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국정감사 위증 논란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10.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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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옥 의원, “명절 선물, 로비성 아니냐” 추궁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2007년과 2008년, 2009년 정·관계와 언론계 인사 800여 명에게 최대 40만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뿌렸다. 선물 리스트에 나온 인사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전직 총리에서부터 장·차관, 국회의원, 판사, 검사, 경찰서장, 세무서장, 언론사 사장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었다. 홍 회장은 이들을 S급부터 A급, B급, C급, D급으로 나눠 관리했다. 정기적으로 고급 음식점으로 초대해 수십만 원 상당의 음식을 여러 차례 대접했다. 한 변호사는 지방법원장 시절 170만원 상당의 쇼핑 비용을 지원받기도 했다. 3년여 동안 명절 선물이나 음식 접대, 경조사 비용 등으로 나간 돈만 수억 원에 이른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7월 마리오아울렛의 내부 문건을 바탕으로 정·관계 선물 리스트를 공개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인사들은 해당 부처에 통보했다.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3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홍 회장은 당시 기자와 만나 대가성을 부인했다. “고향 선후배나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만난 지인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해명했다.

10월14일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명절 선물 거절당한 리스트도 있어

최근 국회에서 또 한 번 마리오아울렛의 선물 리스트가 도마에 올랐다. 10월14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홍성열 회장에게 “명절 선물의 용도가 로비성 아니냐”고 질의했다.

홍 회장은 2001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마리오아울렛 1관을 오픈했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부지를 사용하겠다고 관리업체인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과 계약을 맺었다. 이후 취득세와 등록세를 전액 면제받았다. 5년간 지방세도 50%만 내면 됐고, 분양대금의 70%까지 장기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었다. 전 의원이 금천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리오아울렛이 받은 지방세제 혜택만 11억2700만원에 달한다. 홍 회장은 2004년과 2012년에 각각 마리오아울렛 2관과 3관을 추가로 오픈했다.

국가산업단지에 입점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인 만큼 판매장 같은 지원시설은 20%까지만 허락됐다. 판매 물품 역시 단지 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제한됐다. 마리오아울렛은 매장 1층과 2층에 유명 의류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금천구청 및 산단공과 마찰을 빚었다. 금천구청은 2003년 아파트형 공장의 근린생활시설을 판매시설로 용도 변경했다며 마리오아울렛에 60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했다. 산단공 역시 지속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결국 산단공은 이전에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고 마리오아울렛을 검찰에 고발했다. 마리오아울렛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홍 회장은 10월14일 국정감사 증인 답변에서 “산단공의 유연하지 못한 처사 때문에 법정 시비가 벌어진 것”이라고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마리오아울렛 측은 10월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바로 앞에 위치한 경쟁사는 건물 전체에 백화점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이다”며 “정부로부터 온갖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도 당시 마리오아울렛의 불법적인 영업을 인정한 상태였다. 1심 재판부는 “50개의 의류 매장 중에서 45개가 공장에 입주한 업체가 생산하지 않은 제품”이라며 “원고(마리오아울렛)는 2001년 개장 때부터 수년간 위법적인 제품 판매를 계속해왔다. 입주 계약 해지로 입게 되는 손해 역시 원고가 자초했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도 법원은 산단공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돌연 소송이 취하됐다. 산단공의 계약 해지 조치도 소송 취하와 더불어 없었던 일이 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전순옥 의원은 갑작스러운 소송 취하 배경에 홍 회장의 정·관계 인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의원은 “산단공과 법정 시비가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던 2008년과 2009년 사이에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선물이 집중됐다. 선물의 용도가 부정한 특혜성 로비를 위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국정감사 질의 초기만 해도 홍 회장은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추궁하자 로비성은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홍 회장은 “명절 선물은 로비성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성의를 보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 회장의 답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마리오아울렛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홍 회장은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금천구청의 이 아무개 팀장과 소송 중인 산단공의 박봉규 이사장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가 거절당했다. 마리오아울렛 측이 직접 작성한 ‘수취 거절 명단’에는 두 사람 외에도 구로경찰서 서장과 당진경찰서 서장, 금천경찰서 수사과장, 금천구의회 의원, 금천구청 간부, 심지어 국정원 직원까지 포함돼 있다. 홍 회장은 2007~09년 서울 남부지검 형사2부의 이 아무개 부장검사와 정 아무개 검사, 형사5부 김 아무개 부장검사, 이 아무개 검사에게도 명절 선물을 보냈지만 마찬가지로 거절당했다. 당시 마리오아울렛 측이 작성한 ‘발주 후 집계표’에는 ‘수취인이 거주하고 있지 않다’거나 ‘주소 파악 불가’라고 표시돼 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지인에게 성의 표시를 했다”는 홍 회장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전순옥 의원은 증인 답변 과정에서 홍 회장이 일부 위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16일 진행된 산자위 국감장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홍 회장의 위증 혐의를 제기했다. 전 의원은 “증인 질의 과정에서 홍 회장이 말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위증 여부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명절 선물을 거절한 정·관계 인사들을 따로 정리해놓은 마리오아울렛 내부 문건

