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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인터뷰] 청와대서 좌천된 박 경정, "정윤회, 이재만·안봉근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 보고서 파문…김기춘 실장 축출 등 담겨

김지영 팀장·안성모·조해수 기자 ㅣ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4.11.30(Sun) 10: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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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의 ‘숨은 실세’라는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가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 정보를 제공받고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취지의 청와대 내부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정씨에게 제기된 ‘국정 개입’ 의혹의 꼬리가 잡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문건에 적시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인 것이 확인된 만큼 내용의 사실 여부를 두고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세계일보는 11월28일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 내용을 보도했다. ‘靑’은 청와대, ‘VIP’는 박근혜 대통령을 의미한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1월6일 작성한 것으로 나와 있는 이 보고서에는 “현재 강원도 홍천 인근에서 은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2회 정도 상경해 강남의 모처에서 소위 ‘십상시’ 멤버들을 만나 VIP의 국정 운영과 BH(청와대 지칭)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 후한 말 전횡을 일삼은 환관을 지칭하는 ‘십상시(十常侍)’는 청와대 핵심 보직에 배치된 박 대통령 보좌진 출신 비서관 등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권력의 핵심에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고서에는 정씨가 이들을 만나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2013년 7월19일 경기도 과천경마공원에 앉아 있는 정윤회씨(왼쪽)와 부인 최순실씨 © 한겨레신문 제공

 

▒ ‘정윤회 감찰 문건’ 누가 왜 작성했나


이른바 ‘정윤회 감찰 문건’은 시사저널이 3월23일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 보도를 통해 제기한 의혹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사저널은 당시 복수의 여권 관계자로부터 ‘박지만 미행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취재한 내용을 기사화했다. 보도 내용 중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부가 경찰에서 파견된 부하 직원에게 관련 사항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포함돼 있다.

 

이번 정윤회씨 관련 문건의 경우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지시해 경찰 출신 박 아무개 경정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사저널이 앞선 기사에서 밝힌 ‘민정수석실 간부’가 바로 조 비서관이며 ‘부하 직원’이 박 경정이었다. 조 비서관은 올해 4월 청와대를 나왔다. “인생의 다른 길을 계획하고 있어 사표를 제출했다”는 게 청와대 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퇴 이유지만 현 정권의 ‘개국 공신’ 중 한 명인 조 비서관의 위상을 놓고 볼 때 석연치가 않았다.

 

박 경정은 이보다 앞선 2월 대기발령 상태로 청와대를 나와 이후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로 자리를 옮겼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박 경정은 경찰 내에서 수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근무 후에 안전행정부장관실로 파견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대기발령 인사가 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의아해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좌천 인사’라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내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박 경정을 인사 조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사를 통해 자칫 정씨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통령 측근이 내사를 중단시켰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 비서관과 박 경정은 왜 ‘그림자 권력’으로 불리는 정씨를 감찰하고 파문이 예상되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일까. ‘정윤회 감찰 문건’은 권력 실세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 권력 구도를 감안할 때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조 비서관은 수원지검 공안부장과 국정원 특별보좌관을 지냈고, 박 경정은 이전 정권에서도 청와대 민정 라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단순한 사명감이나 정의감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1월6일 작성한 것으로 나와 있는 정윤회씨 감찰 보고서. © 세계일보 제공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앞선 기사에서 ‘미행 사건’으로 격분한 박지만 EG 회장이 미행 사실을 조 비서관에게 알렸고, 이에 조 비서관이 박 경정에게 정씨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조 비서관은 초임 검사 시절 마약 수사를 하다가 박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청와대를 떠난 이유도 정씨에 대한 내사를 주도하다 밀려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돌았다.

 

시사저널 보도 후 박지만-정윤회 세력 간의 권력 암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박 회장과 정씨의 반목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 캠프를 차릴 때부터 치열한 권력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 회장이 최측근 인사를 대선 캠프로 보낸 적이 있는데 이 인사가 ‘문고리 권력’에 대한 좋지 않은 정보를 박 회장에게 준 것 같다. 그러자 캠프 내에서 이 인사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형성됐고, 결국 박 후보를 설득해 이 인사를 캠프에서 내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지켜본 박 회장이 노발대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권 레이스 때부터 기울어진 권력의 추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여권의 또 다른 인사는 “정부가 출범할 당시 박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청와대로 입성하려는 것을 ‘문고리 권력’이 막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박 회장뿐 아니라 박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문고리 권력’이 자신과 박 대통령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비서진 3명은 지난 6월3일 본지에 현 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직원 인사와 관련해 “박 회장과 갈등 관계를 만든 사실이 없고, 이후에 박 회장 측 인사들을 견제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에 대한 미행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정보에 밝은 여권의 한 인사는 “박 회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정씨 측에서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행 건도 박 회장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회장 측이 맞불을 놓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경정은 지난 3월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사 조치와 관련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정씨와 ‘문고리 권력’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이 이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윤회가 김기춘을 겨눈 이유는 뭔가


