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 아주 건방진 네이밍이지”
  • 서상현│매일신문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4.11.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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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 체제 여당에서 최경환 바라보는 시선 ‘싸늘’

“특히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과세한다는 것이 말이지요, 참 마음에 걸려요.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대기업 목을 조르고…. 만약 우리가 월급 받아 어렵게 저축해 금고에 넣어둔 돈을 정부가 세금으로 걷겠다고 하면 누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렇게 한다, 저렇게 한다 뭐 한마디라도 상의를 하고 협의를 해야지, 우리는 이리 갈 테니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무작정 가면, 글쎄요, 당으로서도 참 기분 나쁜 일 아니겠습니까.”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관료 출신의 새누리당 ㄱ의원은 이런저런 현안을 얘기하던 중,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경제정책 이야기가 나오자 톤을 높였다. 그 역시 ‘친박(親朴)계’로 분류되는 의원이지만, 국가 재정을 풀어 내수 진작에 나서는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두고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경제 수장의 이름을 딴 노믹스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아주 건방진 네이밍(naming)”이라고도 했다.

지난 5월20일 당시 새누리당 최경환(오른쪽)·김무성 의원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국회 긴급 현안 질문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그런데 이처럼 못마땅한 분위기는 ㄱ의원의 개인 소견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경제통인 새누리당 ㄴ의원은 “사실 지금 최 장관이 쓰는 경제정책, 즉 돈을 풀어서 돈을 돌도록 하겠다는 것은 가장 손쉬운 정책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없던 돈을 밖에서 끌어오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와는 180도 상반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책 바라보는 여당 내 시각 ‘삐딱’

서두를 이렇게 푼 이유는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계의 모습도, 목소리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현오석 경제팀에 비할 만큼은 아니지만, 최경환 경제팀에 대해서도 여당의 시선이 결코 따스하지 않다. 혹자는 새누리당 세력이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고, 일부는 그 때문에 친박계가 잔뜩 몸을 사리고 있어 최 부총리만 몰매를 맞는 분위기라고 했다. ‘친박 대 비박(非朴)’ 구도지만 한쪽이 너무 약체여서 ‘최경환 때리기’라는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초이노믹스를 두고 최 장관과 두 번이나 설전 아닌 설전을 벌였다. 김 대표가 기자들이 배석한 공개 석상, 그것도 최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비판한 것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여권의 권력 구도가 ‘친김무성’이냐, ‘친박근혜’냐로 갈라져 있는데…. 의원들로서는 누구 편을 들기가 마뜩찮은 상황이다. 최 장관에게는 지금 당내 우군이 없다.” 여권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런 관전평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친박계가 지리멸렬해진 작금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여당 내 시각이 삐딱한 데는 최 부총리 개인에 대한 사견도 작용하는 듯하다. 일단 친박계 중 이른바 ‘가장 잘나가는 사람’으로서의 최경환이다. 지난 대선 때 캠프에 몸담았다 지금은 의원실 수석보좌관으로 있는 한 인사는 “다 같이 고생했는데 누구는 정말 인정받아 잘나가고, 누구는 야인으로 떠돌고 하면서 말이 말을 낳는 일이 많다. 최 부총리로선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팽박(烹朴)’ 인사들의 항의를 받는 셈이고, 친박계 핵심 중에서도 실세라는 점에서 친박계에서도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최 장관이 나라 경제를 책임질 전문성을 갖추고 있느냐는 의문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최 장관이 ‘노믹스’를 꺼내 들 만큼 경제 전문가냐, 자신의 성(姓)을 붙인 경제정책이 연일 보도될 만큼 그가 경제 전문가로서의 권위나 대표성이 있느냐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역임한 그가 현재 큰 논란이 된 ‘부실 자원 외교’의 장본인이 아니냐는 책임론까지 부각되고 있다. 여권 전략기획 분야의 한 관계자는 “경제는 법과 제도만 손질해서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다. 여야 간 소통, 투명성 확보, 국민 설득의 장 마련, 정책이 확정되는 과정에서의 끊임없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여야 모두와 그런 게 전혀 없다. 지난번 원내대표 재임 시절 청와대에 상명하복하던 패턴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 최경환의 부동산정책을 두고 ‘전셋값만 올려놨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른 감도 없지 않지만 그만큼 어설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 자신의 의사는 어떤지 몰라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것도 여당에서 집중포화를 맞는 이유로 꼽힌다. 본인이 싫든 좋든 TK의 차기 주자로 거명되고 있고, 원하든 원치 않든 여당 원내대표에 이어 경제 수장으로 임명됐다. “경제부총리 취임 100일부터 포탄을 맞은 최 장관이 내년 초나 중순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 차기 공천도 물 건너갈 것이란 말이 나도는 실정이다. 최 장관이 지금 입은 옷이 몸에 비해 너무 크지 않으냐는 말이 많다. 친박계가 돕고 싶어도 눈치를 살피는 이유다.” 친박계 돌아가는 일을 잘 아는 여권 인사가 귀띔해준 내용이다.

새누리당 3선 중진 ㄷ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당에 친박이 어디 있느냐”며 웃었다. 그러더니 친박계라 생각되는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라고 했다. 이름을 이야기하며 다섯 손가락 정도 꼽자 “그래서 지금 그 양반들이 어디서 뭐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은 제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는다고 한다. 이 회의에 배석하는 ㄹ의원에게 친박계 지도부가 요즘 어떤지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일단 서청원 최고(위원)는 잘 안 나오십니다. 가끔 오셔도 어른으로서 방향 제시 정도 해주지 별다른 말씀이 없습니다. 이정현 최고는 호남의 유일한 우리 당 의원이어서인지 지역 관련 발언을 많이 하죠. 김을동 최고도 친박으로서의 발언은 거의 않는데….” 윤상현 전 사무총장은 집필 중이어서 거의 칩거 상태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맡은 역할 외에 정치적 현안에선 입을 닫고 있다. 친박계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홍문종 전 사무총장이 김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최 부총리의 방패막이로선 어떤 말도, 움직임도 없다. 개헌에 대해 “김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겨눴을 뿐이다.

10월30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국회경제정책포럼(대표 의원 정희수) 주최로 ‘최경환 경제팀 100일,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정희수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이 자리에서 만난 ㅁ의원은 “이제 100일 됐다. 재정이든 통화든, 정책 시행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지금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이런 세미나가 친박의 위기감, 어떤 조급함, 그리고 방어막 차원에서 나온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실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장관님은 정치적 현안에 대해 이리저리 오르내리는 걸 꺼리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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