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리더] 김연아, 전설 되었어도 행진 멈추지 않는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4.10.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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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김연아·박지성, 1·2위…류현진·박태환·손연재·홍명보 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줬다. 세계 최고란 게 무엇인지를 보여줬고 최고가 왜 아름다운지를 알려줬다. 마지막 무대가 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과 ‘최고’는 다르다는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매번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계에 쓰이는 ‘클래스’는 최근 피겨계에서 그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였다.

세계 스포츠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1등을 한 적은 많았다. 하지만 전설이 된 적은 드물다. 그래서 김연아에 대한 관심은 다른 선수에 대한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것은 절대적인 우월함과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었다. 피겨스케이팅 세계 대회에서 총점 200점-210점-220점의 벽을 차례로 넘어선 첫 여성 선수, 프리스케이팅에서 140점-150점을 넘어선 것도, 쇼트프로그램에서 75점 이상의 점수를 기록한 것도 여성으로는 김연아가 최초다.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4대륙선수권대회·그랑프리파이널을 석권한 첫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이기도 하다. 이제는 은퇴해 1등 혹은 2등이라는 숫자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그지만, 시사저널이 선정한 차세대 리더 스포츠 분야 1등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달게 됐다.

6세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해 23세가 될 때까지 모든 걸 스케이팅에 바친 그가 휴식을 원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다가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생각할 때 주변에서 그를 그냥 쉬게 내버려둘지는 의문이다. 다음 세대 선수들을 지원하고 홍보대사로서 할 일이 넘쳐난다. 우리 사회가 그에게 요구하는 몫이다. ‘여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10월5일 2년여 만에 박지성(33)은 다시 찾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래포드에 정장 차림으로 섰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73)이 옛 제자를 맞이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함께 섰다. 박지성은 “다시 올드트래포드에 돌아오게 돼 기쁘다. 맨유 앰배서더로 임명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보비 찰턴(77), 퍼거슨, 데니스 로(74), 브라이언 롭슨(57), 앤디 콜(43)에 이어 여섯 번째다. 비유럽권과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박지성이 갖는 영향력을 인정한 결과다. 그의 영향력은 은퇴 이후에도 여전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2위는 그의 차지였다.

은퇴한 박지성, 맨유 앰배서더로 화려한 복귀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 꿈은 날아갔지만 LA 다저스 소속 류현진 투수(27·3위)에게 ‘2년 차 징크스’는 전혀 없었다고 봐도 좋을 시즌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선발진의 한 축을 확실히 맡아주었다. 물론 부상으로 세 차례나 로스터에서 빠지며 고전한 것은 옥의 티다. 14승 7패, 3.38의 방어율. 총 29볼넷으로 9이닝당 1.72개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된 투구를 했다. 이 왼손잡이 투수는 아직 보여줄 것도, 더욱 발전할 것도 많다.

전문가들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리듬체조의 손연재(20·5위)보다 따지 못한 수영의 박태환(25·4위)을 더 주목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획득하며 한국 선수의 아시안게임 통산 최다 메달 신기록(20개)을 세운 박태환의 꾸준함과 성실성에 사람들은 갈채를 보냈다. “금메달을 못 따 죄송하다”는 그의 말에 “우리가 오히려 미안하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손연재는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로 꼽혔다. 김연아·박지성·박태환 등은 이미 은퇴하거나 차기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하지만 손연재만큼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본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45)은 여전히 6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조사에서 월드컵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1위를 차지했던 그다. 같은 선수 자원을 두고 다른 경기력을 보인 두 번의 슈틸리케호 평가전은 홍 전 감독에게는 쓰라린 시간이었을 테다. 국가대표팀 지휘봉은 내려놓았지만 한국 축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찾기는 계속할 생각이다.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국에 있는 홍 전 감독은 11월 말 홍명보재단 자선 경기를 위해 귀국한다. 

한국 야구가 아직 변방에만 머무르던 시절, 박찬호(41·7위)는 AFKN으로나 볼 수 있던 메이저리그를 우리네 안방의 현실로 가져온 개척자였고, 정상의 위치까지 오른 영웅이었다. 류현진이 박찬호를 능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인의 메이저리거사(史)의 기원은 박찬호로부터 시작됐다’는 명제는 영원히 그의 몫이다. 선수 박찬호의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야구인 박찬호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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