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과학 분야 ‘차세대 리더’를 묻는 올해 조사에서 또다시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가 1위를 차지했다. 2009년부터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체 응답자 중에서 17.3%가 김 교수를 지목했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 RNA의 존재를 처음 발견해 과학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는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한국인 최초로 유럽분자생물학기구(EMBO) 회원에 가입했다. 올해 4월에는 미국 국립학술원(NAS) 총회에서 외국인 회원에 선출됐다. 외국인으로 40대 인물이 NAS 회원으로 선출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는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에 매번 거론되고 있다.
김범수, 하위권에서 2위로 등극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4.0%)와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2.7%),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2.7%) 등도 올해 조사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기초과학 분야를 전공한 인사들이다. 현택환 교수는 당뇨 주사가 필요 없는 ‘인슐린 캡슐’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황준묵 교수는 지난 40여 년간 누구도 풀지 못한 변형불변성의 증명을 완성했다.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분과 강연자로 초청받았고, 올해 대회에서는 기조강연자로 나서게 된다. 김필립 교수는 그래핀이 실리콘 반도체를 능가하는 신개념 전자소자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알린 석학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과학보다 기술에 더 많이 투자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면서 기초과학을 등한시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것도 과학보다 당장 써먹을 기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올해 조사에서 기초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인사들이 대거 약진하면서 과학계에도 새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6.0%),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3.3%), 이찬진 포비스 대표(2.7%), 이상엽 KAIST 연구원장(2.0%)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 의장은 특히 과학 분야 순위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10월1일 국내 2위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하고 통합법인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에 오르면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