전순옥 의원 “홍 회장 위증 여부 따질 것”

일부 언론이 석연치 않게 인터넷판에서 기사를 삭제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들 언론은 10월14일 국감 직후 홍성열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을 보도됐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서 관련 기사가 인터넷에서 모두 삭제됐다. 전 의원은 “홍 회장의 언론 로비 능력을 직접 체감했다. 국정감사 기사까지도 로비를 통해 내리게 만들었다”며 “홍 회장의 선물 리스트가 로비 리스트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마리오아울렛 측은 “국감에서 지적한 부분 중 일부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고쳐나갈 예정이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 또한 서면으로 정리해 의원실에 제출할 예정”이라면서도 “선정적인 자료 해석을 통해 당사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왜곡한 부분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밝혔다.

 

홍성열, 매년 20억~25억원 배당받아

아웃렛업계에서 홍성열 회장은 ‘구로공단의 전설’로 통한다. 단돈 200만원의 자본금으로 아시아 최대의 아웃렛을 일궜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홍 회장의 성공 이면에 가려진 ‘슈퍼 갑질’과 부당노동행위, 내부 거래를 통한 편법 경영 의혹 등도 불거졌다. 전순옥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홍 회장은 마리오아울렛의 지분 99.3%를 보유하고 있다. 매년 20억~25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마리오아울렛 전체 영업이익의 64%에 해당한다. 회사는 매년 3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내고도 홍 회장에게 170억원을 차입했다. 홍 회장은 지난해 5억원의 이자비용과 10억5000만원의 임대료를 마리오아울렛 측으로부터 지급받았다. 전 의원은 “초고배당을 통해 회사의 현금 흐름을 어렵게 만든 뒤 차입금 이자와 임대료로 거액을 취득했다”며 “특수 관계자와의 내부 거래를 통한 편법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지난해 6월 경쟁사인 세경하이힐에 중복 입점한 패션회사 27개사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홍 회장이 직접 나서 “하이힐에 입점한 브랜드는 모두 철수시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점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수수료 인상 조정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한 입점 업체는 마리오아울렛 측의 퇴점 공문을 한 언론사에 흘렸다가 발각되면서 퇴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은 정규직원을 줄이기 위해 권고사직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순옥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마리오아울렛의 취업자 수는 계속 감소했다. 2011년 말 244명에 달하던 직원은 2년여 만에 121명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5년 이상 근속자는 12명에 불과했다. 이 중 4명은 현재 권고사직 통보를 받고 대기발령 중이다. 정원에 가까운 숫자의 직원을 퇴사시키고 신규 채용은 최소화한 것으로 전 의원은 보고 있다. 그는 “2012년과 2013년 정원이 각각 244명과 179명인데 퇴사자는 208명과 179명”이라며 “마리오아울렛의 권위적 직장문화와 반노동행위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마리오아울렛 측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가 아니었다. 사업 부진에 따른 사업부 정리와 시설직 인력의 용역 전환 등 경영 활동에 따른 결과였다”고 해명했다. 홍 회장도 10월14일 증인 답변에서 “패션업계의 특수성 때문에 이직이 잦다. 퇴사자의 대부분도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퇴사자들이 모두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이었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한 홍 회장의 발언 또한 위증으로 보고 추가 조치를 준비 중이다.

홍 회장은 최근 직원들의 연장근로수당 등 3억6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피소된 상태다. 서울노동청은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한 상태다. 서울노동청은 시정 조치를 내렸지만 홍 회장이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순옥 의원실 관계자는 “홍 회장은 매년 고배당과 이자 수입으로 거액을 벌었지만 직원들의 생계나 고용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10월22일까지 대책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관련 대책을 제출하지 않거나 부족할 경우 종합국감에 홍 회장을 다시 출석시키기로 여야 간사들과 합의를 본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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