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정윤회, 딸 출전한 대회 경찰 수사 개입 의혹

 

 

그런데 사달이  벌어진 것은 대회가 끝나고 2개월 뒤였다. 느닷없이 경북경찰청 상주경찰서에서 경기 결과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이다. 심판진은 물론 대회 참가자 및 관계자들이 모두 소환됐다. 한국 승마계 역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대한승마협회에 따르면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불가능하다. 어떤 경우에도 심판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다. 그런데 사정 당국이 나서 심판 판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마장마술 국제심판 중 한 명인 ㄱ씨는 “김연아 선수가 지난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은메달에 그쳤다. 금메달을 딴 러시아 선수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실수를 했다. 그럼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경찰이 (상주 춘계대회와 관련해) 수사를 진행한 것은 소치올림픽을 인터폴이 수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기자는 당시 소환조사를 받았던 심판진 중 한 명으로부터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채점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찰서에 가서 ‘어떻게 수사를 진행한 것이냐. 누가 고발을 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찰관이 ‘인지수사를 한 것이다’고 얘기하더라.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경찰이 할 일이 없어 승마 경기 점수를 조사하고 다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경찰관이 아무 말도 못하더라. (경찰 조사 결과) 당연히 아무런 혐의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당시 대회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 배경으로 한결같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지목했다. 문체부의 지시 없이 승마대회에 대한 유례없는 경찰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문체부를 움직인 사람으로는 정 선수의 아버지인 정씨와 어머니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거론됐다. 대한승마협회 한 고위 간부는 “정 선수의 어머니가 최(태민) 목사 딸이고 아버지는 예전에 박 대통령을 보좌한 사람이다. 이런 배경 없이 갑자기 경찰 조사가 진행될 수 있겠느냐.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앞두고 심판진 군기 잡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정 선수 부모를 부추긴 사람이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박원오 전 전무는 지난 2008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치르고 나온 인물이다. 승마계에서는 박 전 전무가 정씨의 대리인으로, 마장마술 전반에서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전무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마장마술에 입문할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밝혔다.

 

승마계에서는 정씨-박 전 전무-문체부로 이어지는 비선 관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윗선으로 청와대가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혹은 상주 대회에 대한 경찰 조사가 마무리된 직후 벌어진 문체부의 승마계 감사와 느닷없는 인사로 더욱 커졌다.

 

지난해 7월 당시 문체부는 체육계에 대해 전반적인 감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실무자였던 노 아무개 체육국장과 진 아무개 체육정책과장이 그해 9월 돌연 좌천됐다. 이 경질성 인사에 정씨와 정씨의 전 부인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이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에 대한 특혜 여부를 조사했는데, 이때 정씨 쪽의 비리 정황을 상부에 보고했고 이로 인해 좌천됐다는 것이다.

 

  
 

정윤회 측근 박원오 “살생부 직접 작성” 인정


 

자세한 정황은 전남·북 승마협회 감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종서 당시 전북 회장과 박화조 전남 부회장은 “우리는 ‘박 전 전무가 승마협회에서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며 계속 문제제기를 했다. 박 전 전무에게 (우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며, 갑자기 자신들에 대한 전 방위 감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박종서 전 회장은 “어느 날 전북체육회에서 ‘서울(문체부)에서 전북 승마계에 문제가 있느냐’라는 식으로 전화가 온다고 하더라. 검찰에서도 (전북체육회에) ‘박종서가 누구냐’라고 묻더라는 것이다. 조금 있으니까 전북승마협회가 사용한 지출 내역 모두를 전북체육회에 올리라고 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대한체육회 지시 사항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체부에서도 (지출 내역을) 올리라는 게 아닌가. 이때부터 본격적인 ‘찍어내기’ 감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전북승마협회 감사에는 문체부 소속 서기관이 직접 나섰다. 박 전 회장은 “문체부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에서도 직접 내려왔다.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먼지털이 식 감사를 진행하고도 결과가 나오지 않자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예산을 줄이겠다’며 전북체육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사정은 전남승마협회도 마찬가지였다. 박화조 전 부회장은 “전남승마협회도 대한체육회와 문체부로부터 모두 감사를 받았다. 전남체육회가 나에게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사퇴를 종용하더라. 결국 사퇴했다. 나중에 전남체육회를 통해 들으니 위에서 ‘높은 사람’이 감사를 진행하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전남체육회가 말한 ‘높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박종서 전 회장은 감사를 진행했던 문체부 백 아무개 서기관으로부터 잊지 못할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백 서기관은 박 전 회장에게 “도대체 청와대에 막강한 ‘빽’을 가진 사람이 누구냐. 위에서 압력이 대단하다.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이냐. 승마계 인사까지 개입하는 것 같던데…”라며 되물어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유진룡 전 장관은 문체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의 경질성 인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승마계, ‘정윤회-박원오-문체부’ 비선 의심


 

찍어내기 감사가 정씨의 대리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원오 전 전무의 ‘살생부’에서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포착됐다. 박 전 전무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서 아무개 당시 승마협회 전무가 ‘문체부 쪽에서 승마협회의 문제점을 정리한 문건을 요구해왔다’며 나를 찾아왔다. 그래서 문건(살생부)을 써줬다. 8명을 써줬는데, 서 전무가 문건(살생부)을 문체부에 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앞서 언급한 문체부 담당 국장과 과장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체육정책인 ‘스포츠비전 2018’과 체육단체 운영 실태에 대한 전면 감사를 주도해온 인물이었다. 그러나 감사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9월,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각각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보직 이동했다. 정기 인사도 아니었고, 본부에서 산하 기관으로 이동하는 경질성 인사였다. 이와 관련해 박종서 전 회장은 “(진 전 과장은) 감사를 진행하면서 현 승마협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승마협회를 흔들고 있는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경질된 것이다. (진 전 과장의) 경질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게 될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진 전 과장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겨레와 조선일보 등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수첩’을 꺼내 노 국장과 진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두 공무원이 무엇 때문에 ‘나쁜 사람’인지, 이 얘기를 누구로부터 들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승마계와 문체부에 불어닥친 칼바람의 진원지를 쫓아가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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