‘정윤회 감찰 문건’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당시 여의도 정치권에서 떠돌던 ‘중병설’과 ‘교체설’ 같은 루머의 진앙이 어디인지를 감찰한 결과를 담고 있다. 권력의 2인자로서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는 김 실장에 관한 정보인 만큼 내용이 민감하다. 특히 정윤회씨가 지난해 ‘십상시’ 송년 모임에서 김 실장의 사퇴 시점과 관련해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정보지(속칭 찌라시)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나와 있어 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문건에는 정씨가 “김 실장은 최병렬이 VIP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는데 ‘검찰 다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며 “7인회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기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7인회’는 박 대통령에게 자문 역할을 해온 원로 그룹으로 김 실장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용갑 전 의원,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멤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의 원로인 김 실장이 지난해 10월 청와대에 입성하자 박 대통령에 대한 ‘7인회’의 영향력이 다시 주목받았다. 김 실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가 상당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연초부터 정치권에서는 ‘김기춘 사퇴설’이 광범위하게 나돌았다. 7인회 다른 멤버가 후임 비서실장에 낙점됐다며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씨가 김 실장을 탐탁지 않게 여긴 셈이 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까. 이 역시 여권 내 권력 암투와 연관 짓는 해석이 나온다. 박지만-정윤회 대결 구도에서 이른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 실장이라는 것이다. 양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김 실장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권력의 추가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경정의 보고서에서 김 실장 교체설의 배후로 정씨를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야당 의원은 “보고서 제목부터가 아주 영리하다. 김 실장이 이 보고서를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이 문건의 내용은 김 실장에게 보고가 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윤회 문건’ 보도가 난 직후인 11월28일 가진 브리핑에서 ‘어디까지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실장님이 이 사실을 알고 계신다”고 답했다. 김 실장이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민 대변인은 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조사하거나 확인하는 작업은 있었느냐’는 질문에 “조사라기는 뭐하지만 확인은 했다.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문건 내용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해당 문건이 감찰 보고서가 아니라 증권가 ‘찌라시’에 나오는 풍문을 취합한 동향 보고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해당 문건을 감찰 보고서라고 볼 수 있겠는가. 녹취라든가 결정적인 증거도 없고 단순 정황만 모아놓았다. 거론된 인물들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과정도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좋게 말해 정황 보고서지, 나쁘게 말하면 악의적인 투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내부 관행을 잘 아는 한 야당 의원도 “내용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김 실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를 놓고 봤을 때 언론이나 찌라시 등을 동원해 김 실장을 어떻게 낙마시킨다는 말인가. 정씨 측이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 보고서도 박 회장과 정씨 간의 권력 암투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에서 ‘박지만 미행’ 기사를 보도한 후 정씨가 ‘음모론’을 제기한 것도 새삼 주목된다. 정씨는 시사저널과 가진 여러 차례의 전화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음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뭔가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누가 박 회장과 나를 음해하려고 말을 지어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과 박 회장 사이를 이간질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청와대 보좌진. 왼쪽부터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 © 시사저널 이종현·뉴시스

 

▒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 어떤 관계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씨는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최 목사의 다섯째 딸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그의 부인이다. 최 목사는 1970년대부터 박 대통령과 가깝게 지낸 최측근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정씨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된 데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정씨는 2004년 박 대통령이 복당해 한나라당 대표에 오른 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공식 직함을 버린 지도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실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보좌진과의 관계 때문이다. 여권에서 조직 운영 일을 맡아온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보좌진을 구성한 장본인이 바로 정씨다. 대선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게 활동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영선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로 있던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재만 비서관이 종종 청와대 서류를 싸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무슨 이유로 누구와 만나기 위해 청와대 서류를 싸들고 밖으로 나가는지에 대해 분명히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회상환’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서 ‘만회’가 바로 이재만 비서관과 정윤회씨다. ‘상환’은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지칭한다.

 

하지만 정씨는 그동안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시사저널은 ‘박지만 미행’ 기사에 이어 ‘“정윤회가 승마협회 좌지우지한다”’(4월8일), ‘정윤회씨 딸,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특혜 논란’(6월20일) 등 정씨와 관련한 의혹을 보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정씨와 전화통화를 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의 보좌진 관련 질문에 “전화통화도 안 했고 대선이 끝난 이후론 만난 적도 없다. 그 친구들도 나를 부담스럽게 느낄 거다” “일부러 내가 연락을 안 한다. 연락하면 나중에 또 어떤 얘기가 나올까 봐 아예 끊고 산다”고 답변했다.

 

만약 ‘정윤회 감찰 문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씨가 그동안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 문제는 정씨가 제기한 소송과도 관련돼 있다. 정씨는 시사저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1월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정씨 측은 “정치권을 벗어나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왔을 뿐 박근혜 의원 또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그 비서들과 상호 연락·교류·접촉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공인이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정씨는 민사 소송과 별도로 시사저널 기자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도 했다.

 

▒ 야당 “국정 농단 세력” 국조 카드 만지작


그동안 정윤회씨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은 이제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야 할 상황에 놓였다. 야당은 “드디어 국정 농단 세력의 꼬리가 잡혔다”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1월28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윤회씨를 중심으로 대통령 최측근 비서관들이 그림자 속에 숨어 후한 말의 환관들처럼 국정을 농단해왔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비선 조직의 존재를 부인해왔던 청와대가 국민을 속여온 데 대해 어떻게 변명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또 “십상시가 청와대 내부 정보를 유출한 문제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위반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새정치연합은 진상 규명을 위해 ‘비선실세 국정 농단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단장에 박범계 의원을 임명했다. 일부에서는 국정조사를 요구할 조짐까지 감지되고 있다. 시사저널의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오른 정씨를 중심으로 한 비선 조직 의혹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윤회가 이재만·안봉근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한다 들어”
-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됐다 좌천된 박 아무개 경정 단독 인터뷰
 

시사저널이 지난 3월23일자에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제1275호)는 기사를 단독 보도함으로써 현 정권의 ‘그림자 실세’로 불려온 정윤회씨가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자는 이 기사가 보도되기 전인 3월13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박지만 EG 회장 미행 사건을 내사하다 ‘사실상’ 좌천당한 경찰 출신 청와대 행정관 박 아무개 경정을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만났다. 박 경정이 정윤회씨 미행 사건에 대해 내사를 벌였는지 여부와 그 결과를 듣기 위해서였다.

 

박 경정은 당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윤회씨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ㆍ정호성 제1부속비서관ㆍ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자신에 대한 인사 조치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현직 경찰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정씨의 박지만 회장 미행 사건에 대해선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에도 기자는 박 경정에게 여러 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번번이 사양했다. 박 경정은 지난 11월27일부터 휴가계를 내고 언론과의 접촉을 끊은 상태다.  그런데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 문건이 공개된 현 시점에서 박 경정의 발언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에 지난 3월 두 차례 만났던 박 경정과의 대화 내용을 싣는다.

 

정윤회씨가 박지만 회장에 대한 미행을 사주한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씨의 박지만 회장 미행 사건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다. (그러나) 좌천은 맞다. 나는 주로 기획수사나 (민정수석실에서) 사정 일을 해왔다. 내가 여기(일선 경찰서)에 발령 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좌천당한 것인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인사 부분에 설령 불만이 있더라도, 그것을 언론에 시시콜콜 털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문고리 3인방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겪은 것은 맞다.

 

문고리 권력이 어떻다는 말인가.


권력은 양쪽에 추가 연결된 막대와 같다.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고리 3인방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 문고리들을 견제하는 것은 대통령 친인척들이 해왔다. 예를 들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육영수 여사가 비서진들을 한 번씩 불러서 “대통령을 똑바로 보좌하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현 대통령은 영부인이 해야 할 일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면에서 박지만 회장은 영부인과 맞먹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지만 회장이 전면에 나서 문고리 권력들을 견제해야만 한다. 그런데 문고리들이 박지만 회장을 무척 경계하고 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다. 굉장히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정 내부에서도 문고리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조응천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현재는 변호사)과 나밖에 없다. 민정은 옛날로 치면 사헌부와 같다. 문고리들이 사헌부까지 장악하려 들면서 청와대가 문고리에 놀아나고 있다.

 

문고리 위에는 누가 있는가.


(시사저널이) 정윤회로 취재 방향을 잡았다면 잘 잡은 것이다. 내가 민정에 있으면서 박지만 회장과 관련한 얘기는 들은 바가 없다. 그러나 정윤회 얘기는 심심찮게 들었다. 첫 번째로, 정윤회가 이재만과 안봉근을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를 한다고 들었다. 정호성은 컨트롤이 잘 안 된다고 들었다. 두 번째로, 정윤회가 최순실과 이혼 직전에 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실제로 정윤회씨 부부는 3월27일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세 번째로, 정윤회가 강남의 J가든에 자주 드나든다고 들었다. 정윤회의 집이 J가든 뒤쪽에 있는 유명한 한방병원 골목 오른쪽 단독빌라라는 얘기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과 차로 10분 거리 정도밖에 안 되는 지근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강원도 홍천에 별장